▲ 김정원 교무/해룡고등학교 교당
강요보다는 권유로, 진정성 담아야

진솔한 상담, 기도로 아이들 변화시켜




해룡고등학교에 발령을 받아 기숙사 사감으로 근무하게 됐다. 190여 명이나 되는 학생들의 규율을 잡아야 할 때나, 학생들간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과거 사감 선생님들은 '사랑의 매'를 선택한 경우가 있었다. 학생들은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서 그런지 처음에 말로써 권유하고 타이르는 것은 아무런 영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관심도 없고 귀찮게 여겼다.

학생들이 기숙사 공동 규칙을 어길 경우 벌점을 주는데, 나는 아이들에게 "벌점 받는 것보다 안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러다가 기숙사 벌점으로 퇴사당할 수 있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엄마보다 잔소리가 심하다. 차라리 말로 하지 말고 때려라"라고 이야기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하지만 난 마음을 챙겨 "너희들 눈에는 그냥 관리하는 사감으로 보이겠지만, 나는 너희들과 함께 잘 살아보려고 왔다"며 "때려서 뭐하겠냐? 내 마음만 아프지. 맞고 때리는 것은 순간이지만 때린 나는 계속 마음이 아플 것이다"고 강요가 아닌 진정으로 다가서려고 노력했다. 어떤 아이들은 '저런 태도가 얼마나 가는지보자'는 식으로 바로 뒤에서 비웃기도 했다.

강요보다는 권유로, 진정성을 담아 다가가려고 노력하면서 쓰레기 분리수거도 같이 하고, 운동도 같이 하는 시간이 지속되자 언제부턴가 아이들 스스로 마음을 열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12시 점호를 마치면 연애상담, 친구들간의 다툼, 방원들간의 문제 등 많은 상담이 들어왔다. 어느 날은 끊임없는 상담으로 12시에 시작한 상담이 아침 기상음악을 틀어야 되는 아침 6시30분까지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또 일요일은 오후 2시까지 취침이 가능한데, 날을 새고서도 그 시간까지 상담이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만약 아이들이 나를 경계하고 또 무시하는 말투를 들었을 때 전무출신임을 잊고 화를 냈다면, 지금 이 학생들과 이렇게 깊이 친해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상담 말고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기도다. 수능을 준비하는 고3 학생들을 위한 100일 기도와 고1~2학년 건강을 기원하는 기도,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과 가정을 위해 올리는 기도를 시작했다. 학생들이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내가 기도를 올린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교무님이 기도를 해주시니 알게 모르게 공부가 잘되요", "마음에 안정이 생겨서 좋아요" 등등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이 생겼다.

진정성 담은 권유, 진솔한 상담, 그리고 기도. 이것들로 인해 정말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진로 상담했던 어느 3학년 학생은 담임선생님보다 내게 먼저 전화해 대학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고, 졸업식에서 어느 학생은 나중에 성공해서 사감님 식사 대접 꼭 해드리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또 대학교 입학 전에 얼굴보고 간다고 지방에서 여기까지 올라와 만난 학생도 잊지 못한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나는 교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꼭 입교시켜야 하고, 전무출신하도록 하는 것만을 교화라 할 수 있을까? 또 법당에서 법회보면서 몇 명 출석했는지 체크하며 숫자에 전전긍긍하는 것을 교화라 할 수 있을까?

간식을 위해서 해원회 법회에 오는 학생들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 아이들과 지내면서 중요하게 느낀 것은 진정성으로 다가가 하나가 되고, 내 스스로 교법 실행으로 믿음을 주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자 참다운 교화라는 확신이 생겼다. 살아가는 그 자체가 교육이자 교화인 것이다.

나는 전무출신으로서 본분을 잃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오늘도 나는 기숙사에서 법당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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