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복지로 새로운 도약 꿈꾸는 송산효도마을

▲ 전북 부안군 주산면 소재 송산효도마을 전경. 왼쪽에 보이는 건물이 중증장애인시설 둥근마음보금자리다.
마을공동체 핵심공간으로 자리잡은 사회복지법인 한울안 송산효도마을. 자동차로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영광방향으로 달리다보면 송산효도마을 간판과 시설을 만나게 된다. 부안군 주산면에 위치한 송산효도마을은 부안읍에서도 20분 정도 더 들어가야 하는 면 단위에 자리하고 있다. 도심과 중소도시도 아닌 농촌 한복판에 대규모 복지시설이 들어선 것도 이상하지만 부안군 최초의 복지시설이라는 타이틀이 역사적 배경을 설명해 준다.

부안군 위도 핵폐기장 설치문제로 첨예한 대립의 상처가 아물기 전에 송산효도마을이 허가가 났다. 당시 부안교당 김인경 교무(현 수위단회 상임중앙단원)가 송산효도마을을 기획한 뒤 교도들과 합심해 2억원에 옛 동정초등학교 부지를 매입했다. 폐교는 16,500㎡가 넘는 넓은 부지였다. 송산이라는 이름은 법인전입금 4억원을 후원한 김형주 교도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지역공동체 호흡공간 '공동목욕탕'

공동목욕탕은 주산면의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만남의 장소다. 2006년부터 시작된 공동목욕탕 특화사업은 시설 내 목욕탕을 기존보다 크게 설계(99㎡)해 마을어르신들에게 개방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후원으로 3년간 운영됐지만 사업 종료 후에는 자체운영비로 전환해 특화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목욕탕 개방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효도마을이 마을공동체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매주 수요일 오전과 오후에 개방되는 목욕탕은 송산효도마을 차량을 이용해 어르신들을 모셔온다. 7개 마을회관에 차량운행표가 있어서 면민이면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시설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해 부임한 하명규 송산효도마을 원장은 "공동목욕탕 특화사업은 마을과 소통, 시설 홍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어르신들이 내방하면서 마을공동체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미래 입소대상자들이 우리 시설을 이용하면서 친근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마을어르신들의 자녀들이 부모가 송산효도마을 목욕탕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 알 정도로 긴밀해졌다.

때마침 기자가 시설을 찾았을 때, 목욕가방을 든 어르신들의 행렬이 이채로웠다. 효도마을 차량을 타고 온 어르신들은 일반 목욕탕을 가듯 부담없이 시설에 들어와 목적지를 향해 줄지어 이동했다. 목욕가방과 간식, 차량이 제공되니 어르신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없는 복지혜택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송산효도마을은 어버이날 행사, 각설이문화공연, 신나요문화여행, 뮤지컬, 난타 등 전문 공연자들이 무대에 오를 때에도 시설 개방과 차량을 운행한다. 100여 명이 참석할 정도로 호응이 좋다.
▲ 하명규 송산효도마을 원장(왼쪽 두번째)이 현관에서 직원들과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텃밭가꾸기, 북카페, 향토문화공간 조성

송산효도마을은 어르신들의 문화적 수혜에도 관심이 많다. 올해 진행될 텃밭가꾸기와 향토문화공간 조성은 어르신들뿐 아니라 자녀, 자원봉사자, 방문객들을 체험과 공부의 장으로 인도할 것이다. 텃밭은 2층 옥상을 활용해 2곳에 마련 중이다. 현장을 찾을 때는 직접 자재를 구입해 텃밭구조물을 제작 중이었고, 텃밭 옆에는 암실을 만들어 콩나물재배실도 추가로 구상하고 있었다. 텃밭에는 상추, 고추, 부추, 시금치 등 기르기 쉬운 품종을 심어 어르신들의 여가선용과 정서적인 안정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김혜림 사무국장은 "텃밭가꾸기는 어르신들이 선호하는 가장 좋은 프로그램이다"며 "채소를 직접 심고 가꾸면서 건강한 신체활동은 물론 먹거리, 자녀들 선물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향토문화공간은 홍춘기 군의원이 기증한 농촌생활사 골동품들로 홀테 등 우리 주변에 점점 사라지고 있는 농자재들이 대부분이다. 공간도 확보돼 있어 시설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이 지역 향토문화를 향유하게 될 것이다.

북카페는 직원들을 위한 온전한 공간으로, 송산효도마을의 자랑이다. 책과 커피 등 직원들이 식사 후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장소이자 원장과 직원들의 소통 공간이다. 하명규 원장은 매주 월요일 점심 후 북카페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직원들에게 건네며 대화와 애로사항을 청취하기도 한다.

터가 넓어 시설주변에 감나무, 대추나무, 체리나무를 비롯한 과실나무를 심었고, 330㎡에는 편백나무를 식재해 산책공간을 다변화했다. 올해 11월에는 효 상징 조형물(금구원조각공원 김오성 작가)도 부안군의 지원을 받아 설치해 포토공간,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중증장애인시설 둥근마음보금자리 개원

부안군 첫 장애인중증시설인 '둥근마음보금자리'가 지난해 말 개원했다. 노인요양시설과 중증장애인시설이 함께한 복합복지시설은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송산효도마을에 위치한 둥근마음보금자리는 원래 898㎡로 허가가 났지만 1122㎡ 2층 건물로 신축했다. 231㎡ 정도는 법인이 분담해 생활공간과 프로그램실을 확장 설계한 것이다. 4인1실 법적 요건 보다 더욱 쾌적한 2인1실로 시공해 생활공간을 넓혔고, 사무실과 원장실도 외진 곳으로 설계하는 등 생활인 중심 시설을 만들었다. 생활인 모집단위는 부안군을 비롯해 전국단위로 가능하다.

하명규 원장은 "사실 중증장애인시설은 주민들이 혐오시설로 인식해 아직까지 반기지 않는 시설이다"며 "그런데 지역어르신들이 효도마을과 연계한 복지혜택을 피부로 느끼면서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는 지속적으로 마을어르신들과 소통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장애인시설이지만 노인요양시설과 넘나들며 상호교류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 하 원장의 생각이다.

이는 장애인들이 생활인으로 입소해 지역사회에서 직업을 갖도록 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 몸과 정신이 불편해도 사회적응을 통해 마을공동체의 일원임을 인식시키는 훈련은 최상의 장애인 사회복귀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2층에 마련된 자활자립장은 적절한 직업교육과 훈련으로 사회활동을 준비하는 전초기지다. 현재는 여성장애인 생활인만 수용하지만 점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둥근마음보금자리 윤귀자 사무국장은 "장애인의 인권와 사생활 문제가 대두되면서 우리 시설은 설계부터 2인1실로 했다"며 "추가된 건축비용은 법인 자부담으로 충당했다. 대여한 건축비를 갚기 위해 천연수제 감식초비누와 오죽포크를 판매하고 있다. 2년 자체운영 후 국고지원금이 계획대로 집행되면 곧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 송산효도마을 직원이 점심을 앞둔 어르신을 대상으로 노래와 요가를 선보이며 건강을 챙기고 있다.
후원자 봉사자 두각, 천도로 끝까지 책임져

송산효도마을은 입소어르신 80여명, 직원 48명이다. 여기에 둥근마음보금자리가 정상궤도에 오르면 장애인입소자 30명과 직원 24명이 근무하게 된다.

효도마을의 또 다른 주역은 자원봉사자와 기증자들이다. 개원과 함께 자원봉사의 맥을 잇고 있는 부안여고, 삼남중학교 등 동아리 학생들은 토요일 차량을 이용해 읍내에서 찾아온다. 행사 때도 어김없이 자원봉사자들이 함께하니 직원들의 든든한 지원군인 셈이다. 10년 이상 1천만원 후원자는 명패를 새겨 공덕을 기리고 있다. 현관에 들어서면 정면에 부안교당, 송산 김형주 교도, 백정암·이영원화 교도, 김인경 교무, 김은경 초대원장 등 공로자들의 이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옆으로 한번이라도 자원봉사를 하고 간 이들의 이름이 대형하트에 빼곡히 수놓아져 있었다.

하명규 원장은 "직원들이 행복해야 어르신들도 행복하다는 철학을 늘 갖고 있다"며 "직원들이 행복해 한다면 커피도 내리고, 노래도 부르고, 근무환경도 개선할 것이다. 어떻게든 웃음소리가 담장 밖으로 나가게 하자고 격려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어르신들의 식사시간에도 직원들이 보조하는 등 육체적으로 힘든 근로여건을 어떻게든 풀어주려는 의지로 읽힌다. 탁구대 2대를 설치한 것도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서다.

송산효도마을은 입소인들의 열반, 천도까지 책임지고 있었다. 마침 기자가 찾은 날은 시설에서 함께 생활했던 어느 입소인의 천도재가 진행된 시간이었다. 종교를 떠나 함께 생활했던 입소자와 직원들이 참석해 원불교 천도재로 정성을 모은다. 입소자들의 해탈천도까지 책임지는 송산효도마을은 농촌공동체의 복지모델을 만들며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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