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인 교도

 워킹맘 공부

퇴근 후 아이를 데리러 친정엄마 집에 들어서니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고 문을 여는 순간 찰싹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방에 들어가 보니 아이는 바지를 벗은 채로 서서 자지러지게 울고 있었다. 엄마가 아이를 때렸다는 사실을 안 순간 배신감과 함께 앞이 깜깜하게 마음이 요란해졌다. 엄마도 그 순간 당황한 표정으로 "옷을 안 입으려고 해서"라며 짜증을 냈다.

엄마가 밉다. 아이가 옷을 안 입는다고 이렇게 때릴 수가 있나 화가 올라왔고 평소에도 때리는 건 아닌가 의심도 들었다. "애도 힘들 텐데 집에 와서 억지 부리면 엄마가 좀 받아주고 살살 꼬시면 되잖아"라고 했더니 "니 새끼는 니가 키워라"고 한다. 순간 엄마가 너무 미운 마음이 든다. 평소 아이와 노는 것이 그렇게 좋다고 하더니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변할 수 있나 싶었다. 더구나 때리는 엄마는 상상도 못했다.

'경계다!' 하고 일어나는 마음을 보니 의외로 차분해지면서 내 주착심이 보인다. 엄마는 절대 마음이 변하지 않아야 한다, 내 아이는 때리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나와는 다른 엄마의 지도법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틀렸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교당에서 매일 듣는 말이 대소유무 자리인데, 엄마 마음도 이랬다 저랬다 하는 대소유무로구나 받아들이니 엄마에게 순간 화내고 다그친 말이 미안해졌다.

"미안해. 일 때문에 엄마한테 다 맡겨놓고 나가면서 고맙다고는 못할망정 미운 마음이 들었네"라고 했다. 그러니 엄마도 "내가 얼마나 정성 들여서 잘하는데 매일 때리는 것도 아니고 한 번 그런 거 딱 들켜서 사람 입장만 곤란하게 됐다"고 한다. 신기하다. 마음공부를 알기 전에는 올라오는 감정대로 말하고 과격한 행동으로 이어져 일을 크게 만들기 일쑤였는데 이제는 화가 나는 내 마음이 보인다. 배운 대로 일단 멈추고 온전히 바라본 뒤에 말을 하니 엉뚱한 방향으로 가지도 않고 '미운 마음이 든다'는 내 감정을 화내지 않고 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랬더니 "달래려고 했는데 힘들어서 그랬다"고 하면서 미안해하는 엄마 마음도 보였다.

문답감정 : 효인님!! 진솔하고 사실적인 효인님의 일기를 통해서 수많은 워킹맘들의 고단한 마음과 만나지네요. 순간순간 아이 때문에 얼마나 동동거리며 살까 싶으니 남의 일 같지 않고 마음이 짠해져 옵니다. 그러나 효인님은 천만다행 대종사님의 용심법을 만나 공부할 수 있으니 이런 축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찰싹 때리는 소리와 함께 자지러지게 울고 있는 아이를 보는 순간 세상의 어떤 엄마가 이런 마음이 나오지 않겠어요. 너무나 당연한 마음이지만 경계 따라 잠시 잠시 나오는 마음에 속지 않고 내 마음을 바라보니 의외로 차분해지는 기적 같은 경험을 하게 되었네요. 마음이 차분해지니 무엇을 분별하고 붙잡고 있는지도 알게 되었고 화난 이유도 알게 되었구요. 공부를 안 했다면 효인님 말대로 감정대로 말하고 과격한 행동을 하고 엄마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다가 서로 상처만 남겠지요. 엄마로서 억장이 무너지는 상황 앞에서도 공부를 하게 되니 해가 오히려 은혜가 되었어요.

스승님은 "경계는 부처가 되는 조건, 복과 혜를 주기 위한 조건으로 오는 것이기 때문에 경계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 경계로 공부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효인님에게는 이제 모든 경계가 부처가 되고 복과 혜를 장만하는 재료일 뿐 더도 덜도 아니게 되었어요. 효인님!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듯이 우리는 경계를 떠나 살 수 없잖아요. 이왕 떠날 수 없는 경계라면 경계를 대할 때마다 공부할 때가 돌아온 것을 염두에 잊지 않고 공부 오직 공부하여 새 세상의 주인 되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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