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경 공부

▲ 장오성 교무/송도교당
천주교를 신앙하다 입교한 교도님이, 이렇게 훌륭한 가르침과 제도와 성직자들이 있는데 원불교는 왜 타종교에 비해 사람들이 덜 찾는지 모르겠다 한다. 아직 세상의 인지는 깨달음보다 인격체신앙, 기복신앙, 인격자 만드는 정도의 수행이 주가 되는 시대라 그렇다. 일원대도는 일원을 깨쳐 일원을 신앙하고 수행하는 위없는 가르침이다. 여래 되는 것이 표준으로, 인지가 크게 열린 시대에 맞춰 나왔다. 5만년 대운을 이을 법맥인데, 이제야 백년, 여명 전인데다, 세상의 인지가 아직이라서 그렇다.

원불교 개교의 의미는 종교 하나 더 내어 경쟁적으로 교세확장을 하려는데 있지 않다. 빠른 교세확장을 위했다면 매우 쉽고 효과적인 방편이 있다. 불상이든 마리아든 십자가든 어떤 인격적 형상이나 상을 신앙의 대상으로 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큰 성장을 이뤘을 것이다.

체구도 크고 용모가 수려하신 대종사님은 기념상 만들기에 안성맞춤이다. 석굴암 부처님같이 대종사님을 불단 앞에 모시고, 찬란한 일원상을 그 뒤에 모시면 얼마나 좋은가. 대종사님을 떠올리는 인격신앙은 최고의 위력이 있다. 기도하고 참선하고 참회하고 심신을 삼가는데도, 교세확장에도, 신앙심 제고에도 효과 만점일 것이다. 성탑 앞 기도가 일원상 앞 기도보다 더 잘되지 않던가. 뒤에 일원상도 모셨으니, 좀 지견있는 사람에게는 일원에 대해 설해주면 될터라 아무 문제없어 보인다.

아깝다. 이렇게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일언지하에 금하신 대종사님. 기념상을 조성해도 되냐는 제자의 질문에 "글쎄다" 하고 뒤끝을 조금만이라도 흐려주셨더라면 제자들이 알아서 이런식으로 효과적인 마케팅을 벌였을텐데, '기념상으로 공덕을 기릴지언정 신앙의 대상으로는 삼지 못한다' 못 박으셨다. 뭐하러 안해도 될 질문을 해가지고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담.

'하근기는 형상 있는 것이라야 믿고, 좀 지각이 난 이는 명상에 의지하여 믿고, 좀 더 깨치면 진리 당체를 믿는다. 앞으로 차차 천하의 인심이 일원대도에 돌아오리라'하신 정산종사 말씀처럼 신앙에도 단계가 있다.

앞에 인격상이 있으면 특출하게 지각있는 사람 외에는 거기에 신앙하려 하지, 진리당체를 바로 깨닫는 공부는 계속 뒷전이 된다. 보라. 무상대도인 불교마저 제자들이 불상을 모시는 바람에 부처님의 본의는 사라지고 대다수가 기복신앙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원대도 정법은 숫자로 타종교와 경쟁우위에 서려는 가르침이 아니다. 종교 하나 더 늘려 종교인 나눠 갖기 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신앙의 오류를 벗어나 일원상 하나로 바로 깨침이 일어나도록 인도한다. 깨침을 저해하는 일체 상을 놓고, 저 둥근 일원상 하나, 때론 그것마저 없이, 허공법계 일체만물이 곧 진리임을 믿고 자성을 깨달아 활용케 하는 신앙 수행의 직항로다. 아직 그 참 가치를 알아보는 이 적지만, 앞으로 차차 인지가 열려 자성을 오득해 활용하는, 일원화 만발한 세상이 올 것이다.

급한 것은 사람모으기가 아니라 한사람이라도 더 깨친 이들이 많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교화를, 교세를 먼저 걱정하기보다 스스로 깨침이 더딤을 두려워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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