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도언 교도/해운대교당
한국과 동북아, 병기의 경쟁터로 변할까 우려

사드로는 화해, 번영, 평화 기대하기 어려워



한·미 군사당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배치를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지난 3월 사드 포대 일부가 주한미군 모 기지로 옮겨지더니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옛 롯데골프장 부지에 지질조사용 장비를 실은 대형트럭들이 들어섰다. 누군가에게 쫓기듯 사드 배치를 앞당기려는 모양세가 뚜렷하다. 사드 배치를 서두르는 장면을 보면 설익은 정책 위에 나약한 정부의 모습이 비춰지는 건 왜일까.

사드 배치 결정은 사실 느닷없었다. 2014년 6월3일 한미연합사령관이 "한국에 사드 전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러나 사드와 관련한 대화는 한·미 간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다가 2년 후 2016년 7월8일 국방부가 갑자기 사드 배치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여론이 싸늘하자 "사드 배치가 확정된 건 아니다"며 슬그머니 한발 뺐었다. 닷새 후 2016년 7월13일 사드 배치를 전격 발표했다. 국가적 정책이 이보다 가볍게 처리될 순 없었다.

사드 배치를 결정하는 그 시각 외교부 장관은 백화점에서 옷 수선과 쇼핑을 했고, 통일부에서는 당혹스럽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국회에 나온 국방부 장관도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배경을 정확히 모르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샀다. 이 같은 정황은 정부 내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없었다는 국민적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사드 배치의 시계는 빠르게 도는데 누가, 왜 사드를 들어오게 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정책 결정이었다.

박근혜정부 4년 동안 일어난 대표적 정책 실패 사례를 보자. 2013년 보잉사의 F-15SE를 록히드 마틴사의 F-35로 급변경해 세금 수십조원 낭비 예상.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일본의 위안부 강제 동원에 면죄부 선사. 2016년 개성공단 폐쇄, 남북화해의 석과불식(碩果不食)을 절단. 2016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로 일본자위대의 군사력 강화에 일조.

이들 결정에 대해 관계 부처도 국민도 어떻게, 왜, 무엇 때문에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잘 모르고 있으니 "이게 나라냐"는 울분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중대한 정책들이 하나같이 깜깜이로 이뤄졌고 또 실패작으로 드러났다. 이런데도 사드 배치 결정 하나는 잘 한 것이라고 떼쓰는 사람들이 있다. "비 오는 달밤에 별 볼 수 있다"고 억지 쓰는 것과 진배없다.

사드 배치 결정에 반발한 중국이 한국 기업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중국의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탈 중국 제안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그 중에도 압권은 기업들이 중국을 벗어나 동남아, 인도, 중남미로 시장개척에 나서야 한다는 일부 언론과 경제학자들의 주장이다. 한국이 대중(對中) 수출 품목 중에 큰 소리칠만한 건 반도체 외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중국수출 의존도를 급작스레 낮추는 것은 자칫 독배가 될 수 있다. 중국이 반도체 외의 물품을 수입할 나라는 세계에 널려 있다. 삼성, 현대차, 에스케이, 엘지, 롯데가 바보라서 동남아, 인도, 중남미에 상품수출을 집중하지 않는가. 기업들은 수출 세계화에 늘 머리 싸매고 있다. 14억 인구의 중국이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1만달러를 넘길 경우 중국시장은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가 된다. 막대한 수출기회가 한국기업에 또한번 열린다. 경쟁과 기회가 공존하는 대륙으로 이만한 곳이 없다. 산업연구원이 평가한 산업경쟁력지수 세계3위의 중국 산업기술은 비약적 발전이 예상된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중국을 뛰어넘는 기술혁신을 끊임없이 이뤄야 하고, 초일류를 향해 뛸 수밖에 없다. 중국시장을 지배하는 나라가 향후 세계시장을 호령하고 기술일등국이 될 것은 자명하다.

'국민은 존엄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의 주체이며,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자'라고 헌법 10조는 해설한다. 헌법을 만드는 힘의 원천인 국민을 속이는 정책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사드 배치로 인해 한국이, 동북아가 병기의 무한 경쟁터로 변해서는 절대 안 된다. 남북통일은 무기와 타력과 증오로는 이룰 수 없다. 핵과 미사일을 잠재우는 건 결국 화해와 대화다. 사드 때문에 다른 모든 소중한 가치들이 묵살되고 압살되고 분열되는 안보지상주의로는 평화, 복지, 낙원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