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소성리는 매일 긴장의 연속이다.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선정되기도 전에 군과 경찰이 마을을 에워싸고 주민들의 일상을 상시로 녹화하고 있다. 군 부지라는 명목 하에 주민들이 수시로 다녔던 길목을 가로막고, 진밭교 너머의 밭에 봄 씨앗을 뿌리러 가거나 남편 산소에 갈 때에도 경찰은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다. 매일 보는 얼굴임에도 매일 검열을 하고 가끔은 한 시간도 넘게 주민들을 길거리에 세워 놓고 검열한다. 뿐만 아니라 국방부는 정산종사의 달마산 구도길을 가로막고 더 이상 순례할 수 없게 통제하며 종교의식마저 막아서고 있다. 롯데그룹이 국방부에 성주골프장을 맞교환한 2월28일 이후 소성리는 일순간 평화를 빼앗긴 마을이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소성리 사람들은 평화를 말하고 기도하고 끊임없이 연대한다. 사드배치 반대 투쟁을 하며 마음에 평화 꽃을 피우기 시작한 '소성 할매'들은 오늘도 '사드 말고 평화 오라'는 믿음으로 두 팔을 걷어붙인다. 이 땅의 평화를 꽃 피우기 위해, 작고 나약한 몸이지만 그들은 생존권과 자유권을 침탈하는 공권력에 항의하며 평화의 몸짓을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아직 우리는 평화를 경험하지 못했다. 때문에 추운 겨울을 지내야 봄이 오듯 그 과정을 걷고 또 걸을 뿐이다. 그 길을 끊임없이 걷고 있는 성주, 김천 시민들과 원불교가 있기에 전국에서 또 해외에서 연대의 손길을 모아주는 평화활동가들이 소성리를 찾는다.

평화를 이뤄낸다는 것은 참으로 지난한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끊임없이 외치고 지켜주어야만 그 불씨가 꺼지지 않음을 정산종사는 말한다. "평화한 마음을 놓지 말라. 어떠한 난경에 들었다 하여도 평화한 심경을 놓지 아니하여야 앞으로 세상에 평화를 불러 오는 주인이 되리라."(<정산종사법어> 국운편 29장)

지난 15일에는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이찬수 교수가 진밭교를 찾아 '평화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의했다. 그는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힘이 커지면 커질수록 강력한 국가가 형성된다"며 "평화는 폭력을 축소화하는 과정이다. 평화는 더 큰 힘에 의해 작은 힘이 피해를 당할 때 아픔을 공감하고 나누는 데서 비롯한다"고 말했다.

과연 국가의 공권력 앞에 종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오직 평화의 마음을 수호하라는 스승님의 뜻을 따라 오늘도 사드배치 철회와 세계평화를 염원하며 100배 절 명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배 한 배 절을 올리며 가장 낮은 곳에서 자신을 내려놓고 평화의 마음을 수호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갈수록 이 땅에 평화는 반드시 올 것이다.

 소성리에서 피어난 그 평화의 몸짓을 이제 광화문광장에서도 22일부터 '천만번의 비움 천만개의 평화'로 시작하려 한다. 소성리의 평화나비가 이 땅에 훨훨 날아오를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하며.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