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시기 교당을 통해 인생의 가치관을 세워

청소년교화,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알아야

어릴 적에는 키도 작고, 소심하여 말도 잘 못해서 친구가 별로 없었다. 사춘기가 되면서 키가 크고, 성격이 예민해지면서 남들에게는 표현하지 못할 갈등이 생겼다. 갈등의 중요한 포인트는 열등감이었다.

공부 하기도 싫고,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싫고, 그냥 답답하고 짜증이 날 때면 교당을 찾곤 했다. 그럴 때면 언제나 편한 미소로 모든 것을 다 받아주던 교무님이 있었다. 언제나 무조건 내편이었고, 내가 찾아갈 때면 모든 일을 미루고 나만 바라봐주던 교무님은 때론 안아주고, 때론 108배 벌로 나를 지도해 주었다. 그 힘이 나의 사춘기 시절의 방향로가 되어 그 인연으로 교무가 됐다.

나는 교당을 다니면서 열등감에서 오는 방황도 극복할 수 있었고, 내 안의 장점을 찾아 나를 소중하게 대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전무출신을 했는데 생각해 보니 나는 교무가 되어 청소년들에게 그렇게 해주지 못한 것이 지금도 너무 미안하다. 내가 더 신경을 써 주었어야 했는데, 당장에 눈 앞에 닥친 일을 빨리 마쳐야 한다는 생각에 찾아오는 아이들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고, 내 일에 바빠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지도 못했다. 때로는 먼저 찾아가 간식도 사주고 챙겨주기도 했지만 내 마음 같지 않게 다음 주 법회 때 안 오는 것을 보면서 속상할 때도 있었다.

학교에서도 교당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무엇이든 구하는 사람이 간절히 원해야 구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교당을 통해서 내 인생의 가치관을 세우고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과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 나조차도 내가 교당을 다니면서 느낀 그 가치와 보물을 제대로 전해주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요즘은 부모님, 동생 그리고 교도가 되어 있는 고향 친구들에게 교당 다니는지 맨날 묻고, 교당 다니라고 잔소리를 한다.

과연 친구들에게 나는 교당을 다니면서 어떤 공부를 하도록 권유를 해보았는가? 그 공부를 하면 각자의 삶이 얼마나 좋아질 것인지 알려주었는가? 신심만을 강요하고 내 얼굴 봐서 교당에 다니라고 강요하진 않았는가 생각해 본다.

처음 우리삶옥당박물관에 근무하면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는 모집이 너무 안 돼 막막했다. 하지만 이제는 걱정하지 않는다. 그냥 전화 몇 통 돌리면 쉽게 모집이 된다. 와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 프로그램 진행한다. 언제쯤밖에 시간을 못 내준다'고 하면 알아서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 접수신청을 한다. 그렇게 체험을 오는 인원이 연 2~3천 명을 넘어서며, 영광뿐 아니라 광주와 목포, 완도에서까지 체험 문의가 올 정도가 되었다.

당장 자신들에게 효과가 있고 도움이 되면 어떻게든 찾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알아서 버스도 빌리고, 없는 시간도 쪼개서 참석하고자 노력한다. 사람들이 우리 박물관을 찾아오듯이 교당을 찾아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교도들은 교당에 무엇을 바라는지, 사회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정작 본인들은 자신들이 갖추어야할 것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과연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교화의 저력은 무엇인지.

교화의 경험이 많지 않지만 어릴 적 경험을 볼 때 간단한 영어만 가르쳐도 학생들이 모이고 여름훈련 잘 진행하면 학생들이 모이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은 학생들을 만나기는 어렵다.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학교에서, 교육청에서 그리고 우리나라 교육과정이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향후 어떤 방향으로 개정이 될 것인지, 그리고 현 교육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이고, 어떤 부분이 제도적으로 보완이 돼야 할지 알아서 준비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교단은 충분한 역량을 지니고 있다. 초기 소태산 대종사는 교리뿐 아니라 실생활에서 스스로 자신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를 통하여 자신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한 소태산 대종사의 경륜을 받들어 시대의 문제를 진단하고 준비해야 한다. 대종사는 시대를 따라 학업을 준비하라고 했다.

지금 우리는 교역자로서 시대를 따라 준비할 학업은 과연 무엇인지, 교단의 경영에 있어 준비할 학문과 정책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우리삶옥당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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