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도상 작가/북일교당
혁명이란 무엇인가? 혁명은 '가죽 혁'에 '명령 명' 혹은 '목숨 명'이란 글자가 합성되어 이루어진 단어이다. 문법적으로는 '명을 혁하다' 라는 뜻이다. 명(命)의 뜻이 궁금하여 여러 책을 뒤적거려 보았다. '명'은 〈맹자〉, '진심장구상', 제1장에 나온다. 짧게 해석하자면 '마음을 다하여 하늘의 이치를 아는 것'이 명이다. 마음을 다한다는 것은 '나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까지도 속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내가 나를 속이지 아니하고, 다른 사람을 속이지 않는 것이 곧 하늘로 통하는 길(天之道)인 것이다. 여기서 하늘이란 법신불사은이기도 하다. 즉 명이란 사은을 속이지 않고 사은으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혁(革)에 대한 최고의 문장은 주역에 있다. 주역 49괘는 '혁'을 다루고 있다. "天地革而四時成(천지혁이사시성) 湯武革命順乎天而應乎人(탕무혁명순호천이응호인)." '하늘과 땅이 바뀌어 네 계절을 만들 듯 은나라의 탕왕과 주나라의 무왕의 혁명은 하늘의 뜻에 따라 사람들의 요청에 응답한 것이다.' 또한 주역 50괘에서는 혁을 "옛 것을 버리는 것(革去故)"라고 했다. 주역에서 말한 '옛 것'이란 그저 낡고 오래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옛 것이란 '하늘의 뜻에 어긋나는 것', '사은에 어긋나는 것'을 의미한다. 사은의 뜻에 어긋나게 사는 것이 바로 '옛 삶'인 것이다.

혁명이란 '명'을 '혁'하다는 뜻이 된 것이다. 천명 자체를 혁하자는 것이 아니다. 천명을 어기는 삶을 혁하자는 것이다. 천명을 어기는 삶이란, 첫째 법신불사은의 뜻에 어긋나는 삶이고, 둘째 스스로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을 속이는 삶이며, 셋째 낡은 습에 빠져 스스로 새로워지지 않는 삶이고, 넷째 이념에 갇혀 정의를 버리는 삶을 의미한다.

혁은 가죽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할 때의 그 가죽이다. 하지만 단순한 가죽이 아니다. 혁의 본래 뜻은 '낡아서 해진 가죽을 바꾼다'에 있다. 주역에서 혁을 '옛 것을 버리는 것'이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 나는 '개벽이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말한 적이 있다. 동사는 어떤 상태를 드러내는 형용사와 달리 '현하의 어떤 움직임'을 나타내는 '움직씨'이다. 개벽은 개와 벽이 합성되어 '열고 열다'라는 뜻을 가진 동사인 것이다. 사람들은 어찌하여 '열다'라는 동사를 두 번이나 겹쳐 썼을까? 끊임없이 열고 열라는 뜻을 담아서였을까?

개는 혁의 뜻을 갖고 있고 벽은 정(鼎)의 뜻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혁은 '천명을 어기는 삶, 사은의 뜻에 어긋나는 삶'의 뚜껑을 여는(開) 것이다. 천명을 어기는 삶을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세월호의 죽음을 무시하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인과보응으로 어떤 사람들은 지금 감옥에 갇혀 있는 몸이 되었다. 그 중에는 대통령이었던 사람도 있다. 하늘 즉 사은의 뜻이란 이처럼 냉혹한 것이다. 낡고 오래된 가죽을 바꾸는 일이 혁이다. 하늘이 혁을 하면 세상이 바뀌고 사은이 혁을 하면 개벽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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