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지도자…국민 행복이라는 정부 목적에 충실해야
국민의 집단 지성에 의한 '결정적 선거'가 필요한 시기

▲ 이공현 교무/은덕문화원
지금 한국사회는 아프다. 정당한 지도력 부재의 병이 큰 원인이다. 특히 현직 대통령 파면에 따른 국가 리더십 공백은 초유의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5월9일은 국가차원에서 회생기회인 조기대선을 치루는 날이다. 이때야말로 오늘을 잃은 대한민국 사회가 내일을 찾는 기회에 집중할 때다. 그동안 우리는 국민이 직접 지도자를 여럿 뽑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성공했다고 평가 받는 지도자는 몇인가? 아직도 혈연, 학연, 지연과 연고에 기초한 감정적인 접근 방식으로 병맥의 심각성을 자각 못한다면 결국 우리는 치료시기를 놓치는 격이 된다. 이제 우리 사회의 정확한 병맥진단과 성공적 수술을 위해 모두가 깨어나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깨어난 국민의 집단지성에 의한 '결정적 선거(critical election)'가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어떤 사회든 지도자가 병든 줄을 모르거나 알고서도 방치하면 불완전한 사회, 부패한 사회 또는 파멸의 사회를 초래한다고 했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그동안 우리는 우리의 삶을 더 발전시키고 윤택하게 하기 위해 사회를 건설하고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산 것이다.

지난 19일, "1980년대 국가보위비상대책위 사례를 참고해 달라" 며 블랙리스트 무죄를 주장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의견서를 접하며 비통한 심경이 들었다. 역사와 시대에 대한 지도자들의 무지는 중범죄다. 사회적 파급력이 높은 지도자가 중심을 잃고 시대적 요청을 짓밟는 만행에 앞장설 경우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일본 유학시절 제국주의 시대에서 식민통치는 윤리였다고 발언하는 일본인 학생에게 절망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날까지도 그 누구에 의해서 한국인의 인권이 도구이자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우리는 잘못 살고 있다. 유대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독일 나찌에 복무했던 당대 지식인들을 향해 '나찌의 만행을 몰랐다고 해도 유죄요, 만일 알았다면 범죄다'라고 단언했다. 시대와 역사에 대한 무지는 악의 평범성을 부채질한다. 시대가 뒤틀리고 역사가 짓밟혀도 바로잡지 못하며 묵인되는 것은 범죄다. 그 주범은 진리를 모르는 무지다.

그래서 묻는다. 과연, 한국인에게 한국사회는 무엇인가? 한국인에게 한국사회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존재하는 공동체 범위다. 우리의 필요에 따라서 '주조'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하게 한국사회가 존재하는 것이다. 진정, 우리는 한국인으로 함께 공존하는 존재로 서로를 인식하고,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공감능력을 통해서, 서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유기적 공생관계를 실천하는 것이다. 이것은 들숨과 날숨으로 서로 생명을 살리는 호흡을 나누듯, 서로의 존재를 공감하는 '소통'에서 실현된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사회에서 우리의 존재를 추방시키고 소외시키는 면이 있었다면, 이제는 그 중심 가치로 회복시키는 전환을 해야 한다. 우리가 다시 찾아야하는 민주주의 역시 투표권이나 삼권분립으로 설명할 수 있는 완벽한 체제는 아니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모든 한국인의 존엄가치가 창출되는 사회로 실천지성의 지혜와 협력을 이끌어 내야한다.

작가 김애란은 "우리가 본 것이 이제 우리의 시각을 대신할 거다. 세월호 참사는 상으로 맺혔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콘택트렌즈마냥 그대로 두 눈에 들러붙어 세상을 보는 시각, 눈 자체로 변할 것이다"(<눈먼 자들의 국가>)라고 언급했다. 역사의 전환기를 맞아 정부·보수·진보의 이데올로기 공세 속에서도 시민들은 가슴속에만 묻어놨던 '지도자란 어떠해야 하는가?'를 되씹으며 대권주자를 선택할 것이다. '미국 헌법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임스 매디슨 4대 대통령은 "좋은 정부(지도자)는 국민행복이라는 정부 목적에 충실해야 하며, 그 목적을 가장 잘 달성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원기102년 대각개교절을 맞이하여 지도자의 덕목을 받드는 심경이 복잡하다. 어찌 정치에만 국한된 덕목이겠는가?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400년 전 세익스피어의 경고가 감사하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