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 만나, 행운 중의 행운입니다"

8년 째 이어오고 있는 새벽 좌선, 심신 변화

감사한 마음으로 '뚜벅뚜벅' 걷는 수행길



대전충남교구로 향하는 길, 봄비 내리는 차창 밖 풍경이 오히려 선명하다. 새 잎 올라오는 나무들, 그 연초록색 빗방울이 마음에도 톡하고 떨어진다. 자연이 주는 선물 같은 나날들, 그 어느 하루 도안교당 노혜은 교도를 만났다.

"결혼 후 어느 순간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편은 내 먹을 쌀이 없어도 남이 어려우면 남 먼저 챙기는 성격이었어요. 또 효심이 지극해서 무조건 어머니 뜻을 헤아리고 편을 들어주니, 제 외로움과 소외감이 너무나 컸지요."

어느덧 19년 전 이야기가 되어버린 삶의 한 단면. 그가 원불교와 인연을 맺은 것도 그 즈음이다. 식당을 하면서 인연이 닿은 분의 소개로 원불교를 알게 됐고, 천도재를 지내면서 그의 마음 의지처가 된 교당 근처로 이사를 가게 됐다.

"이왕이면 교당 근처로 이사해야겠다 마음먹고 교당과 2분 거리에 있는 곳에 집을 얻었어요. 성덕규 교무님께서 새벽 좌선에 함께 할 교도들은 언제든지 오라는 말씀을 듣고, 그때부터 새벽 좌선을 시작했지요." 당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시작한 새벽좌선이었다.

"남편의 모습을 잘 봐주고, 어떤 경계를 당하더라도 마음 상처를 덜 받을 수 있는 길이 뭘까, 간절함으로 좌선을 시작하면서 '일단 하루도 빠지지 말고 한번 해보자'고 마음먹었어요." 그때부터 그는 새벽 4시3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교당으로 향했다. 길게는 1시간 여의 새벽 좌선, '눈이오나 비가 오나' 멈춤이 없었다.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교전 읽다가도 울고, 성가 부르면서도 울고, 기도하면서도 울고. 그러면서 업장이 녹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요." 당시 생각이 나서였을까. 말을 잇던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렇게 새벽좌선을 다닌 지 2년 가까이 되던 때, 그에게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처음 좌선을 할 때는 다리가 많이 아팠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몸이 편안해졌어요. 또 제가 원래 어깨가 많이 뭉치고 발바닥도 많이 아파 고생했는데, 거짓말처럼 아프지 않았죠."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몸의 변화를 실감했다. 선 정진을 통한 심신의 변화를 그는 차분하게 이어갔다.

"기억력이 많이 좋아지고, 옛날 같으면 아무 생각 없이 습관처럼 처리하던 일들도, 일단 멈춰서 최선이 무엇일까, 어떻게 취사를 해야 옳은 일일까, 매사에 신중해지면서 연구력이 생긴다고 할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의 힘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의 '겁날 것도 없고 두려울 것도 없고 언제 어디서든 자신 있고 당당한 마음'은 감사생활로 이어졌다.

"모든 것이 상대방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했던 일상의 경계가 나의 취사방법을 돌아보게 하는 공부계기가 되니, 오히려 감사했어요. 제가 변화하기 시작하니 가족들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지요. 그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낙원생활이구나 그저 감사할 따름이에요."

8년째 이어오고 있는 새벽 좌선은 이렇게 자신의 심신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까지 건강하게 변화시켰다. 남매를 두고 있는 그가 조심스럽게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이야기를 전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잘 자라줘서 감사합니다. 아들은 삼동원에서 간사생활을 마치고, 예비교무의 길을 걷고 있어요. 내심 딸도 정토로서 교무님과 인연을 맺어서 이 회상에 보은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어찌 다행 대종사님 법을 만나서 행운 중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는 그. 그는 "내생에는 자녀를 많이 낳아서 모두 전무출신 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더 복을 받는다면, 그 다음 생에는 자신 또한 전무출신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고백한다.

화제를 바꿨다. 대전충남교구에서 4년째 근무하고 있는 그의 일터 분위기가 궁금했다. "언제든 공부하고 회화하고 문답감정 받을 수 있는 좋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음이 더없이 감사해요. 교구에 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지요. 길을 걸으면서도 그저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주위에서 저를 보면서 '얼굴에 행복이 쓰여 있다'고 말하곤 해요." 집에서도, 일터에서도, 교법 안에서 공부심을 챙길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요즘임을 숨기지 못하는 그다.

평상심을 갖기 어려울 때가 왜 없을까.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삶의 경계 때, 그는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법문을 소개했다. "대산종사 법문 중에 '황소같이 뚜벅뚜벅 가거라. 영생을 통해 할 일이고 실천할 법이니 미흡함이 있더라도 너무 성급히 하려말고 여유있게 하라'는 말씀으로 체 잡아 공부하고 있어요."

자신의 기질변화를 위해, 어떤 수행과목이든 그저 묵묵하게, 그리고 꾸준히 실천할 때 분명한 변화가 있음을 일깨우는 그. 그래서 그는 오늘도 그 수행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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