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천 귀농귀촌마을과 같이, 특정한 가치관을 공유한 생활공동체가 '사회적 가족'으로 확산되고 있다.
소비트렌드를 바꾼 싱글라이프, 시장과 선택의 폭 커져

1인가구 절반이 저소득층... 20대, 60대이상 빈곤율 심각

소셜다이닝·셰어하우스·소셜팸…사회적가족, 공동체 확산


2013년부터 방영되고 있는 MBC '나혼자산다'는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삶을 보여주는 다큐형 예능이다. 주인공들은 지방에서 혼자 올라왔거나 이혼, 사별, 기러기아빠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선택적 싱글의 삶들이다. 뭔가 부족하거나 어쩔 수 없는 임시 상태가 아닌, 경제적·정신적으로 독립한 1인가구라는 의미다.

'나혼자산다'의 시청자가 같은 처지의 1인가구들이라면, 부모 세대는 SBS '미운우리새끼'를 본다. 이혼했거나 결혼적령기를 넘긴 아들의 싱글라이프를 보며, 엄마는 몰랐던 1인가구의 속살을 마주한다. 철부지 아들의 행태들에 답답하거나 기가 막히지만, 그 나름대로를 점차 인정해가는 묘미를 이 프로그램은 담고 있다.

'나혼자산다'나 '미운우리새끼'에서는 혼밥을 하고 혼술을 마신다. 혼자 먹는 밥, 혼자 마시는 술이다. 누가 안 놀아줘서가 아닌, 어엿한 선택이자 트렌드다. 예전 대가족에선 함께 먹는 것이 당연하듯, 1인가구는 혼밥이 자연스럽다. 1인가구가 많은 홍대 및 대학가에는 아예 간판에 '혼밥전용'이나 '혼술환영' 글씨가 번쩍거린다.

혼자 여행하는 '혼행'이나 홀로 영화 '혼영', 홀로 공연 '혼공'도 있다. 지난해 국내 최대 공연티켓 예매사이트 인터파크는 1인1매 예매 비율이 34%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아예 혼공족들을 타겟으로 한 영리한 공연들도 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말 우리사회 1인가구는 전체의 27.2%로 520만명을 넘어섰다. 1990년 9%에서 25년만에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며, '표준가족'이던 4인가구 18.8%나 2인가구 26.1%, 3인가구 21.5%를 앞선 것으로 나왔다. 2050년에는 763만이 될 것이라 전망된다.
▲ 1코노미가 소비계의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온라인쇼핑몰은 싱글족을 위한 '나혼자마켓'을 오픈했다.
이같은 1인가구는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급부상했다. 2017년 가장 주목받는 소비트렌드 '1코노미'는 '1인'과 '이코노미(경제)'의 합성어로, 혼자만의 소비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의 경제활동을 의미한다. 한국산업연구원은 1인가구 소비 지출규모가 2015년 86조원에서 2020년 120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1코노미는 소비트렌드를 크게 바꿨다. 편의점 도시락을 시작으로, 혼밥족들을 위한 1인식당, 맛집 배달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확산됐다. 1인식당에서는 마치 독서실처럼 칸막이가 설치된 테이블 덕분에 눈치 안보고 혼밥 할 수 있다. 맛집 배달 애플리케이션은, 집밥 대신 배달음식을 주식 삼는데다 꼭 1인분을 원하는 요구에 부합한 아이디어다.

영화관에서는 싱글석을 도입하고 영화티켓 한 장과 1인분 팝콘·음료수 패키지를 판매한다. 여행사는 홍콩이나 오사카 등 혼행족이 선호하는 항공권을 1인이 예약하면 추가할인 해주기도 한다. 업체는 남는 좌석도 처리하고 혼행 전문 이미지도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대한민국 경제가 1코노미로 새로운 활력을 찾고 있지만, 이면의 현실은 씁쓸하다. 1인가구의 증가는 낮은 취업률과 혼인율, 출산율 그리고 고령화 등이 집약된 결과다. 520만 1인가구는 30대 이하가 191만, 60대이상이 155만 순으로 청년층과 노년층이 쌍벽을 이루고 있다. 이 20대 취업준비생이나 60대 이상 독거노인에게 '나혼자산다'나 '미운우리새끼'의 삶은 영화나 판타지에 가깝다. 1인가구의 실제는 연예인들같은 자유로움이나 주체성보다는 빈곤과 고독, 불신으로 가득차 있는 것이다.

젊은 1인가구의 경우 부모를 떠났으나 취업절벽의 그늘로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다. 취업을 했더라도 저임금이나 고용불안정으로 대부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 채 혼자 산다.

나이든 1인가구는 더 암담하다. 퇴직 후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데다, 자식 세대는 더 가난하니 경제적, 정서적으로 기댈 품이 없다. 우리나라 이혼 3건 중 1건이 20년 이상 살아온 황혼이혼인 것은 성격 뿐 아니라 빈곤의 이유도 크다. 가난하거나 아픈 '혼자 사는 노인'의 이미지는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가장 노인자살률 높은 나라로 만들었다.
▲ 1인가구가 다인가구에 비해 상대빈곤율이 높으며, 특히 20대와 60대 이상의 빈곤위험이 크다.
2014년 1인가구 중 저소득층은 45.1%로, 2인이상 가구 10.9%의 4배에 달했다. 1인가구 둘 중 하나가 가난하다는 참담한 현실이다. <트렌드 코리아 2017>은 1인가구가 '화려한 싱글'이 아닌, '각자도생'의 결과라 짚었다. 믿을 수 없는 국가, 사라진 평생직장, 사회적 연대감 상실 속에 사람들은 자기가 알아서 살아가려 발버둥치고 있다는 것이다.

외롭고 가난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책적 보완은 요원하다. 그나마 서울시가 여성안심주택, 두레주택 등을 시행하지만, 1인가구 증가 속도에는 못미친다.

그럼에도, 대안으로 제시되는 사회적 가족이나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요구는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소셜다이닝'은 혼자 사는 사람들이 퇴근 후 각자 재료를 들고 모여 요리를 해먹고 헤어지는 가장 흔한 사회적가족 형태다. 한 집의 주방과 거실을 공유하되 방은 개인공간인 '셰어하우스'는 특정한 직업군이나 가치관에 따라 운영되기도 한다. 시니어희망공동체가 운영하는 '소셜 팸'은 노인층 1인가구고독사 예방과 청소년들의 가족에 대한 가치관 정립을 위해 활동한다. 선애빌과 같은 생태 문제에 뜻을 같이 하는 귀농귀촌마을, 성미산마을처럼 공동육아에 뜻을 모은 도심 공동체 등은 이미 롤모델이 되어 많은 사회적가족 및 공동체를 낳고 있다.

혈연이라는 이유로 한솥밥을 먹는 시대는 지났다. 결혼도 선택인 세상, 이제는 가까운 이웃이나 마음 맞는 사이가 함께 모여 사는 공동체나, 혼자 살면서도 때때로 밥을 나누고 생활을 공유하는 것도 새로운 가족형태의 대안이다. 노년 공동체를 찾는 인구가 많아지는 것처럼 종교적 공동체, 종교적 가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교단이 지금 바로 연마해야 할 현실인 것이다.
▲ 공동체마을의 롤모델로 꼽히는 보은 선애빌은 생태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이 사회적 가족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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