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세윤 편집국장
매년 교당에 '대각개교절 포스터'가 배포되면 반응이 곧바로 나온다. 포스터의 뜻과 상징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도대체 이 포스터는 무엇을 알리려는 것이냐 등 언제나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 포스터다. 이번에도 호불호가 확실히 가렸다.

'모두가 은혜입니다' 메인 포스터는 태양이 웃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 포스터는 걸개 플래카드로 제작돼 중앙총부~익산역 도로 양 옆으로 또 다른 플래카드와 나란히 걸렸다. 문제는 이 플래카드를 본 교도들의 항의로 교체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항의 내용은 일장기 혹은 욱일기처럼 보여서 그렇단다.

플래카드를 본 한 교무는 "나이 든 교도들에게는 여전히 일본에 대한 감정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며 "개별로 봤을 때는 괜찮은데, 나열시켜 놓으니 일장기로 보였을 듯싶다"고 부연했다. 교도들의 항의로 교체된 플래카드는 '마음은 참된 씨 마음 싹을 키웁니다' '마음에 불을 켜다'다. 이 역시 유치하고 세련되지 못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작가는 원불교의 투박하고 소박한 이미지를 나름대로 표현했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디자인의 엉성한 느낌은 감출 수 없다. 교도들이 낯설어하는 것도 사실이다. 작가나 문화사회부의 의도는 아마 매년 비슷한 포스터들이 제작돼 일반인이나 교도들이 식상할까 봐 새롭게 시도했을 것이다.

반면 현장에서는 오히려 이번 포스터가 신선하고 좋다는 의견도 개진된다. 법등축제를 총괄 기획한 이진경 작가는 법등 배열의 공간을 전체적으로 잘 활용했다. 예전보다 질서와 여유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익산성지(중앙총부) 정문을 가로지르는 '마음 쓰는 길' 나무터널은 우스갯소리로 '마음을 거스르는 길'이 됐다. 14m가 넘는 나무터널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 합판이 아닌 편백나무로 제작됐다면 더 좋았겠다, 아직 덜 만들어진 작품이다 등 반응이 갈린다. 덩그러니 미완성의 작품처럼 정문을 가로질러 놓았으니 작가의 기획의도를 읽지 못한 교도들이 한 마디씩 한 것이다. 작가는 "조금 통쾌한 해석으로 여러분에게 마음 쓰는 길의 뜻을 전하고 싶었다"며 "표면을 따라 흐르는 것과 통과해 들어가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하며 여길 통과하길 바랐다.

변화는 좋은 것이다. 새로운 시도는 늘 환영한다. 하지만 지나친 작가주의는 우리 정서와 보편성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갈수록 교법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겠지만 모든 것을 작가에게만 맡기는 것도 신중하게 생각할 일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