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경 공부

▲ 장오성 교무/송도교당
성인이 되어도 부모곁을 떠나지 못하고 의존해 사는 이들을 캥거루족이라 칭한다. 어떤 부모도 자녀들이 평생 품을 떠나지 않고 의존해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자력을 얻어 자립하도록 가르치고 인도한다. 신앙에도 캥거루족이 있다. 평생 성자만 섬기고 찬양하고 주시옵소서만 하며 보살핌만 받으려는 신앙이다. 주세성자는 성자 자신을 섬기고 추앙하고 귀의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자녀로 삼는 모든 인류(우리 어리석은 중생)가 일원 당체를 깨달아 일원의 위력을 얻고 체성에 합한 성자가 되기를 발원한다. 파수공행, 성자와 손잡고 나란히 가도록 만드는 것이 세상에 와서 법을 펴는 본의다.

성자에 대한 최고의 보은은 그 경지에 완벽하게 도달하는 것이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무릎 꿇고 공경하고 찬양만 하면 으뜸가는 보은자가 아니다. 그 경지에 합일하여 스승의 마음이 내 마음이 되고 스승의 언행이 내 언행이 되게 해야 상수 제자다.

'천지의 도를 체받아 실행하는 것이 보은이라'는 말씀은 섬기고, 찬양하고 신앙하지만 말고 나의 깨친 자리에 도달하고 증명하고 빛내라는 당부이자 격려이자 서원이다. 지성으로 믿고 수행하여 일원이, 천지가 되라는 말씀이다.

주세성자가 깨달아 실행한 것이 천지8도다. 천지의 밝고 정성하고 공정하고 순리자연하고 광대무량하고 영원하고 길흉없고 응용무념함을 체받아 실행하는 이는 천지와 하나다. 천지8도가 진리 전체며 곧 일원이다. 삼세 제불제성은 오직 이것을 실행하신 분들이다. 천지8도는 깨달음 없이 흉내낼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깨닫지 못하고는 짐작도 할 수 없거늘 '천지의 도를 체받아 실행하는' 그 경지를 어찌 감히 '한갓' 이라고 표현할 수 있으랴.

일원대도는 교리의 한 말씀 한 말씀이 깨닫지 못한 눈으로는 헤아리기조차 어려운 위대한 경지들이다. 일원을 깨치지 못하고 교리를 머리로만 이해하면 캥거루족 신앙이 되기 쉽다. 평생 말씀 자체를 숭배하고 주견으로 이해한다. 말씀을 믿고 받드는 것으로 위안 삼으며, 그 은혜에 안기어 살거나, 말씀을 분석하고 연구하고 논쟁하느라 스스로 깨달은 성자되기를 유보하는 이는 안타까운 캥거루족 신앙인이다. 천지와 성자들은 하나, 천지와 동일체다. 나와 천지와 성자가 하나되는 것이 깨달음이다. 골똘히 간절히 일원 당체를 깨닫는 데에 무엇보다 먼저 공을 들여야 한다. 깨달음에 대한 서원과 신분의성이 사무쳐서, 결국 스승의 아는 것을 다 알고 행하여 그 사업을 계승해야 참 제자며 참 보은자며 참된 신앙인이다.

대각개교절은 깨달음을 찬양하는 날이기보다 깨달음을 발원하고 분발하고 각성하고 동기부여를 다시 하는 날이다. 에고의 탁하고 어지러운 안경을 벗어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는 것이 깨침이다. 온전하고 찬란한 삼라만상경전 자성경전, 참경전, 참말씀이 보여진다. 일원대도를 개교하신 것은 종교의 문을 하나 더 늘린 것이 아니다. 캥거루족 신앙에서, 인지가 열리는 시대에 맞게 깨달음의 가장 쉽고 보편적이고 온전한 길을 온 인류에게 열어주신 주세불의 한량없는 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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