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현 교도/서울교당
마음의 안정 얻기 위해 찾아간 교당

일상생활을 법에 맞게 실천하는 교도들

법회무결석 목표로 신심 공부심 키워




원불교라는 종교를 가지게 된 것은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마음에 자꾸만 생겨나는 나쁜 생각들을 몰아내고, 내가 그동안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기준을 가지고 행했던 일들이 조금씩 부정적으로 느껴지면서 더 이상 진척되면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종교를 가지고 싶었다.

많은 종교 중에 원불교를 선택한 이유는 교도인 시어머니와 같이 살고 있어서다. 시어머니는 매일 조석심고를 올리며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자식들에게 같은 종교를 믿어야 한다고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원불교는 참 좋은 종교다'고 때때로 얘기해 주고, 좋은 법문이 있으면 함께 나누기도 했다. 그때까지는 시어머니가 신앙에 대한 기쁨을 표현하는 것쯤으로 알았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종종 들었던 법문과 시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만일 종교를 가지면 원불교를 믿어야겠다고 생각했고, 남편도 한 가정이 같은 종교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원불교가 어떤 종교일까라는 궁금증보다는 마음의 편안함, 마음의 조정능력을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다가갔다.

교당에 처음 나가게 된 것이 원기99년이다. 법회 나간 횟수로 따지면 적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아직 교리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물론 건강상의 이유로 중간에 못 다닌 적도 있었지만 신입교도훈련 때 외에는 열성적으로 공부를 하지 못했다. 그래도 요즘에는 처음 교당에 나가려고 했던 마음을 챙기며 더 노력하고 열정을 가지고 법회에 참여하려고 한다.

그러던 중 만난 <서울교당 93년사>라는 책은 나에게 참 많은 감동과 의미를 주었다. 원불교 초기 교단사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원불교의 산 역사였다. 나는 <서울교당 93년사>를 통해 원불교에 대한 세 가지 확신이 들었다.

첫째, 원불교가 어떤 종교인지 이전보다 확실히 알게 됐다. 원불교 교도로서 다른 사람들이 원불교라는 종교는 어떤 종교인가요, 라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기 어려웠는데 이젠 마음을 잘 쓸 수 있는 공부를 하는 종교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교당을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나는 또 한 번의 큰 수술을 받게 되었다. 수술하러 들어가는 길은 언제나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 그때 시어머니가 나에게 청정주와 영주를 외우라고 했다. 나는 아직 신입교도였지만 어머니의 말씀을 굳게 믿고 청정주, 영주를 3번씩 일심으로 외웠다. 그랬더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때 주문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둘째, 원불교의 원로 교도들은 정말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에 옮기며 열정을 가지고 마음공부를 하는 사람들이란 것을 알았다. 아무리 좋은 가르침을 알고 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그대로 실천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연세가 많고 노구임에도 생활 속에서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명을 받을 때가 많다. 어려운 교리나 말씀으로 가르치려 하지 않고 생활 속에서 스스로 교리가 체화돼 실천해 옮긴다. 마치 스승님의 가르침을 그대로 닮아가려고 하는 모습 같았다. 나와 같은 신입교도들은 그런 신앙인의 모습을 통해 더 많이 배우고 존경하게 된다. 왜냐면 어떤 종교들을 보면 오직 절대자의 말씀이 정답인 양 거기에 빠져 사는 모습을 종종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원로 교도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힘들어도 법회에 빠지지 않고 나가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지금은 일요일이면 법회가 모든 일의 1순위가 될 정도다.

셋째, 원불교는 나라와 사회가 위기와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꼭 필요한 나눔을 구체적, 체계적, 헌신적으로 실행해 냈다는 것이다. 선뜻 나서서 하기 어려운 일들을 어쩜 그렇게 묵묵히 잘 해낼 수 있었을까? 그건 원불교라는 종교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평범함 속에 무서운 힘이 느껴졌다.

더구나 1900년대 초기에는 국가적으로 어려웠던 시대다. 그때에 대종사는 어떻게 깨달음을 얻었고, 당시에 범부들은 생각지도 못한 미래를 내다보고 교문을 열고 법을 펴셨는지 알수록 놀라웠다. 특히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표어를 내신 것은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많은 성현들이 지나갔지만 대종사는 특히 미래를 전망하고 구체적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준 실천종교 지도자의 표상이라 할 수 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법회 출석은 열심히 하고 있지만 아직 <원불교교전>은 한 번도 완독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부터 조금씩 읽고 사경하면서 작은 것이라도 실천해 가려고 한다.

원불교에 입교해서 나는 무엇보다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 원불교를 먼 발치에서 바라볼 때는 어렵고 다가가기엔 용기가 생기지 않아 일반 사람들에게는 좀 낯선 종교인 것 같아 그게 참 아쉽다. 그래서 내가 먼저 원불교를 좀 더 많이 알기 위해 교당 출석도 열심히 하고, 차차 좋은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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