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산종사와 삼동윤리'를 강의한 이성전 교수.
정산종사 '삼동윤리'…소태산 '동남풍' 법문 의미 이어받아

소통과 절차 등 공의 무시한 사드배치 강행, 평화 담보 못해


원불교성주성지비상대책위(이하 비대위)가 성주 소성리에서 성주·김천 시민들과 함께 펼치고 있는 사드배치 강행 중단을 위한 평화행동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내 비상상황에도 한·미 양국은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사드배치를 강행하려는 의도다. 사드배치 찬성 또는 국민 재합의가 필요하다는 대선주자들의 정책공약이 엇갈리는 가운데 소성리 평화행동은 대선이 끝날 때까지 보릿고개와 같은 외로운 투쟁을 이어가야 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성리 마을회관에서 9일 비대위 주관으로 평화강좌가 시작됐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라는 전쟁무기가 이 땅에 들어와서는 안된다는 입장에서 보다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평화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서다. 첫번째 평화강좌는 원광대학교 이성전 교수가 '정산종사와 삼동윤리'를 주제로 강의했다.

이 교수는 "소태산 대종사가 첫 동선을 나며 했던 법문이 '동남풍' 말씀이었다"며 "겨울 동안 꽁꽁 언 대지가 봄바람을 만나면 서서히 녹기 시작해 새로운 생명들이 소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종경> 교의품37장에 밝혀진 법문이다. 이어 "소태산의 '동남풍' 법문을 받들어 구체적으로 밝힌 사상이 정산종사의 삼동윤리다. 여기에는 동아시아에서 기원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대동사회'라는 이상세계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다"며 평화의 의미를 풀었다.

대동이란 어원이 <서경(書經)>에서 유래한 것임을 밝힌 이 교수는 "대동은 공의(公義)가 구현되는 사회로 당시 국가의 군주와 관리, 정신적 지도자와 국민들의 의견을 소통해 일치한 의견을 가지고 국가를 다스려가는 사회를 말한다"며 "우리가 사드를 반대하는 가장 근본적 이유는 소통과 공의가 빠진 일방적 통보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사드라는 전쟁무기가 평화를 위협한다는 논리 이전에 민주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소통과 공의를 상실한 국가가 반강제적 통보와 정책 강행 자체가 평화를 짓밟는 행위임을 꼬집은 것이다.

이 교수는 "대동사상을 이은 삼동윤리는 정산종사가 1961년 선포했다"며 "이때는 1~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이 끝나면서 앞으로의 세계질서와 대한민국 미래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시대였다"고 말했다. 정산종사는 삼동윤리를 발표하게 된 이유에 대해 '지금부터의 세계는 어둠이 가고 밝음이 오는 세계'라 밝힌 바 있다.

이 교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종교의 기도 수행은 모든 생명을 평화롭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며 "모든 생령을 이롭게 하고 세상을 바르게 하려고 하는 데서 모든 종교는 근본적으로 하나이며, 이것이 정산종사가 밝힌 동원도리(同源道理)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생령들이 하나의 기운으로 연결돼 있다는 동기연계(同氣連契), 이 세상 모든 주의·주장들이 결국은 하나의 일을 하고 있다는 동척사업(同拓事業)을 설명한 이 교수는 "악까지도 선으로 가는 힘이 된다는 말이 있다. 이 사회가 크게 각성하도록 이끌어 가는 일을 우리 소성리 어르신들이 하고 있다"며 자리에 참석한 소성리 주민들을 위로했다.

이 교수는 정산종사에 대해서 "이제는 온 인류가 생존을 함께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정산종사는 광복 후에는 전재동포구호사업을 펼쳤고, 한국전쟁이 끝난 후에는 <건국론>을 저술하는 등 시대마다 평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소성리 어르신들이 정산종사가 세계평화를 위해 기도했던 이 곳 소성리에서 함께 서원을 세우고 힘을 합친다면 이 땅에 평화를 일궈낼 수 있을 것이다"며 "오늘 우리의 평화행동은 장차 세계의 갈등 경쟁을 평화적 흐름으로 바꾸고, 세계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밝혀줄 기회가 될 것이다"고 염원을 전했다.
▲ 소성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첫 번째 평화강좌에 원불교 재가출가 교도와 주민들이 함께 참여해 경청했다.
평화강의에 참석한 초전교당 신상현 교도회장은 "직장을 마치고 소성리에 귀농해 원불교를 만난 지 17년째다"며 "교수님 강의가 인상깊었다. 이제 남은 여생이 짧지만 정산종사의 삼동윤리를 마음에 새기며 살도록 하겠다"고 감상을 전했다. 원익선 원광대 교수도 감상으로 "제 어머니는 경주에 사시는데, 이 곳 어르신들을 뵈니 어머니도 여기에 사셨으면 싸우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고요한 성주골에 사악한 무기를 막아낸다면 평화의 세계가 열릴 것이다. 사드가 물러나면 어르신들과 함께 춤도 추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도심 대구경북교구장은 "어떤 분이 미군이 들어오면 원불교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사드에 있어 우리는 협상은 없다. 미군이 들어오지 않게 끝까지 막아내겠다"며 의지를 밝힌 뒤, "사드는 미국, 중국, 일본 강대국들이 전쟁을 일으키게 만드는 좋은 구실을 제공하는 것과 같다. 전쟁이 나면 승자는 없고 모두가 죽게 된다. 결단코 막아내자"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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