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은 교무/동영교당

 인성이 바른 청소년을 만나면 나는 속으로 참 흐뭇해진다. 이 아이에게서 출가의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청소년 교화의 가장 큰 보람은 단연 출가자 배출이라고 생각한다.

출가자 배출을 위해서 청소년 교화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렇기 때문에 때론 교당의 집기가 망가지고, 교당이 난장판 되더라도 그 모든 모습을 묵묵히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청소년교화를 하는 사람으로서 재정적 문제로 고민하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출생하는 아이는 해마다 줄고, 그에 따라 청소년도 줄고, 출가자도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추세인 요즘, 우리가 주목할 것은 이웃종교인 진각종의 사례이다. 어느 종교나 청소년 보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2년 전 진각종은 전체 예산 중 청소년 예산을 10%로 잡았다고 한다. 우리 교단의 청소년 관련 교정 예산은 현재 어떻게 책정되어 있을까? 그리고 각 교당의 청소년 예산 편성은 어떠할까?

언제부턴가 청소년교화 예산을 조금 써야 주임교무님이 좋아한다는 편견이 생겼다. 왜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쓰는 것인데도 때론 눈치가 보일까? 교화비가 늘 넉넉하지 못하여 사비를 털어서 교화하는 주변 교무님의 이야기가 남의 일만은 아니다. 더 많은 선물과 더 좋은 간식으로라도 청소년들을 교당으로 인도하고 싶은데, 정해진 예산으로 싼 것만 찾으려는 나를 볼 때 애들에게 미안해지기도 한다. 더 많이 투자하지 않고서 더 많은 청소년 교화를 바라는 마음이 과연 인과에 맞을까?

교화를 해오면서 출가자 배출을 위해서 혈심을 다하는 선배 교무님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올해 원광대학교와 영산선학대학교에 단 한명의 여자 신입생도 들어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탄식이 나온다. 어쩌면 예상되었던 일이 비로소 발생했는지도 모른다. 전무출신이라는 문에 들고 싶어도 교단에서는 그 문을 아주 작게 만들어 그 문 앞에서 돌아가는 여학생이 많은 것 같다. 마치 '엄청난 서원과 희생 없이는 들어오지마!' 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리고 독신을 하겠다는 여성만 환영하며 그 문에 들어올 수 있게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 중에서도 특히 여학생들에게는 "교무님 해보지 않을래?" 이 말을 나는 쉽게 하지 못한다. 어쩌다 발심이라도 내는 여학생이 있지만, 결혼은 하면 안된다는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설사 결혼에 관심없더라도 전무출신 지원서를 쓴 다음부터 남학생에 비해 규제되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나는 털어놓을 수 있을까? 수학시절부터 남학생과 여학생은 구별인지 차별인지 모를 서로 다른 기숙사 규제하에 살아간다. 또 '정녀는 이런 모습이어야 해' 라는 교단의 규정된 틀 속에 들어오지 않으면 공부심 없다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이런 잣대에 마음 상하지 않는 여성 교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성을 뛰어넘어 누구에게나 공평한 제도의 문이 열려있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그 사안이 크고 제반되는 문제가 많다는 이유로 이 여성문제는 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듯 하다. 한명의 출가자가 귀한 지금, 이 문제를 연구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별도의 교화단이나 TF팀을 꾸려서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청소년 교화자로 살아가면서 마음 속에는 출가자 배출이라는 서원이 조금씩 커져가고 있다. 올 겨울, 청년 부회장을 영산선학대학 2학년으로 보내고 좌산 상사께 인사드리러 갔을 때, "밥값 했다" 라고 칭찬하셨던 말씀을 잊지 못한다. 나는 교화하면서 교립학교가 있어서 참 다행이고, 학생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중앙교구에 있음에 늘 감사하다.

오늘도 금싸라기 발굴을 기대하며, 우리 청소년들이 세상에 유익주는 공도자 되고 더 많은 아이들이 전무출신의 싹을 틔우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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