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6일 새벽에 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가 성주성지를 침탈했다. "사드 배치는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라던 미 백악관 외교정책참모의 말과는 달리 대선을 13일 앞두고 기습 침탈한 것이다.

사드를 반대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사드 배치를 철회할 수 없도록 '대못 박기'를 할 요량으로 현 정부가 4월 안으로 서둘러 배치할 것이라는 풍문이 사실이 되었다. 사드 배치를 막고자 24시간 철야농성 중인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들, 성주·김천 투쟁위, 소성리 주민들과 사드를 반대하는 평화운동가들이 레이더와 교전통제소, 발사대 등 핵심 장비를 실은 미군 차량 30여대의 침투를 분노와 울분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8천명에 달하는 경찰 병력이 소성리 마을 일대를 철저히 봉쇄했기 때문이다.

성주군민과 김천시민은 물론 원불교 재가출가 교도들이 작년 7월 이후 일년이 다 되도록 더위와 추위, 비바람을 무릅쓰고 어렵게 사드 반대 투쟁을 이어왔건마는 무소불위의 공권력 앞에서 어쩔 수 없는 가슴 아픈 현실이었다. 박근혜 탄핵 이후 황교안 국무총리가 이끄는 무도한 과도 정부는 사드를 성주 소성리에 배치하는 것을 기정 사실로 모든 행정절차를 요식화하면서 급행으로 추진했다.

이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길은 사드 배치에 유보적인 새 대통령의 취임이다. 사드 배치 여부를 국회와 국민의 뜻을 물어 합법적인 절차를 다시 밟아갈 수 있는 대선 후보를 새 대통령으로 뽑는 일이다. 다행한 것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대금으로 10억 달러(약 1조1300억원)를 한국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점이다. 이 요구로 인해 국민의 반미 감정과 사드 반대 여론이 새롭게 일어나고 대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는 예상이다.

한편 사드 배치 철회의 동력은 중국이 갖고 있다고 본다. 중국과 미국의 역학관계로 북한을 움직여 비핵화의 길로 전향할 수만 있다면, 중국과 러시아가 강경하게 반대하는 미군의 사드 한반도 배치를 철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사드 진입을 앞두고 소성리 현장을 중심으로 사드 반대 투쟁을 강행하며 성주성지수호투쟁위를 이끌어 오던 강해윤·양명일 교무 등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소성리 현장에는 당번 출가교화단과 자발적으로 참여한 교무들과 재가교도들이 연이어 집결하고, 가톨릭·개신교 등 이웃종교인들이 합력의 손길로 주민들과 함께 사드 추가 반입을 저지하고 있다.

교단의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의 활동은 사드 장비가 들어왔다고 해서 포기하거나 위축되지 않고 추방 운동의 강도를 더욱 높여갈 것으로 본다. 방송인 김제동씨가 소성리를 찾아 주민들을 위로하고 사드 반대 투쟁에 힘을 실어 준 점과 심상정 대선 후보가 유세로 바쁜 가운데서도 현장에 들러서 무법천지인 소성리의 실상을 파악하고 대선토론을 통해 세상에 드러내준 점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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