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루룩… 샘솟는다
멍든 가슴이 심장을 쥐어짠다.
하늘처럼 땅처럼 믿어온 오늘은


오호 정녕 이런 날은 아니었었네.
고사리 손도 빌고 앙상한 손도 빌고
선남자 선녀인! 재가도 출가도 모두 다 빌었건만


-중략-


늘상 큰 사람 되라고,
몸과 마음 아울러 길러 주시더니
삼동윤리 거듭 설하시고는
뿌리친 듯 그만 가시었네.


-하략-


태타원 송순봉 종사(1934~2013)
〈정산종사전〉 수록



태타원 종사는 정산종사의 차녀로 영광 영산성지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소태산 대종사를 비롯한 선진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자랐다. 원기46년 정산종사의 환후가 깊어지자 간병에 참여했다. 원기47년 정산종사가 열반하자 허무감을 통감하고 생사에 대한 연마에 몰두하는 계기가 됐다.

원기87년에 발행된 〈정산종사전〉 569쪽에 수록된 이 추모시는 스승이자 아버지를 그리워한 내용이다. '주루룩… 샘솟는다. 멍든 가슴이 심장을 쥐어짠다'는 이 시의 서두는 요즘의 성주성지를 말하는 듯 더욱 가슴 아린 울림으로 다가온다. 또한 '고사리 손도 빌고 앙상한 손도 빌고…' 역시 오늘을 두고 말하는 듯 선명하게 살아난다.

'한 울안 한 이치에 한 집안 한 권속이 한 일터 한 일꾼으로 일원세계 건설하자' 염원하셨던 정산종사의 삼동윤리가 하루빨리 이 세계에 실현되기를 기도하는 나날이다.

/둔산교당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