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덕 교무/원불교100년기념관 집행위원장
변화의 중심에는 시민들의 외침이 있었고 촛불이 밝혀졌다

평화와 인권은 원래 발바닥에서 나와 거리에서 힘을 얻었다




존경하는 건축가 한 분이 있다. 스위스 태생인 프랑스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다. 그는 언제나 '인간을 위한' 건축을 했다. 산업혁명 후에 도시로 몰려든 서민들의 주거를 위해 공동주택을 창안하고, 건물에 장식을 제거하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하고자 했다. 그 생명에 대한 존중이 그를 불멸의 건축가로 탄생시켰고, 근대 건축을 절정으로 이끌었다.

그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며 유네스코 문화재이기도 한, 다양한 조개껍데기를 보고 설계했다는 '롱샹 성당'에 깃든 정신은 어떤가. 그는 "나는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이 교회를 건설하면서 침묵의 장, 기도의 장, 평화의 장, 그리고 안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기쁨의 장을 창조하고자 했다. 성스러운 것에 대한 애정에 의해 우리의 노력은 활기를 부여받았다. 이 교회가 당신과 이 언덕을 올라오는 사람들 마음속에 메아리를 일으켜 주기를 희망하며, 겁 없이 짓기는 했지만 충실한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이 교회를 이제 당신께 인도한다"고 말했다.

그가 노년을 보낸 집은 지난 7월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오두막집 '카바농(The Cabanon)'이었다. 그는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했다.

이순신 장군의 우람한 동상과 세종대왕과의 친근한 만남이 있는 광화문광장에 '3평의 평화교당'이 탄생했다. '불법 사드 철회를 위한 무기한 단식농성장'이다. 단식을 시작하고 첫 날 밤을 새웠다. 광장의 특징인 열린 공간으로 누구든 찾아올 수 있지만 밤새 달리는 자동차 소음으로 천막의 고요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며칠만 지나면 소음과 나는 하나가 될 것이고 차디찬 바닥은 내 몸을 가장 아껴주는 버팀목이 될 것이다.

이곳은 2002년 혹독한 겨울, 동두천에서 미군 장갑차 사고로 목숨을 잃은 효순이와 미선이를 살려내라고 외치며 10여일을 단식했던 열린 광장과는 200여 미터 거리에 있다. 5개 종단의 성직자들이 순번제로 담당하여 한 겨울을 지새운 그 사건의 중심에도 역시 미국의 만행이 있었다. 15년이 지나 다시 만나는 미국의 민낯이 동두천에서 광화문으로 이어졌듯이 이번에는 성주에서 또 광화문으로 이어졌다. 그것은 거리의 장갑차에서 롯데골프장을 차지하고 있는 사드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때도 새로운 대통령이 바뀌었고 2017년 4월도 새 지도자를 뽑기 전이다. 다만 그 변화의 중심에 시민들의 외침이 있었고 똑같이 촛불을 들었다.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은 언제나 광장의 촛불이었고, 민중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었고 정의의 외침이었다.

"전쟁무기 사드는 가고 평화는 오라"는 민중들의 울부짖음이 만들어낸 2017년판 3평의 평화교당! 이제 이곳은 평화를 위한 만남이 있을 것이고, 평화를 생산해내는 파란나비의 탄생지가 될 것이며, 평화를 이야기하는 오두막집이 될 것이다. 평화를 향한 대중들의 염원이 이 3평의 솥에서 또 다시 평화의 밥으로 지어질 것이다.

그 터를 닦기 위해서 교무, 신부, 목사, 스님, 천도교 동지들이 하나 되어 천만번의 비움을 목표로 단식을 이어갈 것이다. 또 매일 오후 4시가 되면 세종대왕 동상 앞에 천만 번의 평화를 향한 절 수행을 이어갈 것이다. 온전한 마음, 사무여한의 정신으로 오직 광장의 진실과 민중의 촛불이 힘이 될 것이다.

1600만여 명이 함께했던 광화문의 촛불이 오늘(4월29일)로 마지막이라 한다. 마침이 또 다른 시작임을 알지만 평화, 생명, 인권, 화합, 통일, 전쟁반대의 더 큰 촛불은 이곳 3평의 평화교당에서 이어받을 것이다. 이른 아침 작은 산책길에서 만난 세월호 옆집 식구들 반갑고 또 따뜻하다.

별이 되어버린 0416 추모관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멍하게 그 별들의 이름을 새겨본다. "참 미안합니다. 그러나 용기가 납니다. 우리는 또 다른 별 성주(星州)에서 왔습니다. 우리들의 이름은 '사드말고 평화 별'이라고 합니다. 성주 달산에 전쟁이 났어요. 우리들 소리 좀 들어주세요. 눈물을 닦으려고 하늘을 보니 광화문의 별님들이 반갑게 손을 내민다. 말을 건다. 걱정 말아요. 진도의 별, 소성리의 별, 광화문의 별은 하나입니다."

광화문광장 3평 평화교당은 르 코르비쥐에가 살았던 4평의 오두막집처럼 소박하지만 꿈이 있다. 이곳은 넬슨 만델라가 40년간 살았던 2평의 교도소만큼 작지만 진실의 솥이 될 것이다. 용기와 단결이 필요할 뿐이다. 어쩌면 평화와 인권은 원래 발바닥에서 나와서 거리에서 힘을 얻었고 희망으로 꽃을 피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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