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공 교도/서면교당

불교의 우물에서 나와 큰 종교로 새롭게 거듭나야

거점역할 수행 위해 지구교당 중심 통폐합해야



누군가 인간은 종교적 동물이라고 했는데 이 말은 나를 두고 한 말인지 모른다. 어릴 때는 친구들과 동네 교회를 열심히 다녔고 성장해서는 불교철학에 심취해 한 때 출가를 시도한 적도 있었다. 이어서 천주교 성당을 한동안 다녔지만 정착하지 못하고 그 이후에도 몰몬교, 증산교 등 이런저런 신흥종교를 기웃거렸다. 그러다 쉰 살이 넘어서야 나는 문득 종교에 정착하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예전에 어떤 분으로부터 원불교 얘기를 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서면교당에 전화를 했고, 당시 이양서 교무는 원불교는 불교를 뛰어넘는 새로운 종교라고 했다. 나는 그날로 원불교 교도가 됐다.

〈원불교 교전〉과 〈원불교사상과 종교문화〉란 학술지를 읽으면서 나는 빠르게 원불교 교리를 익혔다. 만유가 한 체성이고 만법이 한 근원이며 모든 종교는 그 근본원리가 하나란 선언은 모든 종교는 형식이 다를 뿐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소 내 생각과 너무나 유사했다. 영육쌍전으로써 진리적 종교 신앙과 사실적 도덕훈련은 예수, 석가와 같은 인격신에 대한 신앙이 아닌, 진리 그 자체에 대한 믿음과 실천이기에 원불교는 새로운 종교인 동시에 위대한 사상이었다. 또한 사은의 천지, 부모, 동포는 자연과 인간과의 상호 불가분의 관계를 의미하며 법률 또한 존재 원리와 관계가 은혜의 실체임을 이해하면서 나는 원불교 교리에 깊이 매료됐다.

하지만 곧 원불교에 대해 실망하게 됐다. 교리와 무관하게 원불교는 전혀 새로운 것 같지 않았다. 법회 형식과 내용도 기존 불교와 크게 다르지 않고 심지어 대부분의 원불교인들조차 원불교가 불교와 같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것이 없고 스스로 새롭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새로운 종교라고 주장하는 원불교를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원불교는 불교에 겉포장만 달리한 것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면 불교를 넘어 모든 종교·사상까지 크게 포용할 수 있는 위대한 새로운 종교인가? 나는 후자라고 믿는다. 따라서 원불교가 진리적 종교로서 세상에 우뚝 서는 것이 대종사님의 뜻이며 새로운 한 세기를 맞이하는 원불교인의 과제라고 확신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우리가 스스로 큰 그릇이 돼야 한다. 이제는 과감하게 불교의 우물에서 나와 모든 종교와 모든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큰 진리의 종교로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축조합, 불법연구회, 원불교로 이어진 원불교 명칭도 모든 종교, 가치, 사상을 포용하는 참된 진리의 종교라는 의미로 원불교보다는 원교(圓으로서 진리의 형상, one 하나의 진리, 존재)로 새롭게 개명을 하면 좋겠다.

원불교의 불이 부처, 법 등을 의미한다면 원 즉 진리와 의미가 중첩되며 또한 우리 스스로 우리를 불교로 가둘 필요가 있겠는가. 또한 진리적 종교답게 법회의 형식과 내용도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염불은 쉽게 한글화해야 한다. 우리글과 말로 그 뜻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젊은 세대와 대중을 설득할 수 있다.

교전도 새로운 비전에 맞게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교전을 쉽게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대중 중심으로 재해석되고 편찬되어야 한다. 우리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교당은 교도들의 종교생활은 물론 교양, 취미, 오락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해야 하며 지역 주민들의 문화 센터로써 역할을 해야 교화도 가능하다. 현재 대부분의 교당은 지역 거점으로써의 기능을 상실한 채 점점 쇠락하고 있다.

교당은 천주교 성당처럼 지역에 큰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규모로 지구 교당을 중심으로 통폐합해야 한다. 현대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의 지식이 결합된 대중지성 집단지성의 시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과 의견이 개인이나 집단의 성장과 발전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불교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 역시 교도들의 다양한 의견 속에 그 답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며 그런 점에서 나의 이 제안 역시도 교도 한 사람의 소중한 의견으로 받아들여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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