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 미소는 자비의 미소
임의 미소는 맑은 호면
한번 뵈오면 삼독번뇌들이
춘삼월 훈풍에 눈 녹듯 하였어라
입을 다무셔도 임의 미소는
속속이 사무치는 무언의 법설
갊으신 한 진리 드러내시니
영겁 다생 길이 전할 불후의 미소.


먼 먼 후일 삶이 다하는 날
영원히 살아남을 임의 미소
머나 가까우나 항시
이 메마른 가슴 속에도
흐뭇이 넘쳐흐를 임의 미소.


천타원 백지명 정사(1937~1973)
〈정산종사전〉 수록


천타원 백지명 정사는 이화여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전무출신을 서원, 원광대 약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진양성에 온갖 정성을 다했다고 전한다. 37세의 짧은 인생을 살다간 그는 정산종사의 삼동윤리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여학생들과 삼동회를 조직해 농어촌 및 고아원과 양로원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던 선진이다.

이 시에서 그가 그리워하는 정산종사의 미소는 자비, 무언의 법설, 불후의 미소 등으로 그려지고 있다. 스승님의 표정을 떠올리기만 해도 '멎었던 피도 다시 흐르고 서려던 맥이 되돌아 뛰었어라'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不狂不及)'는 말처럼 흠뻑 반해야 닮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공전 종사는 천타원에 대해 "영롱한 그의 눈동자에는 언제나 깊은 지성이 빛을 뿜었고, 잔잔한 그의 입가에는 대하는 모든 이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미소가 있었다"고 추모했다. '평화의 세계'를 사랑했던 선진들의 자비 성안의 미소가 성주 땅에 다시 화현하기를.

/둔산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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