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굶는 중이신가요? 아직도 하늘감옥이신가요? 지상에서 인사를 보냅니다. 광화문 광고탑 고공단식농성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 여러분들에게 말입니다.

여러분들을 알게 된 것은 사드반대 단식농성을 통해서였습니다. 교무님들은 여러분들에게 혹여 누가 될까, 그 뜻이 조금이라도 바랠까 싶어 어떻게든 단식만은 피하려 하셨습니다. 굶기를 시작하고도 늘 "더 오래, 더 많이 하고 있는 건너편 노동자분들도 있는데 우린 아직 괜찮다" 하셨지요.

여러분들의 시작은 4월14일이었습니다. 곳곳에서 투쟁해오다 한데 모여서는 6명이 광고탑에 올랐습니다. 가장 높은 곳에서의 가장 처절한 투쟁, 고공단식농성이었습니다. 촛불이 멎었을 때 오히려 활활 타기 시작한 여러분들은, 천만에 달하는 우리 사회 비정규직들을 위해 목숨을 저 높이 내걸었습니다.

사실 우리 교단에서는 노동문제에 큰 관심을 두거나 깊이 개입하지는 못했습니다. 이주노동자 인권, 구의역 청년노동자 열반 같은 사안이 있었을 때 이웃종교와 함께 하는 정도였지요. 이제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에서 팔을 걷어부치던 찰나, 우리는 사드문제를 맞닥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여러분까지의 횡단보도 하나 거리는 아득했습니다.

그런데 교무님들의 단식이 시작되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광화문 광고탑에 '사드가고 평화오라' 플래카드가 걸린 거죠. '세월호 진상규명' 글씨와 나란히 걸린 플래카드는, 여러분들이 직접 찾지 못하는 대신 보낸 뭉클한 동지애요, 뜨거운 연대였던 것입니다.

그러고보니 노동악법과 싸우느라 생계부지도 어려웠을 여러분들은, 누구보다도 일찍 소성리에 다녀가셨습니다. 매일 페이스북에서도 늘 소성리와 사드반대를 교무님들의 단식 소식을 전합니다. 한 분이 실려가는 상황에서도 여러분들은 성주의 밤이 위태롭다며 전국의 노동자들에게 소성리로 향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매일 집회와 투쟁문화제, 거리행진 및 선전전에서도 여러분들은 사드반대 구호를 외쳐줍니다.

8일, 밀짚모자 쓰고 참외를 든 성주 할매할배들이 광화문에 오셨습니다. 한평생 농사 짓느라 비정규직이며 노동악법에는 깜깜했던 할매할배들이 여러분에게 갔지요. 여전히 춥고 배고픈 저 높은 곳을 한번 보고, 아스팔트 위의 여러분들을 오래 바라봤습니다.

언젠간 사드가 물러가 평화를 되찾을 겁니다. 이 땅의 노동자들이 성스럽고 평등한 노동을 하게 되는 날도 오겠지요. 따뜻한 밥 한끼를 나눌 그날까지 즐겁게 투쟁하고 간절히 기도합시다. 광장을 두고 우리는 손을 잡고 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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