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하시기를 "나는 대종사를 뵈온 후로는 일호의 이의가 없이 오직 가르치시는 대로만 순종하였으며, 다른 것은 모르지마는 이 법으로 부처 되는 길만은 확실히 자신하였노니, 그대들이 기필 성불하고자 하거든 대종사의 교법대로만 수행하고 나의 지도에 순종하라. 법을 알기 전에는 고행도 하고 편벽되이 헤매기도 하지마는 스승을 만나 안 후에는 스승의 지도 대로만 하면 되나니라."(〈정산종사법어〉 제1 기연편 10장)

5월을 흔히 감사의 달이라고 한다. 출가 전에는 감사의 대상에 있어 부모가 가장 컸다. 그러나 출가를 하고부터는 순위가 달라졌다. 더 크게 다가온 대상은 바로 스승이다.

대학원 때 고시면접에 필요한 문답지를 받고 한참을 고민한 적이 있었다. 문답지에는 심사(心師)를 적는 곳이 있었다. 그동안 많은 스승님들을 뵙고 공부하고 감사를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선뜻 쓰지 못했다. 충격이었다. 나는 왜 교무가 되려고 하는 지까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원로 스승들은 종종 '우리는 소태산 대종사의 제자'라는 말씀을 한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대종사를 직접 본적도 없고 역사 속에 위인 같은 느낌이 많다. 때문에 심사를 적는데 바로 떠올리기 어려웠다. 내가 직접 보고 느끼고 가르침을 받는 표면적인 분을 스승으로 찾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을 연한다는 건 어떤 걸까? 법문을 보면서 대종사와 정산종사를 떠올렸다. (중략)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송 규는 정규의 지량으로 능히 측량할 사람이 아니로다. 내가 송 규 형제를 만난 후 그들로 인하여 크게 걱정하여 본 일이 없었고, 무슨 일이나 내가 시켜서 아니 한 일과 두 번 시켜 본 일이 없었노라. 그러므로, 나의 마음이 그들의 마음이 되고 그들의 마음이 곧 나의 마음이 되었나니라." (〈대종경〉 제10 신성품 18장)

정산종사는 소태산 대종사와의 만남을 세상에서 제일 크게 기쁜 일로 여겼으며 스승의 은혜 뿐 아니라 친히 찾아 이끌어준 은혜를 하나 더 입었다고 말했다. 둘은 진정 마음을 연한 사제지간의 표본이며, 하나의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나와 대종사의 관계는 어떤가. 대종사와 정산종사같이 마음을 연한 사제의 관계일까.

나는 어릴 적 원불교를 만나 현재 대종사의 교법을 전하는 교무가 됐다. 기억하지 못할 뿐 나와 대종사는 꽤 지중한 인연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정산종사와 같이 마음을 연한 사제의 관계였을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 원불교를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인데 이 작은 종교를 택한 것도 모자라서 출가까지 한 것을 보면 단순히 표면적으로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우리의 관계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대종사와 내 마음이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어떻게 대종사의 법을 전할 수 있을까. 순간 내가 참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껏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제일 먼저 대종사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전하지 못했음을 반성하게 됐다. 이 법으로 부처되는 길을 확연히 알게 해주고, 인도해 준 나의 참 스승 소태산 대종사에게 고개 숙여 가슴 깊이 감사드리며, 스승의 지도와 교법대로 수행하고 실천하는 참 제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광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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