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되면 거의 모든 나무들의 잎이 푸르름을 더하게 되어 나무 관찰하기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행복한 계절이 되는 셈입니다. 그 반면에 모든 나무들이 나름대로 제 자랑을 하고 있어서 어느 나무를 골라서 소개할까도 제법 머리 아픈 과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역으로 생각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나무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연초에 소개한 소나무가 그 하나겠지요. 소나무는 침엽수이면서 상록수입니다. 소나무와는 정 반대편에 서 있는 나무, 즉 잎이 넓은 활엽수이면서 잎을 떨어뜨리는 낙엽수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사랑받는 나무는 무엇일까요?

저는 그 질문에 감히 느티나무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느티나무는 우리에게 너무 가까이 있어서 오히려 대접받지 못하고 있지 않나 싶을 정도입니다. 모든 공원에서 그리고 모든 주거단지 안에서 느티나무는 절대로 빠지지 않는 나무입니다. 차량보다는 사람들의 왕래가 더 잦은 작은 길의 가로수로도 많이 심어져 있습니다. 도심의 넓은 길에는 느티나무가 지나치게 울창한 가지를 드리우는 성질 때문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만.

더욱이 우리나라 어느 산이나 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인 느티나무이지만, 오히려 그렇게 흔하기 때문에서라도 저 같이 나무에 빠져 있는 사람 외에는 별로 많은 사람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눈에 띄는 꽃이나 열매를 맺지 않고, 잎 모양도 길고 갸름한 타원형으로 평범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렇게 평범하고 흔하기 때문에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한 셈입니다.

그래도 우리 민족은 옛날부터 이 느티나무를 참으로 사랑했나 봅니다. 남한 땅 어디서나 마을 정자나무의 대다수는 느티나무가 차지하고 있고, 마을의 길흉사 때 모여서 기원하는 장소인 성황당을 지키는 나무로도 느티나무를 심었습니다. 오래 된 절을 방문했을 때 크고 멋진 고목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셨다면 아마도 십중팔구 느티나무일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왜 그렇게 느티나무가 사랑받았을까요?

안동 하회마을 삼신당에서 찍은 600살 넘은 느티나무.

느티나무는 높이 자라면서도 가지를 참으로 넓게 펼쳐서 큰 그늘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동네 한가운데에 이른바 정자나무로 심어서 온 마을 사람을 다 모이게 하는 마을회관 구실을 하기에 참으로 적합하였고, 그 큰 실루엣 때문에 마을 입구의 이정표 노릇을 하기에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시골길을 달리다가 차를 세우고 멋진 느티나무 사진을 찍은 것이 부지기수입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분당 아탑역 광장 한가운데 있는 200년 넘은 느티나무일 것입니다. 아마도 분당이라는 신도시를 개발할 때 모든 것을 갈아엎으면서도 이 나무의 신령스러움은 보존하고 싶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덕분에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이 그 나무 그늘에 만들어진 벤치에 앉아 쉬는 장소가 되고 있지요. 아마도 느티나무가 당산나무 역할을 하는 이유도 바로 이렇게 오래 살기 때문에 신령스런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식물학자 임경빈 선생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1000년 이상의 나이를 먹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어 노거수로 보호되고 있는 나무들이 64그루로 집계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 느티나무가 25그루로 가장 많다고 합니다. (2등 은행나무로 22그루)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느티나무지만 이 기회에 한번 자세히 돌아보지 않으시렵니까?

/화정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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