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꿈과 희망, 삶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 충청남도 제1호 사립미술관인 임립미술관은 1800여 평 규모. 그 넓은 대지면적에 3개 전시동과 2개의 연수원동이 있다.
5940㎡ 규모, 충청남도 제1호 사립미술관

공주국제미술제, 명실상부한 중부권 최대 미술행사



충남 공주, 그 서쪽에 '닭의 볏을 머리에 쓴 용의 모습을 닮았다'고 전하는 계룡산 자락이 펼쳐진다. 백제의 수도였던 명성답게, 충남의 중심부에 위치해 한국 역사와 문화의 맥을 이어온 그곳에 임립(林立)미술관이 자리해 있다.

충청남도 제1호 사립미술관

임립미술관은 1996년에 건립돼 이듬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충남의 제1호 미술관으로 등록했다. 봄꽃이 만발한 야외조각공원이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5940㎡ 규모. 그 넓은 대지면적에 3개 전시동과 2개의 연수원동이 있다. 공연장과 호숫가 산책로를 지나 캠핑장까지, 개인이 운영하는 미술관의 개념을 훨씬 넘어선 복합문화공간이다.

신은주(임립미술관 부관장) 수석 큐레이터가 미술관의 주요사업들을 소개했다. "전시, 교육, 연구, 지역주민의 문화 체험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한 그는 "전시행사의 목적은 지역미술가의 발표와 교류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차세대 미술가를 발굴 양성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역주민들에게 미술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자는 것에 같은 의미를 둔 취지다.

"그래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향토작가 초대전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교류와 발표를 목적으로 2000년부터 시작했다. 충남 지역의 미술가들을 초대해 작품을 발표하고 교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그는 "지역주민들에게 미술작품 향수권을 확대하는 일도 중요하다. 지역의 미술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일이다"고 설명한다.

임립미술관의 빼놓을 수 없는 기획전은 공주국제미술제다. 국제교류를 통한 지역미술의 발전을 목적으로 2004년 시작해 해마다 진행하고 있다. 매년 관람인원이 10만이 넘는, 명실상부한 중부권 최대 미술행사로자리잡고 있다. 미술가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여느 지역의 미술행사와는 달리, 지역주민과 미술가들이 함께 만들고 즐기는 시민중심의 미술제로 특성화되고 있다는 점도 공주국제미술제가 주목받는 이유다.

매년 상·하반기 각 1회씩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를 초대하고, 작품을 전시하는 특별기획(초대)전을 개최하는 것도 지역 미술가들에게는 새로운 창작 모티브를 제공하는 일이다. 어린이와 학생들, 젊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현대미술에 대한 실제적인 교육의 기회가 되고 있다.
▲ 미술의 창의적 특성을 일상에 적용하고, 삶의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특성화된 임립미술관 교육

임립미술관의 교육 프로그램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미술관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으로 구분해 진행하고 있다.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미술작품 감상을 통해 미술의 창의적 특성을 일상에 적용하고, 삶의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다. 성인들을 위한 '미술특강,' '미술실기-유화, 수채화, 소묘, 재료기법,'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창작아카데미,'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일요미술놀이교실'이 진행되고 있다.

미술관 전문 인력양성을 위한 실무교육은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필요한 전시, 교육, 유통에 필요한 인력을 실무를 통해서 교육한다. 학예사(큐레이터 인턴십), 교육사(에듀케이터 인턴쉽), 작품 보존 및 관리 분야, 미술관경영 및 마케팅과 관련한 전문화된 실무 교육프로그램이다.

이밖에도 10년 넘게 진행하고 있는 임립미술관 어린이미술실기대회는 그리기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탐구하고 발표하는 특성화된 프로그램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또 개관 이래 지속적으로 미술작품을 구입하거나 기증을 받아 수집· 보관하고, 주기적으로 소장품을 전시하며 현대미술의 흐름을 연구하고 있다. 특별히 임립미술관의 연구 활동은 미술이 일상과 교육에 미치는 영향과 사회적 경제적 교육적 가치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학술행사를 병행하고 있다.
▲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 임립 관장.
임립 관장을 만나다

미술관을 산책하면서 마주쳤던 이. 작업복 차림으로 정원의 잡초를 뽑고 돌을 옮기며 정원을 가꾸고 있던 이가 임립미술관 임립 관장이었다. 늦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가슴속에서 건져 올렸다. 그는 "몇 시간씩 학교를 걸어다녀야 했던 시절, 농촌이 불편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어린나이에 생각했던 것 같다"며 화가로서 꿈을 키워갔던 학창 시절을 회상했다.

서라벌예술대학(현 중앙대학교)과 중앙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대전 보문고등학교 미술교사로 10년을 재직했다. 이후 배재대학교 교수를 거쳐 충남대학교 교수로 30년 동안 강단에서 미술에 대한 강의를 했다.

"미술교육자로 평생을 살아오면서 미술관에서 보고 경험하고 듣는 것이 그 누군가에게 꿈과 희망, 삶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미술관을 세우게 됐다"는 그는 "외부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미술관을 세우는 일도 어려웠지만, 개인이 미술관을 유지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고 말을 이었다.

"때로 지치고 후회될 때도 있지만, 관람객들이 미술관 작품을 감상하고 미술관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고 가는 것을 보면 힘든 일을 모두 잊게 된다"는 그는 "잡초를 뽑고 돌을 옮기고 길을 내고 나무를 심고 다듬으면서 관람객을 기다리는 마음이 있다. 어린이들이 자연 속에서 뛰놀고 미술체험을 하면서, 자연과 작품을 보고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안목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어려움을 이겨나갔으면 하는 마음이다"며 어린아이 같이 순하고 맑은 웃음을 보인다. '누군가는 마당을 쓸고 가야 다음 세대가 살아가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는 그, 순하고 맑은 웃음이 그의 얼굴에 한층 깊어진다.

14인의 화가가 그려내는 자연

임립미술관은 2017 특별기획으로 '충청작가초대전-14인의 화가가 그려낸 자연'을 18일까지 전시 중이다.

작가들의 독특한 시각으로 표현한 작품들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충실하게 묘사하고 있다. 권관용, 김시숙, 김종연 작가는 일상의 공간으로 들어와 우리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자연의 모습을 표현한다. 권미영, 권하은, 김순미, 김천길, 문은자, 박혜진, 송남숙, 윤이화, 최일기, 함정수, 허귀옥 작가는 작가의 시선을 빼앗은 자연의 모습과 그 이유를 표현하고 있다.

봄꽃 만발한 호숫가 휴게실에서 큐레이터와의 커피브레이크 그리고 에듀케이터의 자연주의 미술에 대한 해설 '즐거운 아트토크'를 내 일상으로 들여 보자. 그렇게 5월 어느 하루는 행복해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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