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가 참사 1073일 만에 물 위로 올라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5일 뒤 해양수산부는 '3주기 전 인양'을 발표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때부터 적극적이지 않았던 정부

해경 경비정 123정장만 3년 징역형, 해경지휘부 면죄

2기 특조위에 참사원인·인양지연 진상규명 기대 높아




5월 황금연휴에 찾아간 목포의 하늘은 하루 종일 흐렸다. 이날 목포신항을 찾은 추모객들은 세월호가 보이는 철망에 노란 리본을 묶으며 미수습자들의 조속한 수습을 기원하고 희생자들을 기렸다. 철조망에는 '미안하다', '잊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담긴 노란리본이 물결을 이뤘다. 우리는 정말 잊지 않았을까?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세월호가 올라왔다. 세월호 선체를 인양했으니, 이제는 진실을 인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목격자, 관련자들의 기억이 조금씩 희미해져 가고, 바다에서 나온 세월호 선체는 녹슬고 망가졌다.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아홉 명의 빠른 귀환을 바라며, 지난 3년간 세월호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기로 했다. 잊지 않기 위해서.

세월호 인양, 안했나 못했나

참사 초기 미수습자 수습을 위해 가족들이 인양에 반대했던 건 사실이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더 이상 수색이 힘들어지자 미수습자 가족들이 수색 종료에 합의한 것이 2014년 11월11일이었다. 수색 중단 직후부터 가족들은 '조속한 인양'을 요구했지만 공식 인양 결정은 이듬해인 2015년 4월22일에 나왔다. 그 사이 보수 언론과 여권에서는 '인양 낭비론'이 제기됐다.

정부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때부터 진상규명과 사후 대책마련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는가 하면 무력화시키기에 급급했다. 심지어 정부는 보수단체를 동원해 세월호 유가족을 폄훼하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반대하는 시위를 열도록 주도한 의혹까지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인양을 결정한 이후에도 인양업체를 선정하기까지 3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마저도 기술력이 가장 뛰어난 업체를 골라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기술 평가에서 최하점을 받은 상하이샐비지가 인양업체로 선정된 단 하나의 이유 '적은 비용'이다. 상하이샐비지는 사전조사 부족으로 해저면 굴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016년 11월 완료 예정이었던 '리프팅빔' 설치를 연말에야 끝냈다.

이에 1년 이상 작업하던 '플로팅독' 방식을 포기하고 '탠덤리프팅' 방식으로 바꿨다. 가장 적은 비용을 선택했지만 결국 애초에 다른 업체들이 제시한 만큼의 비용이 들어간 것이다. 이번에 인양에 성공한 방식은 입찰에 응모했다가 탈락한 업체가 애초부터 주장해온 방식이다. 인양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는 유가족과 해양전문가의 의견을 따랐더라면 시간을 단축할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종합해보면 정부가 인양을 못한 것이 아니라 안 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이 탄핵되자마자 5시간 만에 정부가 전격적으로 선체 인양을 결정하고, 만 하루면 가능한 선체 인양을 3년이 되도록 하지 않았던 것만 보더라도 이런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미진했던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인양 지연의 중심에 박 전 대통령과 정부가 있었다고 의심해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책임자가 제대로 처벌받았나

세월호 선장 이준석은 승객들을 퇴선시키지 않고 도주해 살인죄로 기소돼 유죄 판결(무기징역)을 받았다. 함께 살인죄로 법정에 선 1·2등 항해사는 선장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며 유기치사죄만 인정됐다. 그러나 선장이 승객을 내버려둔 채 선원들에게만 퇴선 명령을 했다면 그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다. 선원들은 승객들이 다 퇴선할 때까지 자신의 자리에서 임무를 완수해야 했다. 승객에 대해 살인죄를 저지르는 상황까지 선원들이 선장의 지시에 복종할 이유는 없다. 특히 1·2등 항해사의 살인죄를 부정한 법원의 판결이 비판받는 이유다.

해경 중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100t급 경비정인 123정장 김경일만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기소됐다. 123정장은 △사고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세월호와 교신하지 않았고 △퇴선 방송을 하거나 대원들을 세월호 갑판에 올려보내 퇴선하라고 소리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역 3년형을 받았다.

123정장은 재판 때 해경 지휘부에 비해 특별히 다른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항소이유서에서 "해양경찰청, 목포해양경찰서 등 상부기관도 보고를 받고 지휘를 했는데 그들과 달리 말단 현장지휘관인 피고인에게만 죄를 묻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고 항변했다. 사실관계를 보면 일리가 있다. 해경 지휘부는 구조 작업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방해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법원도 "20여 차례 보고를 요구해 구조 활동에 전념하기 어렵게 하고, 조난 사고에 대한 교육·훈련도 소홀히 하는 등 해경 지휘부도 공동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형사처벌을 받은 해경 지휘부는 없다.
▲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팽목항 노란 리본과 종.
앞으로의 과제는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선 체계적으로 조사를 전담할 기구가 필요하다. 그래서 지난 2015년 1월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세워졌다. 전 국민의 열망을 담아 출범했던 특조위는 1년 9개월 남짓 활동 기간 내내 식물인간 상태였다. 정부 여당의 끝도 없는 방해 공작 속에 신음하던 특조위는 결국 지난해 9월 강제 폐쇄됐다. 특조위는 진상조사를 위해 구성된 유일한 조직이었으나 인양된 세월호를 보지 못한 채 미완의 과제를 안고 활동을 중단했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특별법'이 통과됐다. 선체조사위원회는 특별법이 정한 대로 사고원인 조사와 선체처리계획 수립은 직접 수행하고, 미수습자와 유실물 수습은 주체가 아닌 점검 역할을 한다. 선체조사위 활동기간은 6개월이고 4개월 연장할 수 있다. 선체조사위가 6개월간 활동을 마치면 '2기 특조위'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2기 특조위법'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1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상태다. 국회법상 33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기 때문에 늦어도 오는 11월 중에는 국회 통과가 가능하다. 2기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관련해 선체조사위보다 한층 광범위한 권한을 갖는다. 선체조사위가 세월호 선체 자체에 집중하는 것에 비해 특조위는 선체 정밀조사뿐 아니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원인과 이후 정부 대응과정까지 폭넓게 조사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은 제2, 제3의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선행돼야 할 국가적 과제다. 안타깝게 희생당한 이들과 유가족,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아픔과 고통 치유하기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의무이자 최소한의 도리다.

정부는 이제라도 진상규명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것만이 그동안 정부가 자행해왔던 잘못과 무책임을 속죄하는 유일한 길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