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 김동명 교도/계룡·도곡교당
많은 교당과 기관, 자력으로 역할 다 하고 있는지

선택과 집중, 버릴 것 버리고 합칠 것은 합쳐야



집에서 차로 30분 정도 거리에 교당이 10개 정도 있다. 수도권 출퇴근 시간을 고려하면 우리 동네라고 할 수 있는 거리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5개 정도의 교당을 한두 번 정도밖에 가보질 못했다. 내가 다니는 교당처럼 일요일 법회나 정기 행사 외에는 별다른 일이 없기 때문에 소속된 교당을 두고 찾기란 여간해선 어렵기 때문이다.

교당에는 교무님이 계신다. 출석 교도가 열 명이 채 안 되는 교당에도 교무님이 계신다. 교도수와 상관없이 교무님들은 늘 바쁘다. 지나는 길에 들른 교당에서 교무님을 만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회의도 많고 교육도 훈련도 많다.

출석교도가 십여 명에 불과한 교당에도 회장이 있고, 단장이 있고, 중앙이 있다. 봉공회도 있고, 청운회도 있고 이런저런 조직들이 있다. 연로하신 분들을 제외하면 몇몇 연로하지 않은 교도가 챙겨야 할 일들은 언제나 부담일 것이다. 막연한 기대로 힘겹게 꾸려가는 모습이 대단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위태위태하기도 하다.

몇 해 전 원불교 교당·기관 일람표를 처음 접하고 놀람을 금치 못했다. 이 많은 교당과 기관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과연 그 많은 교당과 기관이 자력으로 그 기능과 역할을 다 하고 있는지, 어쩌면 한두 명의 교무와 교도가 힘겹게 꾸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제넘은 걱정이 들었다.

자력 생활을 이야기하면서 자력이 되지 않는 외연의 확장이 오히려 교화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신임 교무의 부족에 따른 어려움과 문제점을 이야기할 때 그 수많은 교당과 기관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교무의 수를 더 줄여야 하는 게 아닐까 라고 생각했었다.

신도수 5만 정도의 개신교 대형교회의 교역자 수는 30~40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주어진 환경과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숫자로만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교무님들은 너무 바쁘다. 신앙생활을 하기에 제일 힘든 직업이 교무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다.

개신교 대형교회의 신도수가 줄지 않는 이유가 성전과 교육관 건축, 부활동산(교회묘지) 구입헌금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과 신분 노출의 최소화, 무엇보다 교회 내 다양한 직분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다. 신앙생활을 편리함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어쩌면 과도한 직분이 신앙생활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면면 촌촌에 학교가 있을 것은 물론이요, 동리 동리에 교당과 공회당을 세워 놓고 모든 사람들이 정례로 법회를 보게 될 것이며'라고 한 대종사님 말씀처럼 면면촌촌에 학교가 생기고, 동리 동리에 교당과 공회당이 생겼지만 이제 면면촌촌, 동리 동리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도시화로 인한 행정구역의 변화와 도로, 자동차 등 교통의 발달에 따른 동선의 변화에 '동리 동리'라는 단어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대종사님 탄생지 주소도 전남 영광군 백수읍 길용리가 아니라 이제는 백수읍 성지로이다. 오히려 '관·혼·상·제 등 모든 의식이나 법사의 수시 법회나 무슨 회의가 있으면 거기에 모여 모든 일을 편리하게 진행 할 수 있는' 교당의 역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교무들은 자주자주 쉬고 놀고 여행가고 경험하고 느껴야 한다. 쉼 속에 창의력이 있다. 시대의 변화에 먼저 적응하고 그 새로운 힘으로 새 시대 교화에 앞장서야 한다. 교도들은 즐거워야 한다. 특히 우리 교당이라는 틀을 벗어나 우리 원불교 안에서 즐거워야 한다. 우리 교당, 우리 단이 아니더라도 서로 낯설게 하지 않아야 한다.

새로운 백년은 지난 백년과는 다른 어법으로 이야기하면 좋겠다. 먼저 교무와 교도가 즐겁고 행복한 신앙생활이 되었으면 좋겠다. 공익을 우선하더라도 즐겁고 쉬운 길도 있을 것이다. 선택과 집중은 버릴 것을 버리는 데 있다. 하지 않아도 될 것을 안 하는 것이다. 합쳐도 될 것은 합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손에 쥐고서 차마 버리지 못해 우물쭈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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