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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마음 상담현장.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했어요”
둥근마음 상담현장.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했어요”
  • 김혜연 교도
  • 승인 2017.05.19
  • 호수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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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연 교도/둥근마음상담소 상담사, 서울 정토교당
▲ 김혜연 교도/둥근마음상담소 상담사, 서울 정토교당

어느 날 전화가 걸려왔다. "선생님 저예요, ○○예요" 하신다. "아, 어떻게 지내시나요" 하니 "상담이 끝났을 때처럼 마음이 편안하고 죽고 싶다거나 그런 마음은 없고요, 선생님 목소리 한번 듣고 싶어 전화했어요" 하신다. 처음 불길한 생각에 철렁했던 가슴이 편안해졌다.

둥근마음상담연구소와 정부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상담했던 ○○씨는 시골 외할머니를 연상케 하는 수더분하시고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였다. 첫 대면에서 검사지를 주니 '나는 글 몰라요, 읽어주세요' 하셔서 깜짝 놀랐다. 70살이 되도록 얼마나 답답했을까 하는 짠한 마음이 올라왔다. 검사지를 읽어주며 검사를 마치니 결과는 아주 심한 우울이었다.

"시댁 조카가 우리 친정에서 돈을 많이 빌려다가 일수를 했는데 폭삭 망해버려서 친정식구들한테 미안하고 남편한테도 미안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죽고 싶어요, 오래 전에 우리집 아래층 창문에 사람이 매달려 있다 떨어져 죽는 것을 보고 저도 창문만 보면 그때 그 생각이 나서 죽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서너번씩 들어요."

어려서부터 돈을 벌어야 했던 그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식모살이를 하다가 돈을 더 준다고 하면 옮겨가기도 했고 돈되는 일은 무엇이든 했다. 그러던 중 아는 사람으로 부터 오랜 세월 동안 폭행과 성추행을 당하면서도 죽을 수도 없고 돈을 벌어야했던 서러움, 억울함, 분노로 눈물을 펑펑 흘렸다. 누구한테도 말 못하고 70살이 되도록 가슴에 묻어두어야 했고 남편한테 늘 미안한 마음으로 살고 있었고, 조카가 돈 실수까지 했기에 친정식구들과 연락도 하지 못하고 살고 있었다.

사는 것이 얼마나 한스럽고 억울한지 상담을 통해 그동안 묻어두었던 상처, 씻을 수 없고 더럽다고 치부해버린 아픔들을 꺼내 얘기하고, 내담자의 잘못이 아니라고 공감을 했다. 그러다보니 조금씩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낀다고 했다. 조카의 돈 실수도 친정식구들한테는 미안한 일이지만 ○○씨가 주라고 한 것도 아니고, 본인들이 이자 받으려고 준 것이 아니냐고 공감을 해주었다. 그렇게 우울하고 죽고 싶은 마음을 이기려 운동도 하고 염불도 하고 텔레비전 보고 박장대소 등 많은 시간을 함께 하게 됐다. 상담이 진행되면서 죽고 싶은 마음이 드는 횟수가 줄어들고 편안해짐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어느 하루는 친구 얘기를 꺼냈다. 친구는 우울증이 있었는데, 5년 전 남편의 외도로 그만 약을 먹고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친구가 하소연을 했는데 그 말을 가볍게 여기고 도와주지 못한 점이 친구를 죽음으로 가게 한 것이 아닌가하여 많이 괴로워했다.

그때 마침 어느 기관에서 자살자의 영가를 무료로 천도재를 지내 줄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지내게 되었다. 그 후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으며 죽고 싶은 생각은 많이 없어졌고 남편의 지극한 보살핌과 사랑이 있어 살아갈만하다고 했다.

끝날 무렵 소원을 물으니 한글을 배운 다음 운전면허를 따서 운전하는 거라 했다. 곧 한글공부를 시작했고 상담자가 필통과 연필, 노트를 선물했더니 처음으로 필통 선물을 받았다고 좋아했다. 그 흔한 필통에 저렇게 좋아하다니, 누군가로부터 관심을 받는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했으며 한글공부는 주민센터에서 계속하기로 했고, 이제는 생활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고 하여 마무리된 만남이었다.

70살이 되도록 가슴에 묻어두었던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아픔을 들어주고 함께 해주고 공감해 주면서 마음이 살아나게 되고 다시 살아볼 마음이 났던 사례였다.
우리가 가야할 길 추구하는 세상 낙원세상이 건설되도록 하는 것에 한 몫이 아닐까 하는 상담자도 뿌듯해진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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