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마 렉세 쏘모 교수 특강
국제부·종교문제연구소 주관

샤카디타(Sakyadhita, 붓다의 딸) 인터내셔널 세계불교여성협회 창립자이자 미국 샌디에이고대학 불교학 교수인 까르마 렉세 쏘모 스님(이하 쏘모스님). 그가 원광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와 교정원 국제부 초청으로 22일 중앙총부 법은관에서 '불교여성의 미래'란 주제로 특강을 펼쳤다.

그는 "1960년대 이래 불교는 자기윤리, 심리학 등 서구사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쳐오면서 정치, 사회, 예술 깊은 곳까지 자리잡는 발전을 이뤘다"며 "그러나 불행하게도 여성불자들에 대한 인권은 여전히 소외당하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

쏘모 스님은 21세기 현재에도 여전히 불교에서 차별받는 여성불자들을 소개했다. 나이많은 비구니스님이 젊은 비구스님에게 절하는 폐단, 걸식에서도 남성불자들은 요리된 음식을 받을 수 있지만 여성들은 생쌀과 야채만 받아야 한다는 계율, 5~10배 많은 헌공금을 남성불자들이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 등 다양했다.

관세음보살도를 보인 그는 "관세음보살이 인도에서는 남성으로 그려졌으며, 중국에서도 12세기까지 남성이었다"며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는 여성성으로 상징됐기 때문에 자비를 상징하는 관세음보살도 역시 점차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화된 것이다"고 말했다. 불교는 남성의 역사라 평가받는 데 따른 이견을 제시한 것이다. 이외에도 불교역사와 설화 속에서 등장한 여성불자들이 성취한 높은 수행력을 소개하며 "우리는 성 정체성에 대해 그다지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적어도 불법을 믿는 우리들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어떤 모습으로도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며 남녀에 대한 차별심을 내려놓기를 주문했다.

그는 "한국에는 세계적으로 훌륭한 여성불자들이 많이 배출됐는데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나는 한국의 불교와 함께 원불교가 세계여성불자를 위해서 큰 일을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우리는 우리의 지혜와 자비를 일깨우고 이 무한한 가치를 적용시켜야 하는 특별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여성은 절대적으로 세상을 바꿀 힘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시절 도서관에서 읽은 불교서적에 매료돼 불교신자가 되기로 결심했던 쏘모 스님은 네팔, 인도, 티벳, 일본 등 아시아 전역을 돌며 스승을 구했으나 불교의 남녀불평등 현실을 직면하게 된다. 이후 구도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티벳불교의 스승 달라이라마를 만나 수행에 매진해 1977년 프랑스에서 사미니계를 수여받았다. 그러나 티벳불교는 비구니 전통이 없어 유일하게 비구니스님이 비구니계를 전수하는 한국으로 건너와 구산스님을 만났고 불명인 혜공을 받으며 범어사 혜춘스님을 소개받는다.

한국 비구니 승단을 최초 조직한 혜춘 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수행정진한 결과 가사와 함께 비구니계를 전수받게 돼, 티벳승려이자 한국 스님으로 최초다. 지금은 세계불교여성협회를 통한 활발한 국제 포럼 활동과 가난하고 소외된 세계 어린 여성들을 돕고 교육하는 자양 재단(Jamyang Foundation)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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