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 여도언 교도/해운대교당
사드 보호 명목으로 무력으로 밀어붙인 정부

국민을 주인으로 대접해야 국제사회서도 제 힘 발휘



너무나 억울하고 서럽고 황당하다. 사드장비를 실은 미군 트럭들이 성주의 지방도로를 질주하던 지난 4월 26일 새벽은 조용한 농촌 마을을 충격 속에 빠뜨렸다. 이들에게 순순히 길을 터준다며 경찰은 자국민을 폭행했다. 내 나라 내 땅 내 길에서 사드 배치보다는 평화를 달라고 간절히 호소하는 국민을 짐승몰이 하듯 밀어붙였다. 평화를 외치는 국민의 피맺힌 절규에는 귀먹었으나 사드를 보호하겠다는 극진함은 하늘을 찔렀다.

평화를 희원하는 선한 민초들을 상대로 적군을 섬멸하듯 작전을 펼친 정부였다. 무기는 비밀스럽게 배치해야 한다고 억지를 부린다. 무기 배치는 소란스럽지 않도록 속전속결로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민의 소리를, 환경영향평가를 '소란'이라며 뭉갤 수는 없는 것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정신을 작금의 성주에서는 조금도 찾을 수 없었다. 눈물을 닦아주고 하소연을 들어줘야 할 정부가 되레 벌집 쑤시듯 시골 동네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가슴 열고 손을 건네는 따스함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학대 받는 강아지를 보면 마음 아파하고 먼 대륙의 아이들이지만 배고파서 흘리는 눈물을 볼 때 가슴 미어지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 보통 아닌가. 사람이 아니어도 내 동포가 아닐지라도 누군가가 곤경에 처한 경우를 보면 연민의 정이 솟는다. 사람은 따스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생령은 소중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평화를 요구하는 국민을 폭력으로 밀어붙인 정부에게 따스한 가슴이 당초 있기는 한 것일까. 거대한 정책이 국민을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작아도 국민을 공감시키는 정책이 행복지수를 높인다. 국가적 웅장한 담론이 아니라 힘없는 이들의 억울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토닥여주는 아량이 민초들을 편안하게 한다. 문재인정부는 민초들의 친구가 되어주길 기대한다.

사드배치를 끔찍이도 요구하는 사람들은 자식을 사랑하고 신앙을 가지며 화훼농장을 찾아 꽃도 사는 이웃들이다. 자주 만나게 되고 회식을 함께 하기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지리적 공간이 약간만 떨어져 있어도 힘없는 이웃들이 겪는 고통의 크기를 잘 생각하지 않는다. 사드배치가 결국 내 아들 딸과 손자녀들의 미래에 곤경을 주게 된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 내 가족에 대한 사랑은 한없이 크지만 한 다리 건넌 사람의 아픔을 모른척한다.

이데올로기적 견해를 모든 가치판단 위에 둔다. 해리슨 미군 태평양 사령관이 한국의 사드는 MD 전략 일환으로 중국에 대한 방어용이라고 말하는데도 이들은 무조건적 배치를 주장한다. 코리아 패싱을 불러온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도 눈을 감는다. 정치 경제 사회적 영향을 따지지 않는다. 안보 외의 다른 의견엔 귀를 닫는다.

무기 생산은 이윤에 기반을 둔다. 안보지상주의가 마당에 자리 깔리면 무당이 칼춤을 추듯 탐욕스런 무기판매업자들의 활동은 거칠 것이 없어진다. 사람들에게 불안을 고조시키고 무기의 필요성을 부각시킨다. 안보지상주의에 얹혀서 모든 이슈는 떠내려간다. 국방전문가가 아니라 전쟁전문가가 목소리를 키우고 국가적 어젠다를 점령한다.

민초들은 움츠려들고 공권력이 날을 세운다. 한반도 위기설이 진정국면으로 들어섰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채찍과 당근'을 내놓으면서 북한정권과 대화에 나설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우리 해역에 들어오고 '모든 폭탄의 어머니'라고 하는 모압(MOAB·공중폭발 초대형폭탄)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했을 때만해도 한반도 상황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평화에 대한 공감 영역을 찾기가 힘들었다.

알박기가 된 사드를 빼지 않는 한 정국 불안은 다시 도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성주에서 국민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서둘러 끝내야 한다. 이 땅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주민들이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새 정부가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존재감을 찾고 목소리를 높이는 길은 대한민국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을 주인으로 대접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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