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 이후 많은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생각해보면 '비정상의 정상화'일 뿐인데,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지지를 받고 있는 것 같아 새삼 위로가 된다. 최근 외교와 안보라인 인선 등 내각 인선 발표 못지않게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이 지인들에게 '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제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확고한 '퇴장'의사로 2선 후퇴를 선언한 것이다. "머나먼 항해는 끝났다. 비워야 채워지고, 곁을 내줘야 새 사람이 오는 세상 이치에 순응하고자 한다"는 양 전 비서관의 문자 메시지. '잊혀질 권리를 허락해 달라'는 그의 말이 지금도 마음에 각인돼 있다.

서설이 길어졌다. 교정원 기획실이 '열린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교정원장과 함께하는 열린 토론'으로 '원불교 2세기, 길을 묻다'라는 주제 하에 총 다섯 번에 걸쳐 기획하고 있다. 교정 정책에 대한 의제를 중심으로 자율진행 방식으로 진행하되, 의제에 따른 재가출가 교도들의 의견을 최대한 청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스타트는 서울교당이었다. 교화를 의제로 첫 번째 '열린 토론' 자유발언 시간.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던 자유발언의 핵심은 '설교'였다. '교당은 신앙 수행과 기도, 상시 문답감정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이제는 설교가 전부가 아니다'는 맥락의 발언들이 이어졌다. '신앙수행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항상 연구하는 열린 교당'을 교도들이 원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설교가 전부가 아니다'는 말의 기저에는 설교 내용의 함량 미달도 적시하고 있다. '교무들의 설교만으로는 교도들을 감동시키기가 어렵다' '설교의 비중을 낮추고 위로와 감동을 줄 다양한 법회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는 말들이 오고갔다. '교도들의 의식이 높고 주관이 있다'는 말로 설교에 대한 기대감을 애써 에두르고, '시대 코드를 담아내는 설교를 해달라'는 발언과 함께 '실천과 일심에서 나오는 설교를 해주기 바란다'는 직접적인 요구도 있었다. 말로 전하는 설교가 아닌, 말을 대신하는 실천력 있는 설교를 교도들은 갈급해 했다.
'교당을 다니는 교도들의 자세도 중요하다'는 한 교도는 '공부에 교화가 있다'고 단언했다. 시대코드를 읽어내려는 공부, 설교에 공들이는 공부, 경전 연마하는 공부, 꾸준한 실천으로 수행 정진하는 공부. 교화는 재가출가 교도들의 공부심이 탄탄하게 다져질 때 가능해진다.

공부, 재가출가 교도들의 몫이 따로 있지 않다.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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