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심성 교도/오렌지카운티교당
'나는 누구일까' 한동안 의두 걸려

아버지의 열반, 49재 통해 출판 기회

기도 진실 되고 간절할수록 실천 동반




'나는 누구일까?' 이 질문은 '미주서부교구훈련원' 불사를 위한 천일기도에 정성을 다할 때쯤 찾아왔다. 기도 마지막에는 항상 대산종사가 내려준 대적공실 의두요목을 읽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아마도 그 의두요목들이 하나둘 암송이 되어졌던 때인 것 같다. 문득 '나는 누구일까' 하는 질문이 깊이 파고들었다. 사실 정확하게 눈에 보이는 증거를 이야기할 수 없지만 기도의 위력이란 그렇게 나타나지는 게 아닌가 싶다.

진리의 힘을 믿고 의지하려는 노력이 어느 날 문득 툭 무언가를 버리게 하고, 또 무언가를 갖게 하는 것. 사실 알고 보면 태어날 때부터 이어져온 질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은 나와 나의 작품을 이어지게 했다. 그렇게 따지면 내 이름은 '마음의 소리' 심성이고, 작가가 된 자체도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나는 누구일까?' 이 질문은 한동안 의두가 되어 나를 따라다녔고, 처음엔 내가 직접 사진을 찍어 만든 책으로 출판했다. 버려진 빈 컵이 자신이 누구인지 찾아 여행하면서 밥이 담기면 밥그릇이 되고, 물이 담기면 물 컵, 차가 담기면 찻잔 등으로 변하는 자신을 보며,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나는 누구인지 묻는 사진동화책이었다.

하지만 혼자하는 작업의 결과는 편집, 인쇄, 유통 모든 면에서 일기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다 천일기도 후 다시 챙기게 된 나의 기도시간은 다시 나에게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게 했다. 그 기도 중 어느 날 나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엄마를 잃은 씨앗을 만났고, 그림을 그려줄 작가를 만났다.

하지만 그림 작가는 너무 바쁜 사람이었고,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 1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리게 했다. 그렇게 원기100년을 맞이하고, 그해 5월 아버지를 멀리 보내드렸다. 어떤 마음이었는지도 모른 채, 한국에 들어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3일장을 치루고, 동생교무와 함께 우리 가족은 매일 집에서 49일 동안 천도재를 지냈다. 천도재라는 기도 의식은 열반한 아버지를 위한 기도이기도 했지만, 남아 있는 가족들을 위한 의식이기도 했다. 그 기도의 정성은 정말 진실하고, 간절했다. 그 힘으로 어머니와 가족은 돌아가신 아버지와 계속 대화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아버지가 주무시던 곳에서 자고 일어나 어디론가 정신없이 가고 있었다. 바로 구청에 출판사를 등록하러 간 것이다. 분명 아버지를 통해 진리가 하고 싶었던 말을 들은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알고 보면 그 진리의 힘이란 내 안에서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서원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서 차려진 출판사에서 <씨앗이야기>라는 책이 출판하게 됐고, 인쇄를 앞두고 한참 편집 중이던 10월이었다. 갑자기 한국에서 '소태산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게 됐다고 알려왔다.

나의 작품이 김지수 교무님을 통해 한국 문인협회에 전달됐고, <소태산 문학>에 실렸다는 사실까지만 알고 있던 터였다. 그동안의 나의 질문과 교단의 기도가 만나지 않았나 생각하며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그리고 앞으로 이 사업으로 교단100주년을 열어가야겠다는 마음을 다졌다. 그때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어지던 출판 일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사천리로 진행돼 원기101년 4월28일에 출판됐다. 그 후 이 책은 '소태산 문학상' 수상작이란 마크를 달고 한국 전역과 미국에 배포됐다. 베이징 국제도서전, 도쿄 국제도서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등에 소태산 문학상 마크를 달고 전시됐다. 그 과정에서 수출을 진행하던 에이전트에서 소태산 문학상이 어떤 상인지 물어왔고, 나는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대종사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상이라고 알렸다.

나의 기도는 이제 참회문이 추가 되어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기도가 만드는 기적은 결국 자신의 변화라 생각한다. 나는 조금 더 순일하게 서원을 향해 정진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 기도가 진실하고 간절해질수록 반드시 실천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깨달아가는 중이다. 무언가 답답한 일이 있다면, 또는 자신이 무언가 일을 벌이려 한다면 반드시 기도 정진해야 한다. 교단과 교무님들이 큰 사업을 앞두고 정성을 다해 기도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본다.

대해장강도 작은 물방울 한두 방울이 모여 이뤄진 것이라 생각하며 나의 작은 기도가 나의 작은 변화로 이어지고, 나의 작은 변화가 세상을 개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몸을 위해 밥을 먹듯, 오롯한 정신을 만들고 서원을 이루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도하고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믿는다.

나는 다시 한 번 기도, 의두, 선, 유무념 등 4정진 실천을 간단없이 이어가려 한다. 사실 그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안다. 그러기에 더욱 정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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