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광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에서 창간한 학술잡지 〈한국종교〉.
〈한국종교〉는 원기56년(1971), 원광대학 종교문제연구소에서 창간한 학술잡지이다. 이 연구소는 원불교를 비롯한 한국종교의 문화·사상과 현상조사를 위해 원기52년(1967) 설립되었는데, 초대소장 류기현(如山 柳基現, 1930-2007)종사를 중심한 원불교학 내지 종교현상 연구의 산실 역할을 했다.

당시는 조국근대화 바람과 함께 종교의 사회적 일탈(逸脫)문제가 이슈로 부각되고 있었다. 오늘날 학문적 용어로 자리잡은 신종교(新宗敎, new Religion)라는 개념이 유사(類似)종교·신흥(新興)종교·사교(邪敎)·이단(異端)·사이비(似而非)종교로 핍칭(乏稱)되던 시대이다. 이러한 흐름은 원기20년(1935), 조선총독부의 촉탁인 무라야마 지준(村山智順)이 일제가 공인종교로 분류한 신도·불교·기독교를 제외한 모든 종교를 유사종교로 단속(取締)하던 기준에 의해 〈조선의 유사종교〉로 조사보고한 관점이 이어진 것이었다.

따라서 최제우(水雲 崔濟愚, 1824-1864) 창립의 동학(천도교) 이후의 모든 신종교를 이런 개념으로 보았으니, 교학자로서 교단에 향한 대외적인 시각에 주목해야 했고, 단순한 호교학(護敎學)이 아니라 객관적 학문적인 대응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류기현 소장이 문화공보부에 의해 제1차 '한국 신흥 및 유사종교' 조사위원으로 선정되었을 때, '조사대상 종교에 소속된 학자'라는 자격시비가 일었던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한국종교〉는 교단 내외의 학자들을 동원하여 종교의 문화와 사상에 관한 논고를 모아 발표했는데, 특히 신종교 교단현장을 방문한 조사연구가 학계의 주목을 받는다. 서구학계의 연구방법론 도입만이 아니라 현장을 답사하는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원기58년(1973) 원광대학교와 일본 교토의 불교대학(佛敎大學)이 학술자매 결연을 맺으면서 시작한 '한·일 불교학 학술회의'는 교학연구자들에게 해외진출의 장을 열어주게 되었는데, 매년 이루어진 대회논고가 이에 특집으로 수록된다. 원기 70년(1985)경부터 원불교사상연구원에서 주관해 오는 오늘의 '국제 불교문화 학술회의'가 그것이다.

종교문제연구소에서 〈원불교〉(1973)를 비롯한 〈한국종교대계〉나 〈원불교사전〉(1974) 편찬이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국종교〉의 편집회의를 중심으로 교학자들의 혈성이 결집된 결과라는 말이다.

/ 원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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