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공현 교무/은덕문화원
종교와 정치 실감나는 협력 필요한 시기

교법, 삼동윤리 신앙체계로 위력 확장해야


대통령의 연설은 국가지표다.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꿈꾸던 낙원사회가 보인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이 배합에는 인과율이 작동한다. 원불교가 구현할 복지사회다. 그런데 권력이 평등·공정·정의로운 사회로의 풍광을 약속한다. 문재인시대가 가슴 뛰게 하는 이유다.

권력은 창조력을 발휘한다. 그 사회를 이끌어가는 유형적·무형적인 힘이다. 과거와 대비되는 낙원사회 건설을 위한 절묘한 에너지의 창출이다. 새 정부의 기량이 기대되는 까닭이다. 문 대통령의 한국사회 관찰에는 소태산 대종사의 시국통찰이 겹쳐진다. 소태산 대종사는 대각과 함께 당시의 시폐를 극복하는 신앙방법으로 사요를 제시했다. 기존의 종교와는 차별화된 사회 구원관이다. 타력생활의 병, 배울 줄 모르는 병, 가르칠 줄 모르는 병, 공도를 존중할 줄 모르는 병이 적폐 대상이었다. 이는 주로 구한말의 봉건윤리가 지배했던 사회에서 나타났던 국민성의 진단이다. 원불교의 개교는 이러한 시대병폐에 독보적인 불공원리를 부여했다. 자력양성에 의한 인권평등, 지자본위에 의한 지식평등, 타자녀 교육에 의한 교육평등, 공도자 숭배에 의한 생활평등. 국민성의 근원적 개선만이 항구적 평등사회로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이것이 주세교단의 시대적 사명이자 소명이다.

절묘하게 국민의 지지로 탄생한 문 대통령이 적폐청산의 승부수를 던졌다. 우리 사회를 진단한 대통령의 관점이 탁월하다. 리얼미터가 문 대통령 취임 첫 주 진행한 여론조사를 보면, 국정 지지도가 81.6%이다. 그 중 적폐청산을 국민은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에게 과거 권위주의정권의 폐단은 적폐대상이다. 국정농단, 국민농단, 국가폭력, 국가약탈, 범죄, 그리고 인권침해와 유린 등이 그 대상이다. 과거 권력으로부터 누적된 결과가 적폐시스템이 되었다. 그 체제하에 한국사회 구성원은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국정성패의 기억을 교훈삼아 적폐청산의 구상을 하나씩 밟아나가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직전에 출간된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부패를 대청소한 다음에는 '경제 교체' '시대 교체' 그리고 과거의 낡은 질서나 체제, 세력에 대한 '역사 교체'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다. 공적은 온고지신으로 과오는 반면교사로 인과보응이 실현되는 개혁이어야 한다. 특히 우리 정치문화는 과오를 들추는 데 지혜롭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역사에서 '상식과 정의'를 세울 기회를 두 번 놓쳤다고 밝혔다. "1945년 해방 때 친일 역사가 제대로 청산되지 못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민주 정부가 수립되지 못해 독재에 부역했던 집단을 제대로 심판하지 못했다." 한국 사회는 아직도 역사가 남긴 정신적 내상과 외상에 신음하고 있다. 이제는 '상식과 정의'로 치유 받고 싶다.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운 옷을 반듯이 입고 싶다. 인권평등, 지식평등, 교육평등, 생활평등이 공정한 과정과 정의로운 사회로 현전하는 곳에서 숨 쉬고 싶다.

소태산 대종사는 "이 법이 널리 세상에 보급된다면 세상은 자연 결함 없는 세계가 될 것이요, 사람들은 모두 불보살이 되어 다시 없는 이상의 천국에서 남녀노소가 다 같이 낙원을 수용하게 되리라"고 천명했다. 더 나아가 평등·공정·정의로운 사회로의 풍광이 펼쳐질 때, "그 시대와 그 국가에 적당하도록 (사요는) 혹 변경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사요는 시대에 따라 변경 가능하다. 그 말씀은, 시대구원 즉 역사진화의 주체로 우리를 믿어주심이다. 우리가 명쾌하게 그 믿음에 부응할 때 사요는 일상의 삶으로 전환된다. 소태산 대종사는 그 결과를 우리들의 몫으로 넘겨주셨다. 이때야말로 사회구성 요소로써 국민을 위한 종교와 정치의 실감나는 협력이 필요한 시기다. 새로운 역사를 위해 두 기능이 실질과 유능함으로 사회변화의 위력을 드러내야 한다. 원불교가 새 정부와 함께 대한민국을 낙원사회로 변화시키자. 개인 구원, 가족 구원이라는 좁은 신앙에 머무르지 않고 세상을 내 가슴에 품은 삼동윤리의 신앙체계로 위력을 확장하자. 생명이 있고 미래가 있는 낙원사회로 원불교도의 신앙과 수행을 집중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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