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고령화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종교집계에서 국민 56.1%가 무종교이며, 젊은 세대일수록 종교에 관심 없다고 응답했다. 현재 국내외 546개 교당의 법회출석교도를 보더라도 60대 이상 교도들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교단 2세기, 교화의 첫발을 내딛게 될 원불교대학원대학교(총장 허광영) 예비교무들은 지금의 교단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2차례의 교화실습을 통해 경험한 교화에 대한 생각, 미래 교화자로서의 다짐 등을 들어본다.

본 좌담은 본사 창간 48주년을 기념해 '예비교무, 교화에 답하다'를 주제로 5월18일 중앙총부 마음&마음 카페에서 진행했다. 사회는 본사 나세윤 편집국장, 패널에는 원불교대학원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고혜경(이하 고), 김경은(이하 김), 이광명(이하 이), 황도건(이하 황) 예비교무가 참여했다.

초기교단 혁신적이었지만

현재는 우물 안 개구리 돼

전 교역자가 안정 벗어나

모험적인 변화 시도해야

미래 교화자로서 어떤 마음으로 출가했는가.

황=부산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설계사무소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강남교당 청년회장, 새삶회, 시민선방 활동 등을 거치며 원하는 바가 있어 출가를 결심했다. 나는 평소에도 교당에 왜 젊은 사람이 없을까 고민했다. 그런데 교화실습을 하며 현실을 실감하고 답답해졌다. 나는 청년교화 담당교무를 교리실력을 갖춘 주임교무가 맡아줬으면 한다. 교단이 지금 키워야 하는 교화대상은 일반교도가 아니라 청년들이다.

고=모태신앙이라 원불교는 매우 익숙하지만 마음공부 하는 법을 알지 못했다. 서울로 취업(의상 전공) 후 김제원 교무님과 인연으로 안암교당에서 정전공부를 시작했고, 공부할수록 삶에 의구심이 들었다.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며 즐거움도 있었지만,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었다. 나의 에너지를 가치 있게 쓰고, 즐겁고 멋지게 살고 싶어 출가했다. 교당에 오는 사람에게 그들의 삶이 행복해질 수 있게 교법으로 채워주고 싶다.

이=원광중·고교 출신으로 학생회 때부터 회장을 하며 교무의 삶을 가깝게 지켜보았다.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유익 주는 삶을 위해 출가했다. 하지만 교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지도자가 돼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그런데 교화실습하며 두려움보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김=유년시절 관촌, 고창에서 자랐다. 그곳은 원불교가 지역사회에 역할을 많이 해 잘 알려진 곳이다. 교당에서 초등학교에 장학금을 지원해 줄 정도였다. 어릴 적에 본 교당과 교무님의 모습이 좋아 전무출신이라는 장래희망을 가슴 한편에 품고 있었다. 그러다 중학교 때 서울로 전학을 가는데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나는 청소년기를 보내며 많은 변화를 겪었고, 다행히 그때 만난 교무님들의 좋은 영향으로 출가를 결심하게 됐다. 그 영향에서인지 청소년들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주고 싶어 학부 때 교직이수도 했다.


교화실습하며 예비교화자로서 고민된 점은.

이=학교에서 잘 살았던 선배들도 현장에 가면 힘들어한다. 과도한 업무와 마음 편히 쉴 수 없다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개인적으로는 교무가 갖춰야할 자질이 많아 부담이 된다.

고=교당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부교무들의 공간이 없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 보니 끊임없이 일이 주어지거나, 하나의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없는 환경이 된다.

황=내가 모시고 사는 교무님이 신심과 법맥이 부족할 때 고민이 될 것 같다.

김=나는 교당 시스템이 잘 갖춰진 서울 모 교당에서 실습했다. 교도들이 1인1역을 하며 교당의 업무를 돕고 교화계획도 교도회장이 주축이 돼 진행됐다. 교무는 주로 교도들의 신앙·수행을 지도해 주면 됐다. 그러한 교당 조직력과 인력 활용을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하고, 교무의 불공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함을 엿볼 수 있었다.


자기방편으로 하는 교화는 지양

신앙·수행체험담으로 문답해야

강급에 대한 책임지지 않는 문화

교육에서 교화 현장까지 관습돼

시대가 변했다. 종교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이라 보는가.

이=어릴 적 집안이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나는 이것이 운명인가 싶었다. 나중에서야 사회구조가 잘못 됐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을 바꾸는 운동을 종교가 같이 해야 한다. 분명 종교가 가진 힘이 있다. 성주에서도 주민들에게 종교가 큰 힘이 돼주고 있다. 종교의 사회적 역할은 돈을 쥐어주는 것보다 배고픈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황=교당에 청소년들이 없는 것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만족시키지 못해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교단이 사회변화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 또 하나는 출가자들이 교법을 사실적으로 실천해본 경험이 부족하다. 기본기가 안 다져 있으면 사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

김=나는 교무들이 사회의 아픔을 느끼면서도 교도들에게 깨우쳐 주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특히 교당에 오래 다닐수록 우리 것, 우리 교당이라는 착심이 심하다. 그 틀을 깨고 사회와 하나 되는 의식을 심어줘야 한다.

고=교무들이 사회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보여지는 부분에서 적극적이지 못하다고 동참하지 않는다고 하면 안 된다. 현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배려돼야 하고 앞장서 행동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다만 국가에 큰 아픔이 있을 때는 종법사나 교정원장의 성명서로 정리가 된 교단의 입장이 공개적으로 발표되면 좋겠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종교의 도전을 어떻게 보는가.

이=종교를 찾는 사람은 계속 줄어들겠지만, 영성이나 명상을 원하는 사람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종교라는 틀보다는 심신의 안정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교단은 법회출석수로 교화성장을 판단하는 데 묶여 있다. 이제는 교화도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김=동의한다. 수치교화는 고전적이고 결과론적 사고방식이다. 사회적 접근은 한 사람 한 사람을 공부시키고 깨어나게 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마음이 살아나면 자연 파급력을 가지게 된다. 청소년들도 일대일 대화를 하면 소통이 더 잘 풀린다.

황=종교가 도전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희망적인 것은 원불교는 새 종교이기에 기성종교의 관습을 탈피하고 교법대로 하면 괜찮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위기를 맞을 것이다.

고=급속도로 변하는 사회에서 종교는 고립된다. 초기 교단은 혁신적이었지만 현재 원불교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있다. 혁신보다는 기존의 교당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전 교역자가 안정을 벗어나 모험적으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그래야 변할 수 있다.

수치교화는 고전적·결과론적

한사람이라도 깨어나게 해야

정녀지원서 필수 아닌 선택

예비교무 과정서 남녀불평등
내가 생각하는 교화 침체 원인은 무엇인가.

황=사람을 불리는 것도 중요한데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것은 훈련에 있다. 훈련을 받지 않으면 종교가 보편성을 갖추기 어렵다.

고=지도자의 역량이 중요하다. 교화자라면 보편적으로 갖추어야 할 능력이 있는데, 지금은 천차만별이다. 주종이 바뀌면 안 된다. 교무훈련을 1회 더 늘려 역량을 강화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교무의 실력이 부족하다. 천 가지 만 가지 자기 방편으로 교화한다. 교도들은 우리 법을 보고 올 텐데 과연 매력을 줄 수 있는가. 설교 위주의 법회는 청소년, 청·장년층에게 한계가 있다. 실지 체험담으로 문답과 지도가 이뤄져야 할 것 같다.

황=설교를 통해 교화하는 것은 과거의 방식이다. 하지만 교당에 오래 다닌 분들은 변화를 싫어한다. 그러니 젊은 사람들이 재미없어 오지 않는다. 미래교화의 주류가 누구인가. 나이든 교도인가, 젊은 청년들인가. 설교가 아니라 교무님과 문답하고, 일기감정을 받고 싶어한다. 그것이 대종사가 밝힌 교당내왕시주의사항이다. 공부하는 교당이라야 한다.

김=교도들이 교당에 처음 오면 입교증부터 쓰라고 한다. 이는 아직도 교화성장을 수치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나는 잠시 노스캐롤라이나교당에 실습을 간 적이 있다. 그곳은 입교하는데 1년여 시간이 걸린다. 교당출석과 교리공부, 교도 4종의무가 훈련이 된 뒤에야 입교를 할 수 있다. 앞으로 교화는 수치교화가 아니라 질적 교화로 나가야 한다.

교단의 인재양성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김=우선 출가하려고 신성회 훈련에 온 학생들에게 영산선학대와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선택에 있어 서로 경쟁을 붙이지 않았으면 한다. 정보를 충분히 전달해 줘야 한다. 다음은 정녀지원서 문제다. 입학 당시 여자 동기가 반절이상 중도 포기했다. 정녀제도로 인한 직접적인 문제는 아니지만 예비교무 수학과정 중에 남녀 간의 차별은 분명 존재한다. 정녀지원서만큼이라도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로 개선했으면 한다.

고=전무출신을 배출하는 육영기관들이 각각의 교육시스템으로 운영된다. 그러다 보니 피교육자 입장에서 보면 교육의 맥이 끊기고 그때마다 적응하느라 에너지가 많이 소비된다. 특히 주입식 교육과정은 지양해야 한다. 이는 교육과정뿐 아니라 교화자로서 교화현장에 나가서도 습관화된다. 교육기관이 서로 연계해 개선하면 좋겠지만, 교육부 차원에서라도 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

황=교육은 커리큘럼, 제도도 중요하지만 피교육자들의 분위기도 한 몫 한다. 최근 염불하는 동지들이 늘면서 주위에 영향을 받아 전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특히 선배들의 영향이 크다. 서원이 확실치 않은 사람이 많을 때 전체 분위기를 해치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고=서원이 미약한 사람도 교육과정에서 충분히 채울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요청된다.

김=서원·연구·취사고과로 평가가 나눠지는데 서원고과는 객관적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이=우리 교육체계가 진급에 대한 평가는 있어도, 강급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 때문에 인재손실이나 교단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지는 모습이 약하다.

키워야할 대상은 일반 아닌 청년

교무 신심·법맥 부족하면 고민돼

훈련받지 않는 종교 보편성 어려워

교화현장에서 훈련법 살려내고파
교화자로서 꼭 이뤄보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고=자신교화가 먼저 돼야 하고, 한 사람이든 열 사람이든 나와 인연된 사람은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 교법대로 행복하게 사는 법을 꼭 심어주고 싶다.

김=
학부 때는 청소년교화에 뜻이 있어 교직을 이수했지만, 전무출신은 어느 곳에 가더라도 서로 소통하며 만나는 인연마다 희망을 심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사회구조개선에 대한 관심이 많아 사회복지와 NGO 공부를 했다. 교화실습도 1차 교당, 2차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에서 했다. 일의 경중을 떠나 재미가 있으면 힘듦의 경중이 달라졌다. 본래 목표를 생각하며 고민 중이다.

황=
예비교무가 전무출신으로서 기본정신을 갖추게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또 하나는 교화현장에서 교화단법으로 상시훈련, 정기훈련법을 살려내는 교화를 실현시켜 보고 싶다.

최근 수행의 즐거움이 있다면.

이=좌선을 하면서 생활 전반이 골라지고 있고 실생활이 윤택해지는 것을 느낀다.
황=일과의 중요성을 알고 상시응용주의사항 대조 공부를 놓지 않고 있다.
김=처음에는 즐거움에 모든 일과에 충실했는데 그 이상을 뛰어넘기가 힘들었다. 대학원에 와서 삶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고 교화현장에서 실습하고 나니 일과가 내 마음과 삶에 충전이 된다는 것을 터득해 가는 중이다.
고=현재는 좌선에 적공 중이다. 좌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목적의식이 생기니 생활이 골라지고 생활 속에서 무시선 공부를 챙기는 동시에 처처불상 사사불공이 된다는 것을 느낀다.

사회·사진=나세윤 nsy@w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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