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문번역된 〈원불교교전〉.
역사는 시대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다. 원불교 교서의 번역도 그러하다. 오늘날 정역(正譯)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교서번역 출간의 시작은 개교반백년기념대회가 열린 원기56년(1971) 전후이다. 소태산 대종사의 '사오십년결실 사오백년결복(四五十年結實 四五百年結福)'이라는 전망말씀의 결실기를 교단에서는 당시로 보았고, 이는 국내의 교화결실을 통해 결복기 교운 곧 세계 보편종교로의 기반을 확립하는 시기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교단의 일차적인 과업으로 교서의 결집(結集)과 함께 세계인을 교화할 수 있는 번역이 성업으로 강조됐다. 그리고 그 결실이 〈정전〉과 〈대종경〉을 합본한 〈원불교교전〉의 번역으로 이뤄진다. 불교의 경·율·론 각종 불전(佛典)과 기독교의 신·구약 성경(聖經) 등 기성종교의 경전번역은 외국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이었지만 원불교의 번역작업은 반대로 우리말을 외국어로 옮기는 일이다.

교서의 외국어번역 작업은 일제시대의 일본어판 〈불법연구회 요람〉(1943.9)을 비롯해 오랜기간 축적된다. 언어에서부터 고도의 전문성이 요청된 것으로, 개교반백년기념대회 당시에 전팔근(阿陀圓 全八根) 교무가 번역한 〈The Canonical Textbook of Won Buddhism(Wonbulkyokyojun)〉(원불교출판사, 1971.4)이 효시이다. 원기58년(1973) 미국 로스앤젤레스교당(교무 이제성)이 설립되고, 이듬해 주정부법인이 승인된다. 교서번역이 교화를 이끄는 길임이 드러난다.

교단명의 영어표현이 당시에 Won Buddhism으로 고정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교전(敎典)을 성전(聖典)이나 경전(經典)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처럼 영문표현도 이후 여러 가지로 모색된다. 이를 보정한 원기73년(1988)판에서 이름을 〈The Scripture of Won Buddhism〉(원광대학교출판국)으로 바꾸며, 원기88년(2003) 하와이대학출판부에서 간행한 정유성 교무의 번역본이 이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교단이 해외교화에 주목하면서 〈원불교교전〉의 일본어역도 원기60년(원불교출판사, 1975) 이대하 교도에 의해 이뤄진다. 맹인교화를 전개해 온 박청수(誓陀圓 朴淸秀) 교무에 의하여 점자(點字)번역 출간이 이뤄진 것도 외국어번역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교서의 영어번역은 여러 가지 상징성을 지닌다. 서양 각 언어의 저본이 된다는 의미가 그 하나이다. 그간에 〈원불교교전〉이 동서 25개 언어로 번역출간되고,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2017)에서는 〈원불교전서〉 등으로 묶은 10개 언어의 정역본을 봉고하기에 이른다. 이는 교화의 세계화·다각화와 함께 원불교 용어를 재해석하는 작업을 뜻하기도 한다.

/ 원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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