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신 교무/화해교당
화해, 법연의 땅이라는 자부심으로 공부하는 교도들

교화가 안 된다면 전달의 방법 다시 생각해봐야




화해교당에 부임하여 처음 마을길을 걷던 날, 집집마다 붙여진 화해성지길 문패를 보며 가슴이 몹시 뛰었었다.

어느 집이 교도님 댁일까? 기웃거려 보기도 하며 모두 교도님으로 만나지기를 염원했었다. 현장교화 3년째를 맞으며 지금도 가끔 마을길을 걷는다. 이제 교도님 집과 아닌 집을 구별해보며 교화가 쉽지 않다는 생각에 머물 때가 많다. 기관에 오래 근무하다 교화현장에 나서며 어떤 설렘도 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농촌교화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숙제가 되기도 했다. 지금도 그 숙제는 진행 중이다.

화해, 원기3년 4월 대종사와 정산종사가 만난 곳이다. 대종사는 원불교 새 회상 문을 열고 그 법맥을 이어갈 제자를 찾았고, 스승 만나 큰 공부를 성취하기 위해 경상도에서 전라도로 발길을 옮겼던 정산종사, 두 스승의 만남 과정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선각자의 고뇌가 얼마나 컸던가를 가늠하게 한다.

원기23년 김해운 할머니 집에서 시작한 교당은 네 곳의 연원교당을 만들었고, 교리강습을 여는 등 100여 명의 교도들이 모여 공부한 곳이었다. 이처럼 교화에 활기를 띄게 된 것은 교도들의 가슴속에 화해가 법연의 땅이라는 자부심에 부끄럽지 않게 공부하는 신앙인이 되기 위해 정성을 다했기 때문이다.

또한 자녀들을 일원대도를 선양하는 일꾼으로 교단에 희사하여 30여 명의 전무출신이 배출된 곳이기도 하다.

이제 교당의 역사는 79년이고 원기103년은 두 스승의 만남 100년의 해를 맞이한다. 지금 나는 이곳에서 어떤 교화를 하고 있는가? 앞으로 어떤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가? 고뇌가 깊어진다.
농촌교화의 현실이 노령화 되어 가며 앞으로 10년 후면 어떻게 될까 위기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동안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공부방을 열어 교리공부, 강연, 일기발표, 절수행 등 만남의 시간을 가져왔다. 법회만으로 공부심을 진작시키기에는 교법에 대한 신심과 법에 물드는 긴 과정이 필요하고 자기 정진의 계기마련이 어렵기 때문이다. 소그룹 공부는 문답감정이 이뤄져 수행정진의 방향을 안내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공부는 교당에 다니는 세월의 문제가 아니라 신앙체험과 실생활에서 자기변화가 필요하다. 스스로 느끼고 깨달아 행복해지고 다른 사람도 알아보고 공부심을 낼 수 있는 그런 분위기 조성이 교화현장에서는 큰 힘이 된다. 그 역할을 단장·중앙이 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희망사항이다.

오덕훈련원에 근무할 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던 경험이 있다. 사회단체뿐 아니라 집중수행을 오는 사람들이었다. 1박2일이 아니다. 일주일, 10일, 20일 또는 한 달씩, 바쁜 일상에서 어떻게 그런 시간을 낼 수 있으며 그 많은 훈련비를 준비할까 감동할 때가 많았다. 그들은 모든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오롯이 정진해보는 공부가 자신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고 답했다.

언젠가는 세계인이 모이는 영성공동체에 가 본적이 있다. 참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자가 그처럼 많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물질문명의 시대에 살며 정신개벽이 필요한 시대임을 실감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중요한 부분은 문답감정이었다. 수행과정에서 일어나는 체험들을 말하고 지도를 받는 것은 공부 길을 잡는데 기초가 됨을 알았다.

원불교는 남녀노소 선악귀천 누구나 공부할 수 있는 넓고도 세밀한 공부법이다. 교화가 안 되는 것은 전달의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지역과 교당에 따라 대상이나 공부의 수준이 다를 수도 있지만 우선은 내가 먼저 공부인이 돼야 하고 교화에 대한 간절함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간절함 속에 방법이 모색되고 정성심이 나고 자신감도 생길 것으로 믿어진다. 성스러운 만남의 땅에 살며 이곳에서 많은 인연이 맺어지기를 염원하며, 만남의 집 건축불사를 위해 날마다 기도한다.
누구라도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만남의 성지로 만들기 위해 1천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역문화와 연계하여 원불교를 알리고, 가족과 함께 오면 힐링이 되고 재미있고 유익한 곳, 다시 오고 싶은 곳, 그런 성지가 되기를 꿈꾼다.
교화, 그 간절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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