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을 두고 살아가는 삶을 일컬어 미니멀 라이프라고 한다. 요즘 1인가구가 늘어나고 가족원 수가 점차 줄어들면서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을 타고 있다.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오고 있다. 광주는 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며 여름의 대열에 올라섰다. 새 여름을 맞이하기 위해 이불을 교체하고 서랍장에 옷들을 정리했다. 매년 이렇게 계절이 바뀌어 새 옷을 꺼내어 놓을 때면 왠지 모르게 설렘이 든다. 특히나 가벼운 여름옷들은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진다. 서랍장을 열어 여름옷들을 꺼내어 앞쪽에 배열을 하고 겨울옷들은 안으로 넣었다.

나름 간소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꺼내어 놓고 보니 온 방에 가득이다. 그러고 보니 1년 동안 한 번도 꺼낸 적이 없는 옷들도 보이고, 아껴두었다가 이제 몸에 맞지 않는 옷들도 보인다. '이 옷이 여기 있었네?' 그렇게 찾을 때는 보이지 않던 옷들도 찾게 된다.

광주에 온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올 때보다 꽤 많이 늘어난 수용품들을 보니 뜨끔했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법정스님의 〈무소유〉의 한 구절이다. 물건이 많을수록 거기에 쓰이는 시간도 적지 않게 소비되는 것 같다.

옷을 하나 입을 때도, 신발을 하나 신을 때도, 가방을 하나 드는 것도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물건에 얽매이고 얽혀서 삶을 살아가는 것 같다. 세상은 초를 다투며 신상품이 탄생하고 우리의 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해주는 대신 그만큼 수용품들은 늘어나고 욕심도 커진다. 그래서 요즘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을 하는 것 같다. 나도 이번 기회에 불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정리하기로 했다. 보고 또 보고 막상 필요치 않은 물건들을 빈 박스에 담으려니 고민이 많아진다. 이럴 때 과감한 결단력이 필요하리라.

"대종사 매양 의식이나 거처에 분수 밖의 사치를 경계하시며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분수 밖의 의·식·주를 취하다가 스스로 패가 망신을 하는 수도 있으며, 설사 재산이 넉넉하더라도 사치를 일삼으면 결국은 삿된 마음이 치성하여 수도하는 정신을 방해하나니, 그러므로 공부인들은 의식 거처 등에 항상 담박과 질소를 위주하여야 하나니라." (〈대종경〉 실시품 20장)

대종사는 수도인의 생활에 담박과 질소를 가르쳤다. 조각종이 한 장, 도막연필 하나, 노끈하나도 함부로 버리지 않고, 검소한 생활을 했던 대종사의 모습을 떠올리니 내가 참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같은 종류의 물품이 있음에도 우리는 새로운 디자인을 보면 왠지 사고 싶은 마음이 들고 그렇게 물품들이 저마다 쌓이게 되면 나중에는 어디 있는지를 몰라 또 사게 된다.

적재적소의 물건만을 놓고 보니 정리 또한 수월해짐을 느꼈다. 사실 물건을 다 사용하기도 전에 마음이 변해서 새로운 것을 사는 경우도 있다. 이제는 그러한 마음을 담박한 마음으로 돌려서 나 역시 미니멀 라이프를 즐겨봐야겠다.

/광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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