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응주 교무/법무실
정당한 명예는 복을 짓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헛된 명예는 자신을 해롭게 하는 화근이 된다




佛言 - 人隨情欲하야 求華名은 譬如燒香에 衆人은 聞其香이나 然이나 香은 以熏自燒하나니 遇者- 貪流俗之名譽하야 不守道眞하면 華名이 危己之禍라 其悔 - 在後時니라.

"부처님 말씀하시되 사람이 욕심을 따라 명예를 구하는 것은 비컨대 향을 태우는 것과 같아서 여러 사람은 그 향내를 맡고 좋아하나 그 향 자체에 있어서는 제 향내로 인하여 제 몸이 타게 되나니 어리석은 사람이 외면의 명예를 탐하여 안으로 참 도를 지키지 못하면 그 얻은 명예로 인하여 몸에 재앙이 한량 없을지라 어찌 뒷날에 후회가 없으리오."

<사십이장경> 21장은 욕심으로 명예를 추구하는 것은 향이 자신의 몸을 태우면 그것으로 인해 다른 사람은 좋은 향내를 맡을 수 있지만 정작 자신은 재로 화하게 되는 것과 같다. 어리석은 사람은 내면의 인격을 양성하기보다는 바깥으로 화려한 명예만 구하기 때문에 뒷날 재앙과 후회를 피할 수 없다는 말씀이다.

향을 피우는 것은 실내를 정갈하게 하고 잡된 냄새를 없애주는 공효가 있지만 그 대가로 향은 재가 된다. 이처럼 명예를 얻기 위해 일생동안 불철주야 노력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화려한 생활과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사는 모습으로 보여 선망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일생을 마치고 죽음에 이르렀을 때 그토록 귀중하게 여기던 명예 때문에 자신의 영혼은 온갖 욕심으로 찌들어 있고 악연을 지어 어느 곳도 돌아볼 수 없게 되며 내면의 여유를 찾을 수 없어 겉만 화려한 속 빈 강정같은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훈자소(以熏自燒). 불길로써 스스로를 태운다. 많은 사람들이 향을 맡고 좋아하기는 하지만 향 자신은 불길 속에서 스스로가 소멸되어 버린다. 즉, 명예를 구하는 것이 자신이 원한 일이고 화려하기는 하지만 결국 자신을 소모할 뿐이다.

탐유속지명예(貪流俗之名譽). 세상에서 누구나 알아주는 명예를 탐하는 것. 유속(流俗)이란 옛날부터 내려오고, 세상에 널리 퍼져있다는 뜻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것을 소유하려는 사람이 있을까? 만일 그런 사람이 있다면 성인이고 수도인일 것이다. 범부 중생은 아무리 귀한 것이라도 세상에서 알아주지 않는 것을 탐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욕심으로 명예를 구할 뿐 진정한 자아를 찾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위기지화(危己之禍). 자신을 위태롭게 만드는 재앙이라는 뜻이다. 명예는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지만 도로써 얻은 명예가 아니면 도리어 명예가 자신을 망치는 재앙이 된다는 것이다.

기회-재후시(其悔-在後時). 뒷날 후회할 것이다. 한 생 동안 화려한 명예를 쫓다가 결국 생을 마감하는 즈음이 되면 후회가 물 밀 듯이 다가온다.

명예와 더불어 공부하는데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이 재와 색의 경계이다. 흔히 재색명리라고 하는 것 때문에 공부에 진척이 없다.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와 재색명리를 어떻게 항복받을 것인가 와는 같은 의미라 할 수 있다.

마음공부에도 단계가 있는데 정산종사는 "하근기는 식욕 색욕 재욕 등에 얽매어 솟아 오르지 못하고, 중근기는 명예욕에 걸리어 솟아 오르지 못하고, 좀 더 윗 근기는 상에 걸리어 크게 뛰어나지 못하나니, 오욕과 사상을 여의면 상근기니라"고 말했다.(<정산종사법어> 권도편 22장)

식·색·재욕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본능적인 욕구라서 젊은 사람들이 강한 편이라면, 명예욕은 본능적인 욕구를 성취하고 난 뒤에 있어지는 자기성취욕구라 나이가 들수록 강해져서 인생 말년에 억지로 명예를 얻으려다 도리어 그동안 쌓아왔던 명예까지도 실추하고 물러서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언론을 통해서 보게 된다.

물론, 명예나 권리는 그 자체가 나쁘고 잘못된 것은 아니다. 능력이나 경륜이 있어도 그에 걸맞는 직위가 없다면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처럼 정당한 도로써 얻은 명예나 지위는 복을 지을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실질적인 명예는 자신이 맡은 책임을 다한 곳에서 자연히 돌아오지만 어리석은 사람들은 헛된 명예라도 드러내고 싶어 한다. 헛된 명예는 결국 자신을 해롭게 하는 화근인 줄 모른다.

소태산 대종사도 흉년을 당해 약간의 전곡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준 뒤에 그 공을 드러내 주기를 바라는 부호를 위해 비(碑)를 세워 주었으나 부호는 만족치 못하고 자신이 돈을 들여 비각까지 세웠지만 결국은 이웃들로부터 험담과 조소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것이 곧 억지로 명예 구하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산 경전이로다. 그 사람은 제 명예를 나타내기 위하여 그 일을 하였건마는 명예가 나타나기는 고사하고 그 전의 명예까지 떨어진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어리석은 사람은 명예를 구한다는 것이 도리어 명예를 손상하게 하며, 지혜 있는 사람들은 따로이 명예를 구하지 아니하나 오직 당연한 일만 행하는 중에 자연히 위대한 명예가 돌아오나니라"고 말했다.(<대종경> 인도품 54장)

모든 공부인들이 뒷날 후회함이 없는 생을 살기를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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