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와 기부, 우리 가족의 사업입니다"

'경계' 더 열심히 공부하라는 법신불 사은의 뜻

고락 초월하는 공부 끊임없이 해 나갈 것



따사로운 봄이 지나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 다가왔다. 해수욕을 즐기거나 휴가차 여행을 즐기기에 적기로 꼽히는 시기인지라 대표적 관광지인 제주도에는 벌써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라산 청정 고사리'로 유명한 제주도 남부의 서귀포시 남원읍, 이 곳에 위치한 제주남원원광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의 안전한 귀가를 책임지고 있는 제주남원교당 정인화(47) 교도를 만났다. 유채꽃처럼 온화한 미소로 반겨준 정 교도는 남편을 통해 원불교와의 첫 인연을 맺었다.

"학생 때부터 원불교에 다니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한 후 입교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별 다른 생각없이 남편을 따라 교당에 나갔죠. 어느 날 직장을 다니던 남편이 갑작스럽게 건강이 안 좋아졌고, 병원에 입원해 여러 차례 수술도 받았습니다. 그 뒤로 교통사고도 여러 번 났습니다. 저와 가정에 첫 경계가 찾아왔습니다."

어린 나이에 한 결혼, 경계를 맞이한 그는 의지할 곳이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속인을 찾아갔고, 오래전에 돌아가신 영가로 인해 집안이 편치 못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무속인에게 들은 얘기를 시어머님께 말씀드렸더니 옛날부터 영가에 대해 들어왔다고 말씀하셨어요. 계속 고민하던 중 교당에 찾아가 교무님께 말씀드렸고, 교무님이 천도재를 지내면 어떻겠냐고 말해주셔서 특별천도재를 지내게 됐습니다. 천도재를 지낸 후 가정이 안정되고 편안을 되찾게 됐죠. 그 뒤로 원불교와 교법에 대해 믿음이 생겨났고, 신앙생활을 더욱 열심히 하게 됐습니다."

천도재를 통해 믿음과 안정을 갖게 된 그는 남편, 아이들과 함께 일원가정을 이뤘다. 10여 년간 교리 공부에 열성을 쏟아오던 그에게 또 한번의 경계가 찾아왔다. 대학에 다니던 아들과 여자친구와의 관계에서 생각지 못한 아기가 태어난 것이다.

"처음엔 말문이 막히고 뭘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미 다가와 있었고, 이 모든 일을 처리하려하자 힘이 들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원망심이 조금씩 내 마음에 자리 잡으며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라고 반문했고 모든 것이 꿈이길 바랐습니다. 이제와 생각하니 '그때 내가 원불교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기도를 통해 인과의 이치를 받아들였고, 아이는 보물 상자가 되어 상생의 인연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제는 일요일이면 법회 보러 가자고 먼저 신발을 신고 나서는 손자를 보면 은혜의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계를 대할 때마다 기도가 기쁨이 되고 행복이 됐다는 그는 '경계'는 더 열심히 공부하라는 법신불 사은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조석심고를 올리고 틈틈이 일원상 서원문을 독송하며 오롯이 하루를 보내는 그다.

"남원원광어린이집에서 교사로 근무를 해왔어요. 그런데 손자가 생기고 보니 집안일에, 어린이집 일에, 손자 돌보랴, 공부하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했죠. 그래서 어린이집 교사를 잠시 쉬기로 결정했는데, 어린이집 차량 운행할 사람이 없다는 원장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교도로서 도움이 필요하다는 교무님의 말씀을 지나칠 수 없었고, 차량운행을 맡게 됐습니다. 현재 사회복지 공부를 하고 있어서 쉴 틈이 없지만, 틈틈이 일원상서원문 독송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있습니다."

교당에서 단장을 하고 있는 그는 법회, 4축2재 사회를 맡는 등 만능재주꾼이다. 4월에 열린 '행복한 가정, 평화로운 제주' 대법회에서도 공부담을 발표한 그다.

"말을 잘하는 편은 아닌데, 교무님이 법회 사회를 권해주셨어요. 처음엔 엉망이었는데, 요즘엔 교도님들이 많이 나아졌다고 얘기해 줍니다. 교구에서 교리강연대회가 열렸었는데, 교당 대표로 나간 적이 있습니다. 본의 아니게 상까지 받게 됐고, 제주 대법회 때 종법사님 앞에서 공부담까지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종법사님이 신호등과 마음공부를 비교하면서 '마음만 잘 사용하면 부처도 되고 행복해질 수 있다. 마음에 노란 점멸등이 들어오면 경계를 더욱 조심해야 하고, 빨간 신호등이 켜지면 일단 멈추고, 일을 쉬어야 한다'고 하신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남편을 만나 원불교를 알게 되고, 일원가족을 이룬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하는 그는 마음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고락을 초월하는 공부를 끊임없이 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중학교 3학년인 막내 아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신성회 훈련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가족이 법연으로 함께 한다는 자체가 큰 행복이죠. 막내 아들이 일원회상의 큰 사람이 되어 모든 중생을 제도하는 인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한 현재 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공부를 마치고 자격을 갖춰서 내 도움이 필요한 곳에 봉사의 손길을 뻗고 싶습니다. 7명의 가족의 생일을 맞을 때면, 생일자 이름으로 어려운 곳에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어린이돕기후원 등 작지만 소중한 손길을 가족들이 함께해 줘 감사한 마음입니다. 앞으로도 봉사와 기부를 우리 가족만의 사업으로 생각하고 계속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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