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문제로 성주성지를 자주 다니면서 여성 교무들 복장에 대해서 다시 보게 됐다.

하얀 저고리 검정색 치마를 똑같이 차려입은 교무들이 성주성지 잔디밭에 모여서 담소를 나누거나, 진밭교 평화교당 앞에서 100배 기도를 올리는 모습은 엄숙하고 아름다웠다. 여성 교무의 복식 규정이 교단 내외의 수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유지되는 이유일 수도 있겠다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스스로 깜짝 놀랐다. 입교 초기, 여성 교무 복식에 대한 거부감이 나도 모르는 새 젖어들어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기자가 되기 전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할 때, 마음공부 동아리를 매년 운영했었다. 그때마다 학생들은 여성 교무를 보면서 특이한 사람이라거나 사이비 종교가 아닌지 경계하는 반응을 보였다. 낯설고 의심하는 눈길들은 학생들을 교무의 지도에 오롯이 빠져들지 못하게 방해하는 부작용이 됐다. 청소년들을 원불교로 끌어들이는 첫 관문에서 여성 교무 복장이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싶어 안타까웠다.

올해 원광대학교와 영선선학대학교의 원불교학과 1학년생 중에는 여학생이 단 한 명도 없다고 한다. 지난 주 창간48주년 예비교무 특별좌담회에서 "함께 입학한 여자 동기 절반 이상이 중도 포기했다"는 말은 충격적이다. 지난 4월 본지 '은생수'에서 정녀제도를 비판하며 전무출신을 포기하고 싶다는 글을 올린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의 글은 전무출신 수요자의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는 여성 교무 복식규정이 정녀제도와 궤를 같이하는 남녀차별의 낡은 관습에 책임이 있음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지난 몇 년 사이 교단에서 열린 수많은 회의와 토론, 재가출가 교도들의 제언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것이 없다.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무출신을 고민하는 청소년들을 '나'로 치환해볼 것을 권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에는 타인의 일이지만 분연히 일어서 함께 힘을 보태는 감동을 불러일으킨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았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김군과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발생한 여성 증오 살인 사건 등에서 보여준 포스트잇 추모 행렬 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앉아서 뉴스를 소비하던 사람을 현장으로 끌어내고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킨 동력은 너의 일에 바로 내가 있다는 각성이다.

성주 진밭교 평화교당에서 100배를 올리던 하얀 저고리, 검정 치마의 숭고한 아름다움이 '나'에게로 천착될 때,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나의 문제라면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기자가 지금 고등학생이라도 전무출신에 대한 고민이 신심, 공심에만 머물지 않을 것 같다.

구의역과 강남역에 붙어있던 수천여 개 포스트잇의 글들은 하나로 모아진다. "너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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