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명 교도/계룡·도곡교당
만들어진 콘텐츠, 트랜드에 맞게 재구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 찾는 일 시급



'대종사, 단비를 내시기 위하여 기차표를 황등역까지만 끊고 5전을 남겨 오시어 단비를 내셨다.' 얼마전 우연히 손에 쥔 '대종사님의 그 때 그 말씀'이라는 조그만 책의 한 구절이다. 아마 목적지가 익산역일 듯 한데 차비를 아끼기 위해 황등역에 내리셔서 걸어가신 듯하다.

인터넷 지도로 확인해보니 황등역은 익산역까지는 약 8km. 총부까지는 약 5km 정도이다. 어른의 걸음으로도 한두 시간은 족히 걸어야 할 거리를 지금처럼 바람 좋은 계절을 산책하듯 걸으셨을까? 단비를 내기 위해 걷는 그 길에서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많은 단상들이 오월의 바람처럼 지나간다. 그 때가 언제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그 당시 교단의 재정 상태와 시대상을 이해하는 것에 앞서 교화단의 중요성에 대한 대종사의 의지를 느낄 수 있는 글이었다.

100년 남짓한 교단에서 역사박물관을 갖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역사와 기록에 대해 남다른 신념을 가진 민족답게 우리 원불교도 그에 상응하는 역사의식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아주 자랑스럽다. 그러나 나는 아직 그 곳에 가보질 못했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시설뿐 아니라 대종사께서 쓰시던 소소한 생활용품까지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저 볼 수 있을 뿐이었다.

대부분의 대형서점에 가면 불교, 개신교, 천주교 코너가 있다. 원불교는 기타 종교코너에 다른 종교 도서들과 함께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특히, 교당이나 기관에서 보던 책들은 서점에서 찾기가 어렵다. 서점에 있는 책들은 교당이나 기관에서 보기가 어렵다. 왜 그럴까? 웬만한 책들은 다 찾을 수 있는 온라인 서점의 검색결과에서도 보기가 어렵다. 있다 하더라도 절판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요즘 확산되고 있는 중고서점에서도 원불교 관련 책들은 마치 보물찾기 하듯 찾아야 한다. 책은 있으되 찾기도, 읽기도 어렵다. 독자의 요구가 부족하다고만 할 일은 아닌 듯하다.

온라인 콘텐츠는 더 혼란스럽다. 몇 년간 게시물 하나 없는 교당/기관 홈페이지와 이제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수많은 카페의 콘텐츠,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과 앱, SNS에서 각개전투 하듯 흩어져 있는 숱한 이야기들을 보면 아쉽고 안타깝다. 설사 좋은 자료를 우연히 발견하더라도 공유하기가 불가능하거나, 몇 번의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 다양한 콘텐츠들이 사장되는 듯 한 느낌이 들 때면 괜히 마음이 급해진다. 뭔가 해야할 것 같은데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일도 필요하겠지만 만들어진 훌륭한 콘텐츠를 트랜드에 맞게 재구성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 박물관에 전시된 다양한 유물들이 교전과 연결되고, 몇몇 선진들에 의해 마치 전설처럼 이야기되는 그 때 그 말씀, 그 때 그 일들이 다양한 경로로 전파되고, 기록되고, 이야기되어 진다면 우리는 훨씬 더 풍성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속에서 여태껏 깨닫지 못한 개교의 숨은 의미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원불교가 불교인가요? 라는 질문에 지식검색 결과보다 명쾌한 답을 줄 수 있는지 자문해 보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가 하고 싶은 방식이 아니라, 질문자(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로, 경험하고 싶은 방식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어쩌면 청년(청소년) 교화가 이웃종교보다 힘든 이유가 여기서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 본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교당과 기관에는 작은 원불교 도서관이 있었으면 좋겠다. 여기저기 흩어진 콘텐츠를 다양한 형태로 재조합 했으면 좋겠다. 책에 있던 이야기가 언제까지 활자의 틀에 갇혀 있어야 하는가? 사진속의 대종사님이 '그 때 그 말씀'에서 하신 이야기를 요즘 유행하는 가상현실에서, 증강현실에서 이야기 해 주시면 어떨까? 그 이야기가 어떤 이유로 교전의 한 줄이 되었는지 분명하게 지금 정리된다면 오랜시간이 지난 후에 왜곡되고 곡해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늘 엇비슷한 방식으로 고만고만한 콘텐츠를 새롭게 만드는 일에 허둥대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보고 대종사님이 '송정리 밥상' 같다고 하시지 않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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