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요히 고요히 생각하오니 깊은 사랑 님에 있고 인자함도 님에 있어 오늘도 님은 저 멀리 언덕에 서서 '오너라 오너라'고 자비의 손 높이드사 소리소리 부르시건만 귀먹고 눈 어둔 우리네 중생 알지 못하고 헤매이니 부르시는 님의 마음 오직 답답하시리.
내 힘을 모우고 정신을 가다듬어 저 멀리 아득한 평화의 피안에 부르신 님의 손을 굳이 잡아 보리.


유성열_인적사항 미상이나
<회보>에 10여 편의 시가를 발표함.
<회보> 35호(1937년) 6월호에 수록.



'님'이란 대상은 일원상 부처님이기도 하고 소태산 대종사이기도 할 것이다. 당시의 시대상황에서는 종사주를 지칭한다고 짐작된다. 님은 깊은 사랑과 인자함을 간직했다. 수많은 중생들을 향해 낙원 세계 건설의 길로 안내하고 있으나 눈과 귀가 어두워 그 소리를 못 듣고 있다. 제자된 입장에서 그 안타까움을 헤아려 보는 심정을 산문시로 표현했다. 사람들은 아직 영산회상의 봄소식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지만 혼자서라도 정신을 가다듬어 님의 손을 굳게 잡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교단 초기 제자들은 소태산 대종사께 구전심수로 그 법을 가르침 받으며 주경야독, 영육쌍전의 공부 분위기에 흠뻑 젖었을 것이다. 물론 당시 신앙수행공동체는 가난하고 힘겨운 생활의 연속이었지만, 종사주를 뵈올 수 있기에 그 수고로움이 봄날 눈 녹듯 사르르 내려앉았을 것이다. '나는 지금 누구의 손을 굳게 잡고 있는가? 또 누가 내 손을 잡아 주고 있기나 한가?' 살펴볼 일이다.


/둔산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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