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기를 맞은 우리 교단의 가장 큰 화두는 교화다. 교화 정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현장에서 교당교화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성공사례들을 찾아가 교화박람회를 기획했다.

1주 지역사회 연대로 자리잡은 교당
2주 교도조직, 교화매뉴얼 성공사례 교당
3주 교단의 미래, 청소년교화 성장한 교당
4주 교화대상을 시대에 맞춘 교당

사회변화 속도가 매우 빨라 청소년들이 교당보다는 사회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훨씬 많은 시대다. 설법 연구만으로 청소년을 키워내던 시대는 지났다. 교화는 청소년들이 필요로 하고 좋아할 매개체를 발굴해, 그 매개체를 통해서 접근해야 가능한 시대다. 그 매개체를 찾아낸 양정·비아·서이리교당을 들여다 봤다.


유치원-원아카데미학원-학생법회
선순환 원사이클, 양정교당


부산울산교구 학생연합 행사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 눈길을 끄는 청소년들은 주로 양정교당 소속이다. 젊은 엄마 교도들이 많아 영유아를 비롯해 어린이, 중·고등학생 등 청소년 교도가 끊어지지 않는 양정교당은 젊은 교당으로 통한다. 이러한 사실의 중심에는 유치원이 있다. 원기67년 어린이집에서 시작된 양정원광유치원은 기장군 정관에 새로 개원한 유치원까지 합해 현재 정원이 400명에 이른다.

유치원 교육의 성공은 '원아카데미'라는 방과후 학원 운영으로 이어졌다. 유치원 교육을 신뢰한 학부모들이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학습과 생활지도를 이어서 맡아달라는 요구 때문이다. 초기에 무료로 시작했던 방과후 교실이 10여 년을 지내오는 동안 101명의 학생과 교사 11명의 규모로 성장했고, 경제적 낙후 지역인 양정에서 저렴하고 알찬 교육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해마다 180~200명이 참가하는 1박2일 여름캠프는 유치원 졸업생, 원아카데미 학원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행사로 지역사회에 원불교가 정착되는 씨앗이 되고 있다.

원아카데미 종합학원을 운영하면서 교화로 연결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주 1회 학원법회를 개설했다. 비교도 대상임을 감안해 '인성교육'을 전면에 내세워 고준영 교무가 담당하고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인성교육은 강의, 놀이, 체험활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지만 그 안에서 원불교 교법을 녹여내고 있다.

양정교당의 사이클은 원광유치원에 입학하고 원아카데미를 통과해 청소년법회에 참석하다 청년이 되고 결혼을 하면서 다시 그 자녀가 유치원에 입학하는 것으로 선순환된다. 이 사이클이 정착되기까지 15년~20년간 오덕관·오인원 교무를 비롯한 출가자들의 열정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열정에 기대지 않고도 사이클이 굴러가도록 시스템으로 정착돼가고 있다. 현재 양정교당 청소년은 일요일 영유아 법회, 어린이법회, 목요일 인성교육, 토요일 학생법회에서 성장하고 있다.

▲ 비아교당은 일선 교당에서 처음 시작하려면 초등학교 컵스카우트를 창단해 올라가는 방법을 권했다.
스카우트 깃발 높이 든, 비아교당

양정교당에서 유치원을 졸업한 어린이들이 원아카데미로 들어간다면 비아교당에서 비아원광어린이집을 졸업한 어린이들은 스카우트 활동을 시작한다. 원기97년(2012) 한국스카우트 원불교연맹 산하단체인 '비아동그라미지역대' 발대식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배출된 총대원은 약 1백여 명에 이른다. 교도 자녀 8명을 모아 첫 야영대회에 참가하고 5년이 지난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초·중·고등학생 대원이 80여 명이다. 이중 중·고등학생 대원 25명은 전원 입교했고, 자녀 스카우트 활동으로 일원가족이 된 경우가 현재까지 11가족에 이른다.

중·고생 스카우트 대원은 약 50%, 초등생은 70%가 원광어린이집 출신이다. 양정교당, 비아교당이 어린이집 졸업생들을 성인 교도로 연결시키는 성장 교화의 비결이 청소년 교화인 것이다.

비아교당 스카우트 교화 비결은 열성적인 재가교역자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출가교역자의 두 바퀴다. 초등학교에서 30여 년 스카우트 경험이 있는 유영창 교도회장이 터를 닦고 홍영선 교도가 뒤를 이어 몸을 아끼지 않는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홍영선 교도는 사춘기 자녀가 스카우트 활동으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며 자신이 열혈 지도자가 됐다. 두 교도가 비아교당의 청소년교화를 현재 규모로 키워낸 비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교무를 비롯한 교도들의 적극적인 지원이다. 야영장비는 물론 물질·정신적으로 교당이 적극 나서면서 스카우트 바람을 탄 것이다. 교도들도 간식이나 여비, 훈련비를 지원하는 등 스카우트 활동은 청소년교화라는 등식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핵심은 스카우트 활동을 이끌어갈 재가교역자를 발굴하는 일이다. 비아교당 교도들이 합심으로 이뤄내고 싶어도 현재의 홍영선 대장(스카우트 지도자)과 같은 인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홍 대장은 "인재는 키워진다. 청소년 교화를 하겠다는 열정만 있으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누구든지 스카우트 원불교연맹에서 주최하는 훈련에 참가해 중·상급 과정을 마치면 지도자가 될 수 있다. 홍 대장은 지도자가 되면 각종 훈련에 봉사자로 참가해 실전 경험을 익히고 이후 교당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작든 크든 실제 활동을 경험해 볼 것을 권했다. 연맹에 의뢰하면 지도자들이 함께 참가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스카우트의 꽃은 중·고등학생이라 교당에서 창단하고 싶다면 컵스카우트(초등 대상)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자연 속에서 친구, 선후배들과 함께하는 활동이 매력인 스카우트는 청소년 교화에 최적의 콘텐츠라는 것이 비아교당의 자부심이다.
▲ 서이리교당은 해마다 정기훈련 준비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맡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부분 참가한다.
'오직 청소년교화만!' 서이리교당

중앙교구 서이리교당 학생회는 매주 토요일 진행되는 법회에 35~40명이 참석한다. 4개의 교화단으로 운영되는 학생회는 매년 개최되는 여름훈련과 겨울훈련, 각종 행사에 학생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준비한다. 지난해 만덕산훈련원에서 진행된 겨울훈련에는 47명이 참가해 만족도가 매우 높았는데, 평소 학생법회 시간을 맞추기 어려운 학생들도 여름·겨울 훈련은 빠지지 않고 참가하는 등 호응이 뜨겁다.

평균 8명~12명이 출석하던 학생회를 30명~40명으로 성장시킨 공로로 김인선 교무는 2015년 시타원 교화재단으로부터 청소년 교화상, 2016년 출가교화단 총단회에서 청소년교화부문 활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학생회를 맡고 있는 김인선 교무가 원기98년 부임 이후 4년~5년간 어떤 노력을 기울였을까?

이일여고 2학년 김지민 학생은 "원광여중 때 학교법회에서 원불교가 익숙해졌고 정식으로 교당에 다니고 싶어 서이리교당에 오게 됐다"며 "학교 체육대회 날, 교무님이 김밥 싸서 오셨고 친구들이 부모님이냐고 물어볼 정도로 감동 받았다. 이 모습 보고 그날 입교한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이 말에 김 교무 4년~5년의 노력이 다 녹아있다.

김 교무는 원광여중을 비롯한 5개 교립학교 법회에 꾸준히 참가하며 학생들과 인연을 쌓아갔다. 법회 출석 숫자에 얽매이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을 쏟은 것이 결과로 드러나게 됐다. 교무와 형성된 래포는 학생들이 평소에도 교당을 찾게 만들었고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위해서는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달려가 상담했다. 교무를 신뢰하고 따르는 학생들은 주로 교당에서 시간을 보내게 됐고, 교당에 붙어 사는 친구들이 신기해 따라오게 된 학생들이 입교했다.

청소년교화의 성장 비결을 묻는 질문에 김 교무는 "프로그램이나 법회 기법 등은 부차적인 문제다. 핵심은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정성을 쏟겠다는 교무의 마음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그 정성은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오직 김 교무의 탁월한 공심일까?

그는 '시스템'이라고 역설했다. 처음 부임했을 때 주임교무로부터 "보좌교무가 아니라 청소년담당 주임교무다. 청소년교화를 위해 스스로 취사하고 책임지라"는 당부와 함께 전폭적으로 물적·정신적 후원과 지지를 받았다. 어려운 교당 사정에도 불구하고 한 해 1,300만원 청소년 단독 예산, 각종 후원금과 함께 교당의 크고 작은 보좌 역할을 면제해 오직 청소년 관련 일만 하도록 업무 분장을 했다. 특히 월요일은 오롯이 김 교무의 날로 보장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배려돼 있다.

청소년교화 없이 교단의 미래는 없다

비아교당 동정수 교무는 "청소년 교화 없이 교단의 미래는 없다"며 "청소년 보다는 일반법회 비중이 더 큰 현재의 패러다임은 바뀌어야 한다. 주임교무도 청소년 담당교무라는 인식으로 정년퇴직할 때까지 청소년에 집중해 청소년교화의 전법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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