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진원 교도/심원교당
-아동폭력사건으로 움츠려든 마음
-안아주고 눈 마주치고 머리 묶어주며
-교사로서 상담사로서 가까이 다가가



나는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교사이자, 한 남자의 아내이자, 네 아이의 엄마다. 늘 많은 아이들 속에서 생활하다보니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계절이 언제 왔다가 가는지도 모르고 살만큼 바쁘게 사는 현대인 중의 한 사람이다.

2년 전에는 어린이집 교사로서 많이 힘들었던 시간을 보냈다. 당시 매스컴에서 불거진 아동 폭력사건 때문이다. 나는 수년간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면서 이처럼 기운 빠지고 허망했던 적이 없었다. 몇몇 사람들로 인해 수십만 명의 보육교사들이 허탈해지고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학기 초에는 우리 반 아이들을 대하는 데 있어서도 좀 더 조심스러워졌고, 예쁘다고 엉덩이를 토닥여주던 자연스런 행동들이 움츠려들 수밖에 없게 되었다. 혹시 어깨를 툭 치고 장난하며 엉덩이를 두드려 주는 이런 장면이 녹화되거나 찍혀서, 이상한 장면으로 보여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에 아이들이 다가오면 몸이 움츠려들고 긴장하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일부에서는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당장 아이들과 접하는 교사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학부모들의 "선생님은 그런 사람 아니죠?"라는 말 한마디에도 속이 상하게 되고 애 보는 공이 없다더니 진짜 그런가 보다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이러면 안 되겠구나, 아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이렇게 흔들리면 안 되겠구나, 하는 강한 반성이 됐다. 그 후로 유념할 조목으로 '매일 우리 반 아이들을 안아주고 눈을 보며 말하기'를 정했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는 최소한 하루에 한 번 이상 등원한 아이들을 안아주며 대화해 보기를 시도하게 됐다. 우리 반은 7세반 남자와 여자아이 합해서 열여섯 명인데 남자아이들은 아침에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안아주고 이야기를 들어보는 방법을 사용하고, 여자아이들은 하원하기 전에 머리를 묶어주고 용모를 단정히 해주는 시간을 통해 유념공부를 챙겼다. 학기 초 4월부터 3개월 단위로 기간을 정해서 우리 반 교실에서 실시하기로 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엉덩이를 뒤로 빼고 "나 애기 아니에요" 하며 쑥스러워하더니, 시간을 정해서 개별적으로 매일매일 손도 잡아주고 안아주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내 모습을 보더니 차차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가 누구인지, 누구랑 결혼하고 싶은지 재잘거리며 자랑하게 되고, 온전히 교사와 자신만의 시간을 활용하는 모습이 관찰되어졌다.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자기 주변의 이야기와 자기의 마음을 드러내며 이야기해 줬다.

그러다 보니 교사로서 상담자로서 역할을 하게 되고, 우리 반 아이들의 정보를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이런 정보를 통해서 부모들에게 아무개가 이가 흔들리니 치과에 다녀오세요, 아무개는 커서 카레이서가 되고 싶대요, 하고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교환했다. 처음에는 부모들이 오히려 "선생님은 그런 것까지 어떻게 아세요?" 하며 정색하다가 "어머니들 집에 다 정보원이 있어요"라고 말하면 아이들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는 교사로,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교사로 인정해 주곤 했다.

부모들의 인정보다도 더 좋은 것은, 나도 모르게 아이들의 생각을 아이들의 눈높이를 자연스럽게 파악하게 되고 아이들을 자세히 관찰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런 기회로 개별적 교육방법을 찾는 데 많은 도움을 받게 됐다.

지금은 유념으로 정한 기간이 지났지만 생활 속에서 실천하다보니, 아이들도 이제는 하원할 때 깜빡 잊고 인사만 하고 집에 가다가 "선생님 안 안아 주었잖아요" 하며 다시 교실로 되돌아오는 아이들도 생겼다. 그래서 유념조목을 좀 더 포괄적이고 생활 속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무얼까 생각해 보다가, 사람을 대할 때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눈을 맞대고 이야기하고 스킨십을 통해 더 가깝게 다가가기로 했다. 직장 내에서도 내가 먼저 다가가 마음의 접촉을 시도해 보고 지나치지 않은 스킨십을 적용해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조금은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이다. 그러면 좀 더 밝고 맑은 직장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교당에 이름은 등록돼 있지만 쉬고 있는 교도들이 많다. 그들을 다시 교당으로 오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마음의 접촉을 통해 정서적 교류를 하고 손도 주물러 주고 어깨라도 주물러 주면서 눈을 마주하며 이야기를 나눈다면 더 효과적일 것 같다.

원불교에 입교하기 전에는 주위사람들이 부모님에게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이다"는 말을 했다. 그때 나도 저런 말을 들을 정도의 인생이면 괜찮겠구나 생각했다. 이제는 그 말보다 "와~ 저 사람은 법을 알고 실천하는 사람이구나!"라는 말이 더 큰 칭찬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원불교인으로 사는 것이 행복하고 원불교의 마음공부를 통해 더 큰 사람으로 성장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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