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연대 현장, 이름도 없이 보여준 사무여한 정신
고통받는 삶 전환, 좋은 구조 세우는 노력 해주길

▲ 최헌국 목사/ 촛불교회 운영위원, 생명평화교회

기독교에 "지극히 작은 자 한 사람에게 행하는 것이 나에게 행하는 것이요, 지극히 작은 자 한 사람에게 행하지 않는 것이 나에게 행하지 않는 것이니라(마태복음25장45절)"는 가르침이 있다. 지극히 작은 자를 하느님처럼 섬기며 살라는 가르침이다.

그간 목사로서 "왜 고난의 현장으로 나갔는가?"라는 질문에 "고난의 현장으로 나간 것이 아니라 내가 발 딛는 곳곳이 고난의 현장이기에 빚진 마음으로 고통당하는 사회적 약자와 고난 받는 분들과 현장에서 함께 하였을 뿐(누가복음17장10절)이다"고 고백했다.

촛불교회 목사로, 거리목사로, 거리목회를 하며 이 가르침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작은 자들의 한숨과 탄식에 귀를 기울였고, 현장을 찾아가 함께 눈물을 흘렸다.

촛불교회는 현장의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자는 복음적 고민에서 2009년 창립됐다. 광우병 사태를 계기로 다양한 현장에 일시적이 아닌 상시적 신앙으로 응답하기 위해 2009년 2월26일 향린교회 해오름예배를 시작으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목요일 저녁 고난의 현장을 찾았다.

지난 9년 동안 용산참사, 제주강정마을 해군기지, 4대강,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해고, 밀양송전탑반대, 재능교육해고노동자복직운동, 민중생존권철거, 세월호 참사 그리고 지금은 사드철거 및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회 등 아픔이 있는 곳이라면 달려갔다. 불의와 폭정의 잘못된 정권을 퇴진시키는 일에도 함께 촛불을 밝히며 일조했다.

촛불교회의 목사로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였다고 경찰에 잡히기도 하며 재판을 받고 심지어 감옥에 가기도 했다. 하지만 예수도 늘 현장에 계셨다. 현장은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의 뜻을 펼치고 하느님 나라를 실현하는 지성소이다. 현장을 외면하고서는 진정한 기독교인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거리 위의 교회, 거리의 목사는 세상에 대한 목회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그 같은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사도행전20장24절)"는 자세, 즉 원불교에서 말하는 사무여한(死無餘恨) 자세여야 한다. 그 같은 자세로, 죽임의 세력이 힘을 떨치는 세상에서 민중(중생)의 생명을 지키고자 정의의 몸부림을 쳐야 한다. 민중과 함께 생명평화의 세상을 바라보며 함께 살아가지 않는다면, 민중의 고난당하는 현장을 외면하고 민중의 삶과 배리된다면 종교가 아닌 무력한 집단으로 전락되고 말 것이다,

〈원불교신문〉 '이웃종교 칼럼'에 촛불교회와 거리의 목사 이야기를 기고하며 느끼는 것은 촛불교회의 정신과 원불교의 정신은 일맥상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박근혜 정권퇴진에 5대 종단이 한국사회에 대한 종교인의 역할로 종교연대를 하여 촛불시민들과 함께 촛불에 참여를 했다. 그때 모든 종단이 서로 잘 연대하며 수고하였는데, 특히 원불교의 모습은 항상 "우리의 하여야 할 일을 (다만) 한 것뿐이라(눅17:10)"는 자세로 이름도 빛도 없이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한 자…(고후6장 9절)"의 모습으로 참여하는 것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최근 한국사회에 있어 가일층(加一層) 생명평화를 일궈야 하는 일로는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미군사드의 한국배치문제이다. 사드가 원불교 성지인 경북성주 소성리에 불법적으로 배치가 되어 사드반대에 있어 원불교가 그 일선에 서서 반생명적이고 반평화적인 사드 철회를 위한 수고와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 같은 일 앞에 촛불교회가 그동안 해왔던 고통당하는 이웃들의 삶을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으로 전환하려는 노력, 그리고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좋은 정치구조를 세우려는 노력에 함께 해주었으면 하는 조심스런 조언을 해 본다.

2050년이면 인류 문명은 붕괴되고 자연생태계도 붕괴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문명의 전환도 종교의 발전과 회복도 종교의 생명평화를 일구는 데서 찾을 수 있음을 다시금 깊이 인식하며 미군의 사드 한반도 배치를 반드시 철회시키고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이 거룩한 행보를 기꺼이 사무여한(死無餘恨)정신으로 함께 정의, 평화, 창조질서 보전활동에 동행하였으면 한다. 생명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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