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뒤에 서 계신가 봐
-사모님 영전에 엎드려 외우다

나는 무슨 말을 드려야 할지 몰랐어
분명히 앞에 계셨는데
너무 컸나 봐 빛이 환해서 안 보였나 봐
조심스럽고 어렵고 이름조차 외울 수 없는
사모님, 수십 년 우리 글쟁이들의 사모님


〈소태산 평전〉 얘기할 땐 청중 속이었어
얼마나 황송했는지 몰라
원불교가 아직 얕아요. 김 선생 말 안 들을까 응원 왔어요
사모님께는 나도 '한울안'이었나 봐
익산 강연 때도 연구소 발제 때도
끝나고 찾아봤더니 이미 가셨어


전쟁 때 개성교당에서 오셨대
나는 '노마드 개성교당'이니까
편하게 떠들었어. 원불교에 숱한 얘기가 숨어 있어요
그럼 김 선생이 써 봐요. 우리가 여건 만들까?
나는 그 우리가 장적조, 최도화라 생각했어
이공주, 황정신행이라 여겼어
집집마다 드리운 선천의 장막을 치우신 분들


아픈 몸 그대로 하늘이었던 게지
이 시대의 미륵이 재가 여성의 눈빛 속에 있는 걸
왜 몰라. 나도 한번 말씀을 들을 거야
한 주 두 주 끌다가 한 달 두 달 벼르다가
끝내 놓치고 오늘이야. 저 봐
꽃이 피고 다시 지워진 뒤에
새가 날아간 흔적 같아
바람이 말끔히 쓸고 간 자리 같아


그 쟁쟁한 목소리 여기 남겨 놓고
닿을 수 없는, 오감을 초월한, 안타까운
저 별빛 뒤에 서 계신
저 나뭇잎 뒤 저 거미줄 뒤
한없이 외롭고 눈부신
소태산의 금강이 되신 사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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