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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문화읽기 21. 차로 선정에 들다
원불교문화읽기 21. 차로 선정에 들다
  • 손운섭 회장
  • 승인 2017.06.30
  • 호수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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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운섭 회장/원불교다인협회

불가와 차는 오래 전부터 불가분의 관계였다. 불가에서 스님들이 참선 수련시 잠을 참기 위한 방편으로 차를 마시기 시작하였으며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물에도 차가 포함되어 있다. 승려들이나 선비들은 다도를 통해 삼매경에 도달하게 되는데 다도삼매 혹은 다선삼매라고 일컫는다. 녹차에서 나오는 향기는 요란하지 않고 은은하여 조심스럽게 음미하지 않으면 지나칠 수 있는 부드러운 향기이지만 주의를 기울여 그것을 음미하면 어떤 향기보다 그윽하고 깨달음의 삼매경에 빠지게 되는 향기로 다가온다.

이러한 다도와 선의 긴밀한 관계는 다선일미 사상으로 집약되는데 다도와 선이 비록 행하는 바는 서로 같지 않으나 본체가 되는 마음과 도는 똑같다는 생각이 곧 다선일미 사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게 일본에서도 차는 불교 특히 선종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발전했다.
특히 일본에서 다실의 의미는 별세계로 통하고 행다는 선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차는 선수행의 도구이자 동반자로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 이치가 있다.

일본 다도의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센리큐의 제자가 스승을 가까이에서 모시며 보고 듣고 익힌 바를 기록한 〈남방록〉에 의하면 '다도는 불법을 가지고 수행하여 득도하는 일'이라고 하였다.

▲ 헌공다례를 올리고 있는 다인협회 회원들.

리큐의 제자가 다도의 참다운 의미가 무엇인지 질문하자 그는 "차는 마시기 좋게, 숯은 물이 잘 끓도록, 꽃은 들에 있는 것처럼,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은 따뜻하게, 시간은 조금 일찍 서두르며, 맑은 날에도 우산을 준비하여, 자리를 같이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도록 하라"고 전했다고 하는데 지극히 평범한 말인 듯 하지만 한 잔의 차를 내기 위해서 얼마나 정성을 들이고 마음을 챙겨야 하는지 그 속에 숨어있는 의미는 매우 심오하다. 이는 악을 버리고 선을 행하라는 말은 어린아이도 잘 알고 있지만 실행을 하려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만 톤(ton)의 말보다 일 그램(gram)의 실행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평범한 듯 하지만 실행의 중요성은 그렇게 만만치 않음을 깨우쳐 주고 있다.

한편 센케 가문의 3대를 이은 센 소탄의 경우에는 "다도는 마음으로 전하고, 눈으로 전하고, 귀로 전하는 것이지, 글로 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여 선종의 불립문자나 이신전심의 교화법과 다도의 수행법이 다르지 않음을 밝히고 있다.

역사적으로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들만의 차문화를 가꾸고 만들어 가는 노력과 정성은 참으로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지금처럼 더운 계절에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하여 세 가지 하는 일이 있다. 첫째는 손님이 오는 길에 물을 뿌려 두는 일이며, 두 번째는 물을 뿌려 다화에 이슬을 만드는 일이며, 세 번째는 다식 그릇의 표면에도 물기를 만들어 두는데 이는 모두 더위를 식혀 주기 위해 손님들을 배려하는 주인의 정성스러운 마음이다.

차를 통해 선의 맛을 진정으로 알아가는 공부인으로 거듭나서 원불교 교도로 차를 통한 교화의 꽃을 피우는 차인이고자 한다.

요즘처럼 더운 계절 단 하루라도 마음 나누는 도반들을 위하여 청소를 정갈히 하고 꽃에 물을 뿌려 이슬을 만들어 보며 다기 표면에 물기가 맺히도록 해보는 것이 진정 차의 멋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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