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병 치료의 화제, 사상인의 마음공부

▲ 사상철학 마음 연구회 회원들은 틈나는대로 원전 독경훈련과 정좌수행, 다도와 사경공부를 병행함으로써 원전의 내면화과정을 거친다.

사찰에서나 있을 법한 독경소리가 낭랑히 울려 퍼지는 원광대학교 교학대학 1층 세미나실. 동무(東武) 이제마(李濟馬, 1837~1900) 선생의 서적인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 원전을 강독 수행하는 동양학대학원 사상철학 마음 연구회 회원들의 치열한 학구열이 매주 수요일 6시30분 이어지고 있다.

경전 독경훈련, 허공법계에 전파

매일매일 원전을 끊임없이 독경하는 회원들은 독경을 '내면의 울림'이라 말한다. 곧 사람 속에서 나오는 본성의 소리가 허공법계에 온전히 전해지는 것이 곧 독경이며, 성인의 말씀과 자신의 내면과의 합일을 이루는 공부법인 것이다.

이는 문자의 공부가 논리적·분석적 사유를 길러주어 나의 근원과 분리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면, 소리의 공부는 본성과 합일을 통한 통찰력·직관력을 길러주는 것이기 때문에 도학(道學)의 공부에는 절대적 힘을 가지고 있다.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과 마음공부

사상철학 마음 연구회의 지도교수인 임병학 교수(법명 도학, 도안교당)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황제내경〉의 태양·태음·소양·소음·음양화평지인 5가지 체질 분류는 다분히 현상적이고, 외형적 기의 흐름을 다룬 것이다"며 "이제마 선생은 이러한 체질의 개념을 뛰어넘어 마음의 심층적 단계와 인간의 희노애락의 기운을 치밀히 분석함으로써 사상인(四象人)의 장부의 이치(臟理)와 성리(性理)적 관계를 명확히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이제마 선생은 마음공부가 건강의 핵심 요체이며, 각자의 마음보를 잘 쓰는 것이 본성을 확충해 가는 길임을 선언한 것이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체질(體質)'이란 용어는 〈동의수세보원〉에는 나오지 않는다. 체질이라 함은 사람의 몸에만 치우친 뜻이다. 동무는 '사상인'을 변별한다고 하였기 때문에 사상인으로 사용해야 한다. 또 "무엇을 먹느냐, 먹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닌 마음의 근본을 올바르게 알아서 도덕적인 삶을 살아가자는 데 그 뜻을 확장시켜야 한다. 이러한 논의의 근거에는 동무 선생 스스로 철저한 수행자로서 마음 수행을 통한 인간의 기철학(氣哲學)을 완성한 데에서 기인하며, 이것이 곧 사상철학의 핵심이다.

▲ 임병학 지도교수가 동의수세보원의 태양, 태음, 소양, 소음, 음양화평지인의 체질에 따른 마음공부길을 설명하고 있다. 사상심을 알아 확충하는 것이 공부의 관건이다.

사상심(四象心)과 확충(擴充)의 공부길

〈동의수세보원〉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오랜 기간 학습과 임상이 필요하다.

동무 선생은 〈주역〉 계사상편 제11장의 '역유태극(易有太極)'절에 근거를 두고, 인간의 마음작용을 '사상심(四象心)'으로 설명한다. 곧 사람의 근원적 마음을 '일심(一心, 太極)'이라 하였고, 이 일심에서 생하는 '양의(兩儀, 陰陽)'를 몸(身, 人心)과 마음(心, 道心)이라 하였으며, 이 몸의 음양작용은 '선을 좋아하는 마음(好善之心)'과 '악을 미워하는 마음(惡惡之心)'으로 설명되며, 다시 마음의 음양작용은 세상을 속이려는 '부정한 이기심(誣世之心, 邪心)'과 죄를 짓게 하여 그물에 걸리게 하는 '탐욕의 마음(罔民之心, 怠心)'으로 분화하는 사상심의 구조를 완성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선을 좋아하는 마음'과 '악을 미워하는 마음'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헐뜯고 비도덕적인 말과 행동은 모두가 다 싫어하며 부처와 중생도 똑같다. 다만 이기심과 탐욕심 등 사심이 발현함에 있어 비로소 부처와 중생으로 나눠지며, 인격적 도야가 필요하다. 욕심을 버리고 철저히 도심을 단련할 때만이 건강한 삶이 보장되는 것이다.

사상철학은 사상인의 마음작용과 기 흐름을 근거로 사상의학의 생리와 병리, 처방을 체용(體用)적 관계로 구조화시켜 마음공부에 대입하기 매우 용이하다. 사상의학에서는 인간의 생명성은 장국의 대소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큰(大) 장국은 잘하는 것이요, 작은(小) 장국은 잘못하는 것으로 논하고 있다. 따라서 사상인의 자신의 대소 장국을 알아서 소한 장국의 내용을 확충해나가야 한다.

예를 들면, 태양인은 급박한 마음과 멋대로 해체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멀리 확산하지만 느슨하게 하는 마음공부가 필요하며, 이를 한 글자로는 겸(謙, 겸손)을 마음에 두고 있어야 한다. 태음인은 겁내는 마음과 탐욕을 부리기 때문에 느슨하지만 널리 베푸는 마음공부가 필요하며, 한 글자로는 경(敬, 경천애인(敬天愛人))을 마음에 두고 하늘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소양인은 두려운 마음과 자기 멋대로 진리를 왜곡하는 마음이 있어 크게 감싸고 조금씩 쌓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며, 한 글자로는 성(誠, 정성, 성의)을 마음에 두고 일을 정성껏 끝까지 마칠 줄 알아야 한다. 소음인은 불안한 마음과 자신의 편안함만을 구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것을 쌓아가면서도 크게 감싸는 마음공부가 필요하며, 한 글자는 공(公, 공심(公心))을 마음에 두고 공공적 가치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임 교수는 "원불교 교전에는 주역과 정역, 사상의학적 철학이 자상히 밝혀져 있다. 하루하루 이러한 발견에 놀라울 지경이다"며 경전 속 마음공부에 주목했다. 그는 "소태산 대종사는 원망병·의뢰병·차별병·안 가르치는 병·협심병 등을 감사생활·자력양성·지자본위·타자녀교육·공도자숭배를 통해 세상의 마음병을 치유할 것을 제시했다"며 "이 다섯 가지 화제와 약을 가지고 병든 세상과 병든 사람들을 전문 치료시키는 의사니라. 나의 도덕을 진실하게 공부하여 만생령의 마음병까지 고치는 양의(良醫)가 되라"는 〈대종경선외록〉 법문을 인거했다.

 

 

▲ 임병학 지도교수가 동의수세보원의 태양, 태음, 소양, 소음, 음양화평지인의 체질에 따른 마음공부길을 설명하고 있다. 사상심을 알아 확충하는 것이 공부의 관건이다.

 

사상인과 신분의성 공부길

한 걸음 더 들어가 신분의성(信忿疑誠)의 '진행사조(進行四條)'를 사상인에 대응하여 마음공부에 접목해 본다. 곧 태음인은 '만사를 이루려 할 때에 그 목적을 달하게 하는 원동력 즉, 간단없는 마음'인 정성은 잘하지만, '만사를 이루려 할 때에 모든 것을 알아내는 원동력' 즉, 의심(疑心)은 잘하지 못하고, 소양인은 의심은 잘하지만, 성심(誠心)은 약하다. 또한 태양인은 '만사를 이루려 할 때에 권면하고 촉진하는 원동력 즉, 용장한 전진심(忿心)'은 잘하지만, '만사를 이루려 할 때에 마음을 정하는 원동력(立志, 信心)'은 잘 하지 못하고, 반대로 소음인은 신(信)의 힘은 강하지만, 분심은 잘하지 못한다.

불신·탐욕·나·우(不信·貪慾·懶·愚)의 '사연사조(捨捐四條)'를 사상인에 대응해서 생각해보면, 태음인은 1차적으로 탐욕을 버려야 하지만, 수행을 통해 공부가 깊어지면 불신을 경계해야 하며, 반대로 태양인은 1차적으로 불신을 버려야 하지만, 공부가 깊어지면 탐욕을 경계해야 한다. 또 소양인은 1차적으로 어리석음을 버려야 하지만, 공부가 깊어지면 게으름을 경계해야 하며, 반대로 소음인은 1차적으로 게으름을 버려야 하지만, 공부가 깊어지면 어리석음을 경계해야 한다.

정좌, 독경, 사경공부는 천지인 공부법

〈동의수세보원〉에서는 "옛 의사들은 마음의 좋아함과 미워함이 하고자 하는 것과 희노애락에 치우쳐 집착하는 것을 병이 되는 것을 알지 못했다(蓋古之醫師, 不知心之愛惡所欲, 喜怒哀樂偏着者爲病)"며 맹자가 말한 확충(擴充)의 공부길을 통해 인격을 높이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다.

이러한 가르침에 바탕해, 사상철학 마음 연구회 회원들은 차(茶)를 통한 정좌(靜坐)의 수행과, 경전 독경, 경전의 사경으로 이론과 실제수행을 병행한다. 차를 통한 정좌는 하늘의 뜻 내지 기운을 느끼고 감응하고자 하는 노력이고, 독경은 자신의 내면의 울림을 통해 성인과 천지와 만나는 것이며, 사경은 경전을 베끼면서 자신의 사유 속에 깊이 인식시키는 과정이다. 또한 정좌는 천(天)이요, 독경은 인(人), 사경은 지(地)에 배속되며, 이것이 천인지(天人地) 삼재지도(三才之道)에 부흥하는 공부 방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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