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화영 교무/부산울산교구사무국

교당에 근무하던 시절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있었다. 그것은 별 일이 없으면서도 '집 볼 사람'은 교당에 남겨두는 것이었다.

손님이나 교도가 사전에 방문하기로 예약을 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일이 없는 경우에도 어느 누군가는 반드시 교당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웠다. 요즘은 휴대폰도 있어서 유선전화도 휴대폰으로 연결해 받을 수 있거나, 간단한 업무는 스마트폰으로 외부에서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단순히 교당에 아무도 없기 때문에 집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로 정작 중요한 청소년 관련 회의 등에 참석하지 못하는 부직자들을 심심치 않게 보아왔다.

그렇다고 교당을 지키는 일에 소홀하자는 것은 아니다. 교당에 어느 교무님이든 한 분이 계속 상주하면서 혹여라도 원불교를 알고 싶어 찾아오는 분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부직자의 주된 업무가 '단순한 집보는 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청소년담당교화자라면 청소년에 관해 공부해야 할 것도 많고, 경험하고 견문을 넓혀야 하는 일도 많다. 필요한 교화 자료를 위해 다양하고 부지런하게 자기개발을 해도 눈 뜨고 나면 바뀌는 세상만큼 아이들 눈높이를 맞추고 따라가기는 정말 바쁘다. 서점에 가고, 아이들을 만나고, 뭐라도 배우다 보면 언젠가는 투자한 만큼 다 교화에 활용할 방도가 생긴다는 것을 다년간 경험을 통해서 알았기에 청소년 교화를 위해 더 부지런히 움직일 수 밖에 없다.

내 경우에는 최대한 짬나는 시간을 찾아 교무의 날인 월요일 오후·저녁에 우쿨렐레와 캘리그라피를 배웠다. 또 틈나는대로 '유아교육전'이나 '핸드메이드페어' 등의 박람회도 찾아다니고, 근처 문화센터나 공방에서 '원데이클래스' 수업을 통해 양초공예, 리본공예, 냅킨아트 등 '교화에 필요하겠다' 싶은 것들은 눈에 불을 켜고 배웠다. 인터넷 강의에서는 방과후학교지도사, 음악심리상담사, 진로적성상담사, 인성지도사, 청소년예절지도사 등등 청소년관련 자격증도 틈나는 대로 취득했다.

지구교당에서 근무했던 터라 일이 적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필요한 시간을 만들어냈다. 물론 때로는 열반기념제나 교당 행사 등으로 학원수업에 빠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교화를 위해서 뭐라도 배우려하는 열정을 이해해줬던 교감님은 "우리 화영교무 학원가는 날인데 기념제 시간을 조금 앞당겨 주실 수 있느냐"고 교도들에게 친절히 양해를 구해준 덕분에 학원 갈 시간을 맞췄던 적도 많았다.

<논어> 구절에 '학이시습지 부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하지 않았던가. 배우고 익히는 일은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대종사의 교법을 더 널리 다양하게 알리기 위해서 배우는 일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황금같이 귀하디 귀한 청춘의 시간을 단지 '교당지키는 일'에만 쓰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잘 배울 줄 아는 사람이 가르칠 줄도 아는 것이다. 나는 청소년교화 담당자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배울 것을 찾아다니고, 배울 시간을 확보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임교무들도 청소년 교화자를 집보는 사람으로만 묵혀둘 것이 아니라, 각자 소질에 맞게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었으면 한다.

교도들도 '대체 어딜 돌아다니길래 교당에 올 때마다, 전화할 때마다 교무님이 안 계시느냐'고 불평하기보다는, '우리 교무님이 교화를 위해 무엇을 배우고 어떤 노력을 하는지, 그 배움을 바탕으로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을 가져준다면 보다 풍성한 교화의 장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청소년교화, 배움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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